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른 탓만 하냐" 경찰이 집단폭행 당한 양산 여중생에 한 말

지난해 경남 양산시에서 몽골 국적 여중생이 또래 4명으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한 이른바 ‘양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의 변호인이 교육청과 수사기관의 미흡한 조치를 지적하며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피해 학생 A양의 변호를 맡은 권성룡 변호사는 2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가해 학생들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학교, 교육청, 경찰의 형식적인 조사 등으로 A양은 수개월째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7월 3일 자정쯤 경남 양산의 모처에서 발생했다. 가해 학생들은 A양에게 술을 2병 가까이 마시도록 강요했고, 억지로 술을 마신 A양이 토했다는 이유로 집단 폭행을 하기 시작했다. A양은 맨발로 도망치다가 가해 학생에게 붙잡혀 손과 발을 묶인 채 6시간 가까이 폭행당했다. A양 얼굴에 국적을 비하하는 등 모욕적인 낙서를 하고 변기에 머리를 집어넣고, 소변을 핥아 먹게 하기도 했다. 가해 학생들은 이 장면을 촬영한 것도 모자라 주변 친구들에게 유포했고, 해당 영상이 50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권 변호사가 공개한 당시 폭행 장면을 보면 가해 학생 4명은 무릎을 꿇은 A양을 향해 웃으면서 폭행을 가했다.
◇학폭위, 1~9호 중 4호 ‘사회봉사’ 조치
가해 학생들은 이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서 제4호 사회봉사 8시간 조치를 받았다. 권 변호사는 “4호 조치만 받은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A양은 학폭위에 참석조차 하지 못했고, 가해 학생들이 어떤 조치를 받았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교육청에서 학폭위 참석요청서를 보내긴 했지만 폐문부재(문이 잠겨 있고 집에 아무도 없음) 사유로 반송됐는데, 그대로 학폭위가 진행됐다. 여러 피해 사실 중 집단 폭행에 대해서만, 그것도 가해 학생들 진술에 의존해 조처가 내려졌다는 게 권 변호사의 설명이다.
A양은 집단폭행이 벌어진 지 6개월이 흐른 지난 1월 학폭위에 참석할 수 있었다. 힘겹게 피해를 호소하는 A양을 향해 한 학폭위원은 “이렇게 사건이 늦게 해결되는 건 그동안 A양이 진술을 제대로 안 했기 때문”이라며 A양을 탓하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고 권 변호사는 말했다. 그는 “모든 학폭위가 이렇지는 않다”면서도 “그러나 어떤 학폭위에서는 사실관계 확인 제대로 안 하고, 피해 학생에게 2차 가해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했다.
◇경찰, A양 찾아와 “인생 선배로서 얘기한다”

권 변호사는 “A양은 ‘이렇게 맞을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나았을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끔찍한 피해를 입었다”며 “수사기관에서도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한 경찰관은 A양에게 찾아와 “인생 선배로서 얘기하는 건데, 네가 아무 이유 없이 끌려가서 맞은 것도 아니고 같이 술 마시다가 맞은 건데 왜 어른 탓만 하냐?”고 말했고, A양은 억울해서 눈물만 흘렸다고 한다.
권 변호사는 “학교 폭력이 발생하는 경우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사건 처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교육청과 수사기관에서 항상 제대로 일을 하는 건 아니다”라며 “단순히 실수라고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너무나도 큰 잘못이 종종 있다”고 했다. 이어 “A양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삶의 용기를 잃을 정도로 큰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며 “가해 학생들에게 합당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도록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지난 9일 경남경찰청 아동학대 특별수사팀은 가해 학생 4명에 대해 재수사를 벌여 추가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당초 경찰은 공동폭행 혐의만 적용해 이들을 울산지검에 송치했고 법원은 단기 소년원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해당 사건이 알려지면서 가해 학생 엄벌과 신상 공개를 촉구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경찰은 다시 수사에 나섰다. 그 결과 범행 장소에 피해자를 억류한 채 상의를 벗기고 영상을 촬영하거나 몸을 만지고, 팔다리를 묶은 채 폭행을 가하거나 경찰에 다른 상처로 둘러대라고 협박한 부분 등에 대한 추가 혐의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가해 학생 중 촉법소년 2명은 울산지법 소년부에, 나머지 2명은 울산지검에 송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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