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가루를 날려~ 갈 때까지 간 K-감성 카페

이 영상을 보라. 커플이 인스타 핫플이라며 찾은 카페가 완전 공사판이다. 요즘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카페를 풍자한 건데 이렇게 정말 코가 땅에 닿을정도로 허리를 구부려야 하는 테이블과 콘크리트가 훤히 드러난 모습이 요즘 K-갬성이란 말인가. 유튜브 댓글로 “선 넘어도 한참 넘은 거 같은 노출 콘크리트 카페가 유행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감성 챙기다 선 넘은 요즘 카페들

SNS에서 극한의 갬성을 보여주는 카페들은 주로 ‘노출 콘크리트’라는 타이틀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 노출 콘크리트란 별도의 마감재를 시공하지 않고, 콘크리트의 물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건축 방식이다. 르 코르뷔지에가 개념을 정립하고 일본의 거장 안도 다다오가 대중화시킨 역사 깊은 공법으로 제주도 본태박물관도 안도 다다오의 설계로 알려져있다.

근데 요즘 뜨는 이런 카페들을 노출 콘크리트 공법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건축 전문가에게 물어봤더니 회색 시멘트가 보인다고 다 노출 콘크리트 인테리어로 보긴 어렵다고 한다. 

김선동 건축가
"노출 콘크리트를 하려면 정말 예쁘게 쫙 빤빤하게 깔끔하게 해놔야 되거든요. 매끄럽게. 외장재는 껍데기니까 예뻐야 하잖아요? 시멘트도, 가루도 고운 걸 쓰고, 틀도 빤빤하고 견고하고 새 걸로 쓰고 코팅 합판이라고 해서...”

노출 콘크리트는 정교한 마감 작업이 필요한 공법이지 원래 있던 벽지를 그냥 뜯어내 방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김선동 건축가님은 시멘트 가루에 대해서도 콘크리트를 매끄럽게 하는 표면처리를 제대로 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후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 당연히 가루가 날릴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김선동 건축가
“ 옛날 것들 털었는데 뭐 가루가 안 날리고, 썩 좋을 거라고 보긴 힘들겠죠. 상식적으로도.”

그러니까 이런 노출 콘크리트 카페들은 어떤 건축적 의미보다는 현실적 이유를 찾는게 더 맞을 것 같다. 경제적 비용을 아낀다는 건데, 실내 인테리어를 노출 콘크리트로 하게 되면 당연히 외부 마감재를 덧붙이지 않아 시공 과정과 비용을 같이 줄일 수 있다. 부족한 건 감성으로 채운다는 게 카페의 의도일거다. 

근데 이게 묘하게도 힙하고 새로운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노출 콘크리트 카페 방문객
“실제로 제가 이런 인테리어의 카페를 처음 접했을 때는 뭔가 공사가 덜 된 것 아닌가라는 당혹스러움을 느꼈었는데요. 이후에 이러한 인테리어가 의도된 것임을 알았을 때는 굉장히 참신하다, 새롭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핫플레이스’의 주 소비층인 MZ세대는 노출 콘크리트 인테리어를 개성과 매력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 사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오래된 장소는 새로움이 된다. 실제로 성수동의 경우 카페들이 옛 공장의 구조를 그대로 살려 인기를 끌었다. 

날 것 그대로의 구조물에서 멋과 감성을 느끼고, 사장님은 비용 아껴서 좋은 노출 콘크리트 카페. 허가는 제대로 나는건지 구청에 확인해봤는데 헐린 건물에 약간의 인테리어를 하는 건 개업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한다. 

구청 건축 안전 관계자
“인테리어는 허가받는 사항이 아닙니다. 인테리어로 인한 안전사고는 불편사항이라 안전점검에서 다루지 않고요.”

구청 관계자는 시멘트가 날리거나 거친 건물 외벽에 다칠 위험이 있는 경우에도 불편사항에 해당되며, 안전진단은 구조적인 붕괴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해당되는 거라고 설명했다. 환기 문제도 법적으로 크게 걸리는 게 없는데 실내공기질 관리법 관리 대상은 대규모 다중이용시설로, 카페와 같은 소규모 근린생활시설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공사장 컨셉의 카페 인기는 계속될까?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젊은 세대들은 새로운 것 추구하고, 자극 추구 성향인, 그런 심리적인 성향이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세대이거든요. 지나치게 불편하거나 이렇게 되는 거가 아니고 약간의 불편함은 도리어 이들에게 더 자극적이고, 스릴이 있고, 이러한 것들을 더 만족시켜주기 때문에 끌린다고 볼 수 있겠죠. 레트로가 과거에 한 번 나왔던 그 역사라든지, 가치라든지, 이러한 것들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세대들은 좀 더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성향도 강하기 때문에 더 레트로를 찾고 있다 라는거죠”

당신도 취재를 의뢰하고 싶다면 댓글로 의뢰하시라. 지금은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명품 브랜드들이 SNS계정을 지우는 이유가 뭔지 취재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중이다. 구독하고 알람 설정하면 조만간 취재 결과가 올라올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