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해운대에서 20대 군인이 만취운전자 차량에 치여 사망한 ‘윤창호씨 사건’.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 등 여론에 힘입어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에게 최대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윤창호법’이 제정되고 음주운전 측정기준도 강화됐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망사고에서는 법원이 가해자에게 무기징역이 아닌 징역 8년을 선고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왜 그런 걸까. 유튜브 댓글로 “우리나라 음주운전 처벌 수위가 낮은 게 사실인지 취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해외 주요국들과 비교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윤창호법’이 제정되면서 최대 처벌 수위는 높아졌지만 법원 현장에서는 대법원 양형 권고기준에 따라 처벌 수위가 최대 8년을 넘지 않고 있으며, 과거보다 강화된 기준에도 불구하고 해외 주요국에 비해서는 음주운전의 심각성을 바꿀 정도의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음주운전으로 사람 죽여도 고작 8년?

지구촌에는 음주운전을 할 경우 최대 사형, 평생 면허 취소와 같이 한국보다 음주운전 처벌 수위가 센 나라들이 존재한다. 우선 중국과 대만에선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케 하면 최대 사형 선고가 가능하다.

2013년 중국 상하이에서 음주운전으로 3명을 죽이고 3명을 다치게 한 40대 남성에게 사형을 집행한 사례가 있다. 대만도 2019년부터 형법을 개정해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일으킨 재범 운전자에 대해 최대 사형까지 처벌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중국이야 뭐..그렇다치고 대만은 왜 이렇게 처벌수위가 높을까. 이건 형법 개정 당시 반복적인 음주운전은 ‘고의적 살인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대만 형법 개정을 이끌어낸 건 2019년 2월의 음주운전 사고였는데 8중 추돌끝에 2명을 사망케 한 가해자가 이미 1년전 음주운전으로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음에도 반성하지 않고 또다시 끔찍한 사고를 일으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사망사고가 나도 처벌의 체감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가 2020년 대만 유학생 쩡이린씨를 치어 숨지게 한 음주운전 사건을 두고 강력한 처벌이 내려지기를 촉구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와 23만명 넘게 서명했지만 윤창호법 최고 형량인 무기징역이 아닌 징역 8년형이 선고됐다.

판사들이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권고한 가중처벌 양형기준인 징역형 4~8년 이하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 이 사건은 1심과 2심 모두 징역 8년을 선고했는데, 대법원에서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고, 결국 윤창호법 위반 혐의가 빠진 상태에서 최근 다시 징역 8년이 선고됐다.

작년 11월 헌법재판소가 윤창호법 내용 중 2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시 가중처벌한다는 내용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게 쟁점이었다. 당시 헌재는 초범과 재범 사이 시간 제한을 두지 않고 가중처벌하는 건 과도하다고 지적했는데, 이 때문에 최근엔 초범 이후 10년 내에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가중처벌하는 등의 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살인죄는 고의범죄인 반면 음주운전은 과실 범죄로 살인죄보다 낮게 법정형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과, 최고 형량을 적용하지 않으면 윤창호 법의 시행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면허 취소 요건은 어떨까. 독일과 호주, 미국 뉴욕주가 최대 영구 면허 박탈이 가능하고 프랑스는 최대 10년 면허 취소가 가능하지만 한국은 뺑소니나 사망 사고를 낼 경우 최대 5년간 면허가 취소된다. 앞선 나라들에 비교해 한국은 면허 취소 기간이 짧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김원중 청주대 법학과 교수
"저희들이 비교를 해봐도 훨씬 처벌 강도가 낮은 거죠. 음주를 했을 때 그로 인해 처벌받으면 그 처벌받는 것에 대한 위화감으로 처벌을 억제할 수 있는 정도의 효과를 노려야 하는데…”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자는 국민 청원에 전문가 의견까지 있는데도 왜 우리나라는 몇몇 국가들에 비교해 처벌 수위가 낮을까
김원중 청주대 법학과 교수
"우리가 그동안 법에 대해서 너무 처벌이 강하면 안 된다는 그런 주장이 너무 강해졌다는 거죠. 사회적 합의… 언론이 중요하겠죠. 한 명의 과실, 음주운전으로 인해서 받는 피해는 엄청나거든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발생하기 때문에 미리 사전 예방적인 차원이라든지 또는 피해 배상에 대한 문제 이런 것들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보이는 거죠”

정리하자면 우리나라보다 음주운전 처벌 수위가 강한 나라는 꽤 많다는 것. 음주운전을 예방하고자 윤창호법이 시행됐지만 현장에서는 이에 따른 최고 처벌 수위를 적용하지 않거나 일부 법 조항이 위헌 결정을 받는 등 여전히 시행착오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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