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쳐서 뽑는다"..개발자 구인난에 대처하는 법

IT 기업들의 채용 풍속도가 달라졌다. ‘시험 봐서 뽑는다’는 옛말. ‘써보고 뽑는다(인턴)’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젠 ‘가르쳐서 뽑는다’가 대세다. 대규모 채용 후 직무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직무 교육을 시키고 그 안에서 우수자를 선별해 채용하는 것이다. 최근 IT 업계에 불고 있는 ‘선(先)교육, 후(後)채용’ 트렌드를 살펴봤다.

개발자 부족에 시달리는 IT 업계에서 ‘선교육, 후채용’ 바람이 불고 있다. /조선 DB

◇확산하는 ‘선교육, 후채용’

AI(인공지능) 가상 인간을 만드는 스타트업 딥브레인AI는 2022년 2월 셋째주 개발자 8명을 대상으로 채용 면접을 진행한다. 이번 채용은 신입 채용 공고를 통한 것도, 경력자 채용도 아니다. 딥브레인AI가 2021년 12월 주최한 7주짜리 무료 교육 프로그램인 ‘AI 아카데미’에 참여한 20여명의 교육생 중 우수자를 대상으로 회사가 제안한 채용 면접이다. 이 프로그램은 무료인 데다 수료증을 발급하고 10년 차 이상 전문가들이 맞춤형 교육을 한다는 소식에 모집 당시 경쟁률이 10대 1이 넘을 만큼 인기였다. 딥브레인AI는 우수 수료자들에게 업계 최고 연봉과 1000만원의 입사 보너스를 제안하며 채용에 나섰다.

딥브레인AI는 공대 나온 석·박사 출신은 대부분 네이버, 카카오 같은 대기업으로 가는 데다 딥러닝(기계 학습의 일종)을 할 줄 아는 AI 인재는 워낙 희소하다 보니 아예 직접 키우기로 한 것이다. 현재 위탁 교육으로 진행 중인 AI아카데미의 인재 유치 효과가 높다고 판단되면 연내 자체 교육 과정으로 전환할 계획도 갖고 있다.  

가상 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빗썸은 지난 2월 7일부터 1~4년 차 경력 개발자 50여명을 대상으로 ‘빗썸 테크캠프’라는 교육 과정을 시작했다. 블록체인, iOS(애플 운영체제) 개발 과정을 3~4주간 무료로 가르친다. 재직자들을 배려해 퇴근 후인 오후 7시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비대면으로 교육을 한다. 빗썸은 교육 종료 후 우수자를 대상으로 채용 전형을 진행할 계획이다. 빗썸 관계자는 “무료 교육을 통해 회사는 우수 개발자를 찾을 수 있고, 교육생은 블록체인 업계에 관심을 갖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대규모 인력을 한번에 뽑아 직무 교육을 하기보다 필요한 인재를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사진은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 속 채용 면접 장면. /MBC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 캡처

개발자 인력 부족에 직면한 네이버 카카오는 AI 개발인력 양성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네이버는 커넥트재단에서 운영하는 부스트캠프 AI 테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선발 과정을 거쳐 5개월간 밀착 멘토링을 포함한 AI 커리큘럼을 진행한다.

카카오도 2021년 10월 취업 연계형 주니어 육성 프로그램 카카오브레인 패스파인더 프로그램 지원자를 모집했다. 선발된 지원자들은 2개월 동안 카카오브레인의 AI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전문 멘토링을 지원받는다. 우수 활동자에게는 정규직 채용 기회를 준다.

대규모 공채를 폐지한 대기업들도 최근 이런 방식의 채용을 늘리고 있다. 포스코 IT 서비스 계열사인 포스코ICT는 2021년 12월부터 시작한 ‘청년 IT 전문가 아카데미’라는 6개월짜리 교육 프로그램으로 신입 사원을 채용한다. 청년 IT 전문가 아카데미는 교육비가 전액 무료며, 매달 30만원의 훈련수당을 제공한다. 2021년  선발한 1기생 21명에 이어 2022년 2월에 25명을 추가 선발했다. 수료 후 입사가 보장되지만 의무는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 공채로 대규모 인력을 한꺼번에 뽑아 직무 교육을 하는 것보다 필요한 인재를 전문적으로 육성해 선발하는 ‘핀셋식 채용’이 입사자에나 회사에나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인재 유치와 사회 공헌 효과 ‘일석이조’

