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코드 말고 전화 거세요"..방역패스 첫날, 준비 안된 식당들

방역패스 적용이 시작된 3일, 세종시 어진동의 한 음식점 입구에는 백신접종 QR코드를 찍으려는 손님들로 긴 줄이 이어졌다. 이날 새로이 적용되는 QR코드 업데이트를 아직 하지 않은 손님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대기줄이 길어지자 가게 주인은 QR코드 리더기를 놔둔 채 육안으로 손님들의 COOV앱을 확인한 뒤 방역콜로 전화를 걸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 북창동의 한 음식점 사장은 "지난해 위드코로나로 전환할 당시 QR코드 대신 방역콜로 전환하라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유도했다"며 "이번에 다시 QR코드를 찍고 들어오게 하라는데, 일일이 확인할 직원도 없고 손님들 앱 업데이트 문제까지 있어 사실상 제대로 체크를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코로나19(COVID-19) 백신에 6개월의 유효기간을 적용해 식당과 커피숍 등 다중이용시설의 이용을 제한하는 '방역패스'가 시행됐지만 아직 상당수 소상공인들은 손님들의 접종 여부를 점검할 충분한 준비를 갖추고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위드코로나'를 시행하면서 방역콜 체제로 전환한 상당수의 업소는 QR코드를 확인할 별도의 인원을 배정하지 않는 이상 면밀하게 손님들의 방역패스 유무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찾은 전남 순천, 목포, 여수 지역 식당과 커피숍 대다수는 QR체크인 대신 가게마다 배정된 방역콜로 전화를 걸게 하고, 이후 질병관리청의 백신접종앱인 'COOV'를 육안으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손님들의 접종 여부를 파악하는 모습이었다. 20여곳의 가게 중 두어곳을 제외한 나머지가 이와 같았다.
이 당시는 '6개월 유효기한'의 방역패스가 시행되기 전이지만, 2차 접종 완료 후 14일이 지나야 단체로 가게 이용이 가능한 때였다. 하지만 가게 주인들은 대부분 방역콜 번호가 적힌 안내판을 가리키며 전화해달라고 요청할 뿐 손님이 실제로 전화했는지 여부는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 COOV앱의 접종완료 화면도 자세히 들여다보는 상인들은 극히 적었다. 대부분은 손님이 앱을 꺼내들자마자 제대로 확인도 안한 채 주방이나 다른 서빙테이블로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QR코드 리더기를 설치한 업소 역시 백신접종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모습이 보였다. 순천의 한 업소에서는 QR코드를 찍지 않고 입장한 손님이 식사 도중 가게 입구로 가 스스로 QR코드를 찍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한 상인은 "QR코드를 찍는지 확인하려면 직원 1명이 계속 카운터에 붙박이로 있어야 하는데 요즘 장사가 잘 안돼 가뜩이나 적은 인원으로 가게를 꾸리는 상황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그저 손님들이 자발적으로 QR코드를 잘 찍고 들어오겠거니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방역패스 적용 전에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기기 지급과 교육, 앱 업데이트 안내 등이 선행됐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손실보상 계획을 발표하면서 방역물품 대금 10만원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방역패스 적용 첫날인 3일까지도 아직 방역물품지원금 신청 접수를 시작하지 않은 지자체가 대부분이다. 10만원으로 책정한 지원금 규모 역시 충분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상인은 "장사가 안돼 종업원을 줄인 가게가 적지 않을텐데 여기다 QR코드 체크인까지 확인할 여력이 되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접종 여부를 허술하게 체크한다면 오후 9시까지 영업제한을 하더라도 얼마나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방역수칙을 위반한 업체에는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면서 손님들에게는 10만원만 물린다는데 어느 손님들이 성실하게 방역콜 전화를 걸고 앱을 찍고 입장하겠느냐"며 "업소에만 부담을 지울 게 아니라 손님들도 책임감을 갖고 스스로 수칙을 지킬 수 있도록 과태료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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