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앤서 수출 '일등공신' 이기혁 이지케어텍 전무 "HIS 시장 30% 점유 목표"

이기혁 이지케어텍 클라우드&해외사업부문 부문장(전무)이 <블로터>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서울 중구 광희동 사옥에서 기념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그는 “‘메이드 인 코리아’ 솔루션이 사우디뿐 아니라 미국·일본 등 의료 시장이 큰 국가의 병원에서도 사용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사진=정두용 기자)

“국내 병원정보시스템(HIS) 시장을 30% 이상 점유하는 게 목표입니다. 인공지능(AI) 주치의 ‘닥터앤서’와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 ‘엣지앤넥스트(EDGE&NEXT)’ 모두 매력적인 서비스라 가능성은 충분하죠.”

문재인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방문길을 함께 한 이기혁 이지케어텍 클라우드&해외사업부문 부문장(전무)을 최근 서울 중구 광희동 사옥에서 만났다. 그는 “‘메이드 인 코리아’ 솔루션이 사우디뿐 아니라 미국·일본 등 의료 시장이 큰 국가의 병원에서도 사용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을 계기로 국내 기술로 만든 AI 의료소프트웨어 ‘닥터앤서’의 수출이 가시화됐다. 사우디 국방보건부(MNG-HA)가 지난달 18일 구매의향서(LOI)에 서명, 자국 병원 도입에 관심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이지케어텍은 국내 닥터앤서 개발사들을 대표하는 주관사로 구매의향서 체결에 참여했다.

컴퓨터학과 졸업 후 ‘의사의 길’…의료AI 수출 적임자

이 전무는 이번 구매의향서 체결을 끌어낸 핵심 인물이다. 1997년 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를 졸업한 뒤 의사의 길에 뛰어든 이 전무는 현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부교수를 겸하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국산 AI 의료소프트웨어 수출의 적임자로 평가받는 이유다.

이 전무는 인터뷰 내내 의학은 물론 소프트웨어 전반에 전문가의 면모를 보여줬다. 이지케어텍의 사업을 설명할 땐 개발자 특유의 천진난만함을 보이면서도 닥터앤서를 소개할 땐 의사로서의 전문성을 나타냈다.

이 전무는 “2014년부터 사우디 국가방위사령부 산하 병원에 HIS를 공급하는 사업을 진행해온 경험이 이번 구매의향서 체결 논의 과정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며 “닥터앤서의 수출까진 본계약 체결이란 산이 남아있지만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긍정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케어텍은 이번 성과를 끌어낸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구매의향서 체결이 이지케어텍의 현지 인프라를 기반으로 성사됐기 때문이다. 회사는 사우디 합작법인(JV)을 통해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HIS를 구축·운영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지케어텍의 협조가 없었다면 이번 구매의향서 체결 성과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위원량 이지케어텍 대표, 김정삼 과기정통부 소프트웨어정책관, Dr.크나위 사우디 MNGHA CEO가 지난달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최된 ‘한국-사우디 스마트 혁신성장 포럼’에서 인공지능(AI) 의료소프트웨어 닥터앤서의 구매의향서(LOI)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지케어텍의 주력 사업이 HIS인 점도 닥터앤서의 사우디 수출 가능성을 높인 지점으로 작용했다. 이 전무는 HIS 사업을 추진하며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을 추진해온 노하우가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HIS라고 하면 통상적으로 전자의무기록(EMR)을 생각하기 쉽죠. 그러나 HIS는 EMR을 포함한 병원의 모든 정보의 이동을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핵심 시스템은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지만, 식사 관리·팩스·전화 등의 서비스까지 한 회사가 모두 갖추긴 힘들잖아요. 협업이 HIS 사업의 기본인 셈입니다. 닥터앤서도 각 질병에 특화된 의료기관과 ICT기업이 팀을 이뤄 개발하는 형태인데요. 하나의 질병에 대한 AI 소프트웨어만으론 서비스 매력이 떨어지죠. 사우디 측에 닥터앤서를 통합 솔루션으로 소개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저희가 그간 쌓아온 HIS 협업 노하우가 핵심이 됐습니다. 이지케어텍은 각 기업이 개발한 닥터앤서 소프트웨어를 통합해 제공하는 ‘총판’ 역할을 맡는다고 보면 쉬울 것 같습니다.”

