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전 바구니처럼 도는 이건 통돌이(일반형) 세탁기. 다람쥐 통처럼 도는 이건 드럼 세탁기다. 이렇게 세탁기는 통돌이 세탁기, 드럼 세탁기 다 있는데 건조기는 드럼만 있더라. 유튜브 댓글로 “통돌이 건조기가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취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세탁물이 서로 잘 떨어지게 만들기 위해서다.
통돌이 건조기가 없는 이유

잠깐 짚고 넘어갈 게 있는데 ‘통돌이’라는 표현은 모 브랜드의 일반형 세탁기를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통돌이란 이름이 정감 가는지 일반형 세탁기=통돌이 세탁기라는 게 통상적으로 쓰인다. 그래서 우리도 일반형 세탁기를 통돌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럼 정말 통돌이 건조기는 없는 건지 정해련별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품 기획자에게 물었다.
정해련별 삼성전자 상품 기획자
“가정용으로 일반형(통돌이) 방식의 건조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삼성전자에서 확인한 바로는 가정용 통돌이 건조기는 없다는 얘기. 다만 삼성에서도 산업용은 워낙 다양한 제품들이 존재해서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하는데 산업용 의류 살균 건조기 중에선 이렇게 캐비넷형으로 된 건조기는 있긴하다.

근데 수영장에서 수영복 말릴 때 쓰는 그 기계는 통돌이 방식인거 같은데 이건 건조기가 아닌가?
정해련별 삼성전자 상품 기획자
“수영장에 있는 제품은 건조기가 아니고 탈수기이고요. 젖은 수영복을 빠른 회전으로 탈수하는 겁니다. 수영복의 특성상 남은 수분이 빨리 제거되기 때문에 건조가 된 거 같다고 느끼시는 거고요”

그럼 왜 통돌이 건조기를 안 만드는 걸까?
정해련별 삼성전자 상품 기획자
“세탁물 건조 시에는 세탁물 사이사이로 온풍이 잘 순환해야 합니다. 일반형 세탁기 방식은 물을 받아 세탁하기엔 유리한 구조이지만 건조하기에는 세탁물들이 아래에 뭉쳐있고 회전하더라도 통 벽에 붙을 뿐 세탁물끼리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건조에는 드럼 방식이 유리합니다”

정리하자면 통돌이 방식은 세탁물이 뭉쳐져 온풍 순환이 안 되는 반면 드럼 방식은 세탁물이 중력에 의해 떨어지며 서로 뭉치지 않고 벽에 달라붙지 않으니 온풍 순환도 잘돼서 더 잘 건조된다는 것. 굳이 비유하자면 로또 추첨 복권기에서 로또 공이 둥근 통 안에서 바람으로 올려졌다 중력으로 떨어지기를 반복하니 뭉쳐지지 않는 모습과 비슷하다.

이건 1937년 미국인 헨리 W. 알토퍼가 발명한 최초의 전기 건조기 특허 설계도다. 이 커다란 통(12번)이 실린더. 지금의 드럼 건조기 드럼통이다. 이 작은 덕트에선 뜨거운 공기를 강제로 주입시키고. 아래 작은 모터(27번)가 돌며 통을 돌리는 구조이니 지금의 드럼 건조기와 거의 똑같은 모습. 이전에도 화덕식 의류 건조기는 있었지만 최초의 ‘전기’ 건조기만큼은 지금과 같이 드럼형으로 고안됐던 셈이다. 이건 1년 뒤 출시된 조금 더 대중화된 건조기 광고 사진인데 역시 눕힌 드럼통을 이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탁기도 전부 드럼형으로 만들면 안 될까? 세탁기의 경우 드럼형과 일반형 각자 장단점이 있어 둘 다 필요하다고 한다.
정해련별 삼성전자 상품 기획자
“쉽게 설명하자면 드럼과 일반형(통돌이)은 과거 세탁기가 없던 시절 빨랫방망이는 드럼, 빨래판은 일반형(통돌이)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드럼은 적은 양의 물을 넣고 세탁물의 낙차(빨랫방망이 역할)를 이용해 오염을 제거하고 일반형(통돌이)은 많은 양의 물을 받아 세탁물끼리의 마찰(빨래판)을 이용해 오염을 제거합니다. 드럼은 물을 적게 쓰지만 온수를 쓰거나 물을 가열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조금 더 사용하고요. 일반형(통돌이)은 물을 많이 쓰지만 가열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를 덜 쓰게 됩니다”

정리하자면 전기를 아끼고 싶으면 통돌이를, 물을 아끼고 싶으면 드럼형이 좋다는 거다. 당신도 취재를 의뢰하고 싶다면 댓글로 의뢰하시라. 지금은 “박물관 전시물을 파손하면 어떤 처벌을 받는지 취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 중이다. 구독하고 알람 설정하면 조만간 취재결과가 올라올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