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코치 김혜은을 인생 사부로 만들어주는 명언들('스물다섯 스물하나')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2. 2. 2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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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스물하나', 배우 존재감 마음껏 드러낸 인생 코치 김혜은

[엔터미디어=정덕현] "야 설득도 기술이다. 우째 그리 센스가 없노? 무식하고 촌스럽고. 너 펜싱도 딱 그리 하재?"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양찬미(김혜은) 코치는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더니 던지는 대사 하나하나 역시 가슴에 콕콕 박히는 명언들이다. 그는 펜싱 코치로서 나희도(김태리)에게 펜싱에 대한 조언들을 던지지만, 그건 거기에서 머무는 게 아니다. 그 말 속에 펜싱을 넘어서는 인생에 대한 조언들이 담겨져 있어서다.

펜싱부에 들어오는 테스트라며 갑자기 짤짤이를 제안하고 하는 족족 따가는 양찬미 앞에서 울음을 터트리며 이게 무슨 펜싱과 관련이 있냐는 나희도에게 양찬미는 이렇게 말한다. "와 상관이 없노? 운동선수가 머 운동만 잘하면 다 성공하는 줄 아나? 실력은 다 거서 거다. 경기는 운빨. 그리고 기세지. 니 봐라 그거. 운은 드럽게 없어가지고... 근데 또 운빨은 내가 좋다. 선수는 코치 운빨 따라가니까. 2차 테스트 합격. 다음 주부터 태양고로 등교해." 장난스럽지만 나희도에 대한 코치로서의 애정과 더불어, 그의 남다른 펜싱 철학을 담은 대사가 아닐 수 없다.

놀랍게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고유림(보나)과의 테스트 경기에서 나희도는 이겨 기쁘긴 하지만 그걸 드러내놓지는 못한다. 그러자 양찬미는 오히려 이것이 스포츠의 짜릿한 묘미라며 마음껏 기뻐하고 좌절하라고 한다. 그래야 다음이 있다는 것. 그러면서 고유림이 나희도에게 진 이유를 설명한다. 나희도는 고유림의 펜싱 스타일을 다 알고 있는데 고유림은 나희도에 대해 몰랐다는 것. 양찬미는 앞으로도 금메달리스트인 고유림이 이런 상황을 계속 마주할 거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일부러 이 테스트를 시킨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저 "우연히" 이긴 것이라며 겸손을 떠는 나희도에게도 따끔한 한 마디를 보탠다. "우연히? 하 참 야가요, 고유림을 억수로 얕보네? 고유림을 우연히 이긴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것도 무려 올림픽에서. 근데 니가 뭔데 고유림을 이긴 걸 우연이라 하는데? 니 스스로 후려치지 마. 쪼까내뿐다. 나 그런 애 딱 질색이다. 야 완벽한 선수를 이깄다는 거는 그 선수보다 뭐 한 가지는 완벽했다는 거 아이가. 뭐가 더 완벽했을꼬. 힘. 밥 잘 묵고 다녀라." 늘 퉁퉁거리지만 제자에게 자신감을 넣어주려는 코치의 진짜 속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양찬미가 애걸복걸하며 훈련을 요청하는 나희도에게 "꿈꿀 줄 안다"며 시키는 특훈은 마치 무술을 배우러 온 제자에게 일만 잔뜩 시키는 <취권>의 소화자 같은 방식이다. 새벽부터 일어나 10kg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려와 코치를 깨우고, 주말마다 물통 두 개 들고 뒷산 약수를 받아 배달하는 식이다. 또 노래의 안무를 외워 검사받으라고도 한다. 그것이 별 소용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나희도의 체력과 스피드를 길러주고 또 펜싱에 부드러운 춤선 같은 리듬감을 주기 위함이다.

양찬미가 나희도에게 펜싱 코치를 넘어 인생 코치가 되어주고 있다는 건, 야간훈련을 못하게 막는 선배와의 갈등을 자신이 나서서 해결하지 않고 그 스스로 고민해 해결하게 하는 지점에서 드러난다. 그는 대책도 없이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나희도에게 그 "태도가 지금 네가 하는 펜싱"이라고 일갈한다. 그러면서 펜싱은 '칼싸움'이 아니라 '수싸움'이라고 말한다. 상대의 수를 예측하고 자신의 수를 다루는 것. 그걸 '경기운영'이라고 말하는 양찬미의 코칭에는 펜싱만이 아닌 우리네 삶에 대한 조언 또한 담겨있다.

"니가 진 이유. 질 거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라고 그걸 나한테 들켰기 때문에. 니가 이번 평가전에서 만날 선수들 중에 내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겁먹지 마라. 겁먹더라도 들키지 마라." 국가대표 평가전에 나가는 나희도를 위해 직접 대결을 한 양찬미는 그런 말로 제자의 기를 세워준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제목처럼 그 청춘들이 '시대의 무게'와 맞서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동시에 그들이 어떻게 세상과 싸울지 코칭해주는 어른도 등장한다. 양찬미가 바로 그 어른이다. 이 좋은 캐릭터를 만나 제대로 된 어른의 면면을 실감나는 사투리를 섞어 츤데레로 표현해내고 있는 김혜은도 오랜만에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마음껏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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