이 전무는 이 때문에 닥터앤서를 개발한 기업과의 협업이 자사의 HIS 상품의 매력을 높일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HIS의 경쟁력은 얼마나 다양한 기능을 편리하게 제공하는 데 달려있다”며 “각 기업이 구축한 닥터앤서 소프트웨어를 자사의 HIS 솔루션에 붙여 제공한다면 양사 모두에 ‘윈-윈’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무는 닥터앤서를 통합해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이지케어텍이 2020년 3월 국내 최초로 선보인 퍼블릭 클라우드 기반의 HIS ‘엣지앤넥스트’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클라우드 기반인 엣지앤넥스트는 기기·플랫폼에 대한 운영 제약이 현저히 적습니다. 데스크톱은 물론 태블릿PC·스마트폰에서도 언제든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죠. 인터넷 브라우저 역시 네이버 웨일·구글 크롬·마이크로소프트 엣지 등을 가리지 않고 작동합니다. 또 초기 설치비용이 다른 시스템 대비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죠. 무엇보다 다양한 시스템을 통합하는 데에도 최적화돼 있습니다. 엣지앤넥스트는 이 때문에 닥터앤서를 담기에 가장 적합한 솔루션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이지케어텍이 개발한 퍼블릭 클라우드 기반의 병원정보시스템(HIS) ‘엣지앤넥스트’의 주요 기능.(사진=이지케어텍)

“성과 올리고 있지만 갈 길 먼 닥터앤서, ‘건강보험 수가’ 등재 절실”

닥터앤서는 의료 빅데이터를 통해 의사의 진료·진단을 지원해주는 AI 기반 소프트웨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2018년 ‘정밀의료 소프트웨어 선도’를 목표로 개발을 시작했다. 현재 일부 질병에 대한 진단 소프트웨어의 구축을 마친 상태다. 국내 38개 의료기관에서 진행된 임상검증 과정에서 △진단정확도 개선 △진단시간 단축 등의 의학적 성과를 거뒀다. 국내 65개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번 사우디 국방보건부와의 구매의향서 체결은 앞서 2019년 10월부터 실시된 검증과정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양국은 닥터앤서 솔루션 중 4개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5개 소프트웨어에 대한 임상검증을 진행했다. 사우디 현지에서 진행된 검증을 통해 국내와 동등한 수준의 의학적 성과를 확인했다.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 전무는 이에 대해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심전도같이 비교적 정확한 진단이 가능한 영역도 있지만, 고도의 의학적 지식을 요구하는 질병의 진단에선 아직 정확도가 높지 않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 전무는 이 때문에 닥터앤서의 ‘건강보험 수가 등재’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닥터앤서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데이터를 쌓는 과정이 필요해요. 의료보조 서비스란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선 결국 현장에서의 검증이 필수적이죠. 그러나 현재 체제에선 병원이 나서 닥터앤서를 도입하기엔 부담이 많습니다. 건강보험 수가로 병원의 비용을 보존해준다면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 시스템 고도화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 전무는 건강보험 수가 등재가 수출 측면에서도 꼭 필요한 제도라고 했다. 그는 “닥터앤서가 ‘병원 자체적으로 비용을 투자해 사용할 만큼 매력적인가’라고 묻는다면 확실하게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렵다”며 “아직 고도화가 더 필요한 영역이 있다고 여겨지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할 환경이 구축된다면 이는 서비스 품질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고, 정확도 향상은 수출 매력도를 높일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기혁 이지케어텍 클라우드&해외사업부문 부문장(전무)이 서울 중구 광희동 사옥에서 <블로터>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이지케어텍)

이 전무는 HIS 구축의 국내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213년 분당서울대학교 병원의 HIS인 베스트케어 2.0(BESTCare 2.0) 구축 사업을 전담해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이지케어텍에 2014년 합류한 뒤로 사우디 국가방위사령부 산하 병원에 HIS 공급 사업을 이끌었다. 또 △사우디 왕립위원회 산하 주베일 병원 △미국 오로라 정신과 병원그룹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충남대학교 병원 △충북대학교 병원 등에도 HIS를 공급하는 데 참여했다.

“의료격차를 줄이고 싶다”는 꿈을 달성하기 위해 고려대 컴퓨터학과 졸업 후 서울대 의학과에 입학했다는 이 전무는 ‘최종 목표’를 묻는 질문에 “HIS의 고도화를 통해 의료 노동의 효율화에 동참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현재 병원 소속된 다양한 전문가들은 HIS를 중심으로 환자에 대한 의견을 끊임없이, 그리고 치열하게 주고받고 있다”며 “HIS 효율화는 현재 의료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한 방법이라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닥터앤서 사업이란?

닥터앤서는 정부 디지털뉴딜 정책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1.0과 2.0으로 개발 단계가 나뉜다.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의료기관·기업들은 소프트웨어의 적용 범위 증가·진단 정확도 향상 등을 목표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국비 364억원이 투입된 닥터앤서 1.0 개발엔 26개 의료기관과 22개 ICT기업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 2020년 대장암·유방암 등 한국인의 주요 8대 질환의 진단을 돕는 21개 AI 의료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닥터앤서 2.0 개발은 지난해 시작됐다. 30개 의료기관과 18개 ICT기업이 참여 중이다. 간질환·우울증 등 12대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24개 소프트웨어를 2024년까지 개발하는 게 목표다. 국비 299억원2100만원이 투입된다. 이지케어텍은 닥터앤서 2.0 개발에서 분당서울대병원과 함께 폐렴 진단을 돕는 AI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닥터앤서1.0 주요 임상 성과.(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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