MZ가 그리고, MZ가 산다..팬데믹 미술판은 그들의 세상

김슬기 2022. 6. 1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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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년생이후 초현대미술 작가들
애나 웨얀트 아모아코 보아포..
여성·흑인작가들 주류로 부상
새로운 예술 갈망·유동성 만나
경매 판매액 2년간 4배로 급증
미술시장 큰손 된 MZ 컬렉터
코인·IT서 떼돈벌고 미술시장行
수익성 높은 동시대 예술가 올인
亞컬렉터들 작품 쓸어 담으며
코로나 시대 미술시장 재편해

◆ 미술시장 완전정복 ⑧ 초현대미술의 시대 ◆

베를린의 작업실에서 `Pie Fight Interior 12`를 그리고 있는 아드리안 게니. 해당 작품은 5월 26일 크리스티홍콩에서 약 128억원에 팔리며 경매 기록을 세웠다. [사진 출처 = Oliver Mark]
미술시장에도 성장주와 가치주가 있습니다.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에는 저금리의 수혜를 받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동시대 미술(Contemporary art)의 주가가 올라갑니다. 긴축기에는 미술사에서 검증된 근현대 미술이 가치 방어를 해줍니다. 주식시장과 흡사한 움직임입니다.

변화는 팬데믹 기간에 일어났습니다. 2020년 3월 이후 2년간은 극단적인 유동성 장이 펼쳐진 시기였습니다. 이 기간 동안 미술시장은 새로운 미술에 대한 갈망을 폭발시키며 슈퍼스타를 대거 탄생시켰습니다. 젊고 재기발랄한 밀레니얼 작가들이 주축이 되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아트넷이 "'니켈로디언(스폰지밥이 방영되는 미국 대표 어린이 채널)'을 보고 자란 세대가 미술시장에서 가장 '핫'해졌다"고 보도했을 만큼 미술시장은 이 새로운 현상을 '초현대미술(Ultra-contemporary art)'의 승리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폭풍 성장한 초현대미술 시장
2021년 12월 크리스티에서 약 37억원에 낙찰된 니컬러스 파티의 `Landscape`. [사진 출처 = 크리스티]
5월 발간한 아트넷과 모건스탠리의 심층 리포트에 따르면 1974년 이후에 태어난 예술가들의 작품을 지칭하는 초현대미술의 경매 판매금액은 팬데믹 기간인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05% 늘어나는 폭풍 성장을 했습니다. 2019년 1억8340만달러(약 2309억원)를 기록한 뒤 2020년 2억5640만달러(약 3229억원)로 1년 동안 약 40% 증가했고, 2021년에는 3배인 7억4220만달러(약 9345억원)까지 폭증했습니다. 세계 3대 경매사 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는 2020년에 비해 222% 늘어난 5억7280만달러(약 7210억원)를 이 시장에서 벌어들였습니다. 대체불가토큰(NFT) 경매에 적극적인 크리스티(2억8220만달러)가 큰 비중을 차지한 만큼 NFT의 급성장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소더비는 심지어 작년 11월, 2000년 이후 작품만 다룬 '더 나우(The Now)' 부문을 신설해 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브룩 램플리 소더비 회장은 "우리는 자신의 시대 예술과 친밀감을 느끼는 새로운 세대의 컬렉터(수집가)들이 빠르게 출현하는 것을 보고 있으며, 그들을 위해 새로운 예술가와 떠오르는 스타들을 모아서 '더 나우' 이브닝 경매를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2013~2014년에도 초현대미술의 호황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댄 콜런·조 브래들리·오스카 무리요 등 남성 추상화가, 네이트 로먼 등 팝아티스트가 시장을 주도했지만 이번 호황기에는 완전한 세대교체가 일어났습니다. 2021년 경매시장에서 25위 안에 든 초현대미술 작가 중 9명은 여성, 10명은 유색인종이었고 구상화가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심지어 초현대미술 작가 중 아프리카 작가들의 경매 판매는 2019년 750만달러에서 2021년 4000만달러로 2년간 434% 증가했습니다.

2020년 10월 소더비에서 약 11억원에 낙찰된 조나스 우드의 `Blue Crate with Still Life`. [사진 출처 = 소더비]
2020~2021년 판매 10위권의 초현대미술 작가를 만나보겠습니다. 1억달러 판매를 달성한 비플(1981년생)을 선두로 크립토펑크를 만든 유가랩스가 포함됩니다. '자신을 먹는 사람' 시리즈로 유명한 다나 슈츠(1976년생), 요절한 천재 작가 매슈 웡(1984~2019년), 그라피티 작가 에디 마르티네스(1977년생), 형광색으로 캔버스를 채우는 황유싱(1975년생)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파스텔 풍경화와 초상화로 유명한 니컬러스 파티(1980년생), 정물화로 인기를 끄는 조너스 우드(1977년생), 천진난만한 아이를 그리는 아야코 로카쿠(1982년생)는 국내에서도 각광받는 작가입니다.
10년을 살아남은 생존자