기업들이 자체 교육을 하고 인재를 채용하는 방식을 택하는 건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당장 현장에 투입하기에 신입은 경험이 부족하고 경력 있는 고급 개발자는 찾기가 쉽지 않으니 기업이 직접 나서 인재를 교육하고 채용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개발자 채용 경쟁이 워낙 심하다 보니 ‘일단 공짜로 가르쳐 주겠다’는 무료 교육이 인재를 기업으로 끌어들이는 하나의 유인책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교육만 시키고 채용을 못하면 기업 입장에서 손해가 아닐까. 기업들은 비록 입사를 하지 않더라도 IT 교육을 받은 인력을 사회에 배출하는 사회 공헌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삼성청년SW아카데미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교육생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5년째 사회 공헌 차원에서 운영 중인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가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는 채용과 상관 없이 교육생 전원에게 매달 100만원을 주면서 1년간 집중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한다. 수료생 2199명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카카오, 네이버, LG CNS, 현대모비스, 신한은행 등 643개 기업에 취업했다.

◇경력 대신 신입 개발자 찾는 기업 증가

기업들이 선호하는 개발자의 직무와 연차도 달라졌다. 2022년 채용시장에서 기업이 가장 선호하는 개발자 직무는 ‘자바(Java)’, 가장 선호하는 연차는 ‘3년차’로 나타난 것이다. 개발자로 전향하는 비전공 신입 개발자가 증가하며 경력 개발자 채용을 고수하기보다 신입 개발자 채용에 나서는 기업도 많아졌다.

개발자 전문 채용 플랫폼 ‘점핏’을 운영하는 사람인이 점핏에 등록된 개발자 채용 공고를 분석한 결과 최근 기업 수요가 가장 많은 기술 스택(Tech Stack·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서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와 프레임워크와 관련 도구 일체를 각 분야별로 정의한 것을 뜻하는 용어)은 ‘자바’가 30.9%(복수집계)로 가장 많았다. 일반 소프트웨어(SW)와 백엔드, 안드로이드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가장 많이 쓰이는 기술 스택인 자바의 위상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자바스크립트(24.5%), 파이선(18.8%), MySQL(16.2%), 리액트(14.9%), HTML5(13.6%),  노드JS(13.4%), c++(11.7%) 순이었다.

직무별로는 서버·백엔드 개발자가 25.5%(복수집계)로 1위였다. 다음으로 프런트엔드 개발자(15.2%), SW·솔루션(10.9%), 웹 풀스택 개발자(8.7%), 안드로이드 개발자(7.3%), iOS 개발자(6%), 인공지능(AI)·머신러닝(5.5%), 데브옵스·시스템 엔지니어(5.5%)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개발자 채용에서 기업들이 선호하는 직무는 ‘자바(Java)’, 연차는 ‘ 3년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연차별로는 3년차(최소지원가능 연차 기준) 공고가 31.3%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신입(17.9%), 2년차(16.9%), 5년차(15%), 1년차(9.9%), 4년차(4.2%) 순이었다. 특히 신입부터 2년차 인재를 찾는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44.8%를 차지했다.

이는 3~5년 이상 숙련된 경력자를 구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최소 지원 연차를 낮추거나 신입 채용까지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점핏이 2021년 11월 IT 기업 100곳을 조사해 보니, 10곳 중 9개(86%) 기업이 신입 개발자 채용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을 뽑는 이유는 경력자 채용이 어려워서(53%), 사세확장 및 신입 개발자 양성을 위해서(39%)가 각각 1, 2위였다.

점핏 관계자는 “전공자뿐 아니라 개발자로 전향을 꿈꾸는 비전공 신입 개발자들도 계속 증가하고 있어 개발자 인력풀은 더 풍부해지고 있다”면서 “경력 개발자 채용을 고수하기보다 회사 상황이나 프로젝트에 따라 유연한 채용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글 jobsN 강정미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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