두 차례 초현대미술 호황기에 모두 이름을 올린 단 한 명. 과거와 2020~2021년을 비교할 때 아드리안 게니(1977년생)를 제외하면 10위권 작가는 전원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이 변동성의 교훈은 오랜 시간을 살아남는 젊은 작가가 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게니는 10위권 회화 작가 중에서도 판매액이 가장 높습니다. 게니는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했던 5월 26일 크리스티홍콩에서 대표작 시리즈 중 하나인 2014년작 'Pie Fight Interior 12'를 8100만홍콩달러(약 128억원)에 팔아치웠습니다. 5월 19일 'Degradate Art'(2016년작)가 소더비뉴욕에서 930만달러(약 117억원)에 팔린 자신의 기록을 일주일 만에 다시 쓴 것입니다. 게니는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루마니아관을 장식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부각됐습니다. 차우셰스쿠 독재 정권에서 성장기를 보낸 루마니아 작가 게니는 침묵하는 세계에 린치를 가하는 작가입니다. '파이 싸움(Pie Fight)' 시리즈의 인물들은 얼굴에 파이를 뒤집어쓰고 상대를 향한 분노를 숨기고 있습니다. 억압된 사람들의 고통을 표현한 게니의 작품은 그로테스크한 미학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게니는 "나는 구도와 구상, 빛 등을 거의 고전적인 방식으로 사용해 이미지를 만든다"고 작업을 설명합니다. 그는 직접적으로 히틀러, 레닌, 스탈린과 같은 독재자를 화폭에 담아 권력의 병폐, 역사의 트라우마를 그려내기도 했습니다. 교황과 다윈을 비롯한 유명인의 초상을 짓뭉개진 형태로 그려내는 '21세기 프랜시스 베이컨'이 다음 10년 동안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성장을 이끄는 아시아 시장
5월 19일 소더비에서 약 20억원에 팔린 안나 웨얀트의 `폴링우먼`. [사진 출처 = 소더비]
지역적으로는 이 시장을 이끄는 건 중국과 아시아입니다. 최근 2년간 홍콩 경매시장에서 에이버리 싱어, 조엘 메슬러, 조너선 채플린, 지니브 피기스, 아모아코 보아포, 하비에르 카예하 등 신기록 경신을 이어간 작가들 작품을 수집한 이들은 모두 45세 이하의 아시아 컬렉터였습니다. 아트넷에 따르면 2020년 초현대미술 경매에서 아시아 비중은 47%로 미국(30%)과 유럽(23%)을 압도합니다.
안나 웨얀트. [사진 출처 = 소더비]
5월 10일 크리스티뉴욕 경매에서 아시아 컬렉터는 또 한 명의 젊은 여성 스타를 탄생시켰습니다. 세계적인 화상 래리 거고지언의 새 여자친구로 유명한 애나 웨얀트는 27세로 최연소 거고지언 전속작가가 되면서 뉴욕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인물입니다. 금발의 화려한 외모와 함께 인스타그램, 뉴요커 만화 등에서 소재를 찾아 자신과 닮은 듯한 인물들의 초상을 과장되게 그리면서 '소셜 미디어 시대의 새로운 사실주의'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이날 경매에서 머리를 식탁보처럼 늘어뜨리고 있는 젊은 여성을 그린 '서머타임(Summertime)'(2020년작)은 추정가의 7.5배에 달하는 150만달러(약 18억8300만원)에 낙찰됐습니다. 웨얀트는 곧이어 5월 19일 소더비 '더 나우'에서 '폴링우먼'이 162만달러(약 20억3800만원)에 팔리며 기록 경신을 이어갔습니다.
5월 10일 크리스티뉴욕에서 10억3000만원에 팔린 아모아코 보아포 `Yellow Dress`. [사진 출처 = 크리스티]
지난 3월 크리스티상하이 경매에서는 '흑인 예술'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가나 출신 아모아코 보아포(1984년생)의 '오렌지 셔츠'(2019)가 추정가의 3배인 876만위안(약 17억원)에 낙찰되기도 했습니다. 필립스(Phillips Art Advisory)의 케이비 양은 "(초현대미술의) 매수 규모가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과거에 작가들의 초기 가격이 5만달러에서 20만달러로 오르는 데는 수년이 걸렸지만 이제 1년 이하가 걸릴 수 있다"고 진단합니다. 심지어 미술관들도 유색·여성 작가 작품을 수집하기 위해 미술관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은 마크 로스코의 그림을 팔아서 미칼린 토머스, 배리 맥기, 리베카 벨모어의 작품을 사는 데 50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리포트는 새로운 컬렉터의 취향을 이렇게 분석합니다. 첫째, MZ세대 컬렉터들은 시장에서 성장세를 보이면서 자신과 같은 세대에 속한 예술가의 작품을 수집하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둘째, 이들은 이전 세대들보다 수익에 더 동기부여를 합니다. 딜로이트의 최근 보고서는 35세 미만 수집가는 64%가 투자 수익이 가장 중요한 구매 요인이라고 답한 데 비해, 35세 이상 수집가는 30%에 그쳤습니다. 이러한 구매자들 중 많은 수가 지난 18개월 동안 주식시장과 가상화폐를 통해 수익을 얻었고, 다수는 재판매 가치가 없다고 믿는 것에 대해 2만달러를 지불하기보다는 2년 후에 수익을 낼 작품에 20만달러를 쓰기를 원한다고 답했습니다. 이처럼 젊은 컬렉터를 잡으려는 경매사와 화랑 등 시장조성자의 노력과 정보기술(IT) 업종 등에서 벼락부자가 된 아시아 새 컬렉터들의 만남이 '초현대미술 호황' 비결입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술시장의 새로운 엔진은 이렇게 만들어지는 중입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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