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다섯 스물 하나' 김태리 "수많은 고통과 스트레스, 종교적인 느낌으로 감사"[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2. 4.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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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tvN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에서 나희도 역을 연기했던 배우 김태리. 사진 매니지먼트 mmm


배우 김태리는 영화나 드라마의 홍보차 몇 번 팬들과 함께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적이 있다. 이 방송에서 김태리는 여러 작품에서 보여줬던 이미지와는 또 다르게 발랄하고 화통한 실제 성격을 내보였다. 그는 기분이 좋다면 굉장히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는 유형의 사람이다. 화상 형식으로 진행됐던 그와의 만남도 비슷했다. 그는 처음부터 “와하하하하!”하는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면서 바짝 끌어올린 텐션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런 면에서 김태리가 최근 그려냈던 인물 나희도도 그와 많은 모습이 비슷하다. tvN 드라마로 방송된 ‘스물 다섯 스물 하나’는 IMF 구조조정으로 사회에 어둠이 드리우던 1998년을 시작으로 당시 고등학생, 갓 20대를 맞았던 청춘들이 시대의 시련을 이겨나가면서 사랑과 우정, 청춘을 구가하던 과정을 다뤘다. 나고 자라 펜싱밖에 몰랐던 나희도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극의 중심을 잡아나갔다.

시청자들은 나희도의 우직하지만 순수했던 면 그리고 사랑과 우정 앞에 낯설었지만 진심으로 다가섰던 행보를 아꼈다. 비록 둘의 사이는 자우림 동명의 노래처럼 끊어졌지만 오히려 그랬기에 그 여운은 긴 시간을 남아있다. 김태리 역시 종방 즈음, 촬영이 끝난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여운에 휩싸여있었다.

“촬영은 7개월을 했고, 펜싱 배운 것은 따로 또 6개월이었어요. 그리고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 2년 정도 됐죠. 그랬던 작품을 선보이고 큰 사랑을 받으니 믿겨지지가 않아요. 제게는 정말 소중하고 큰 작품입니다. 감개무량합니다.”

tvN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에서 나희도 역을 연기했던 배우 김태리. 사진 매니지먼트 mmm


김태리는 첫 인상부터 나희도에 끌렸지만 나희도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관문을 넘어야 했다. 우선 나희도가 목숨처럼 사랑하는 펜싱을 몸에 붙이기 위해 6개월을 땀을 흘렸고, 서른이 갓 넘은 나이임에도 18세의 나희도를 연기해야 했다. 무엇보다 어려웠던 건 극중 엄마와의 관계였다. 나희도의 엄마는 서재희가 연기한 신재경이었는데 당대 최고의 뉴스 앵커였다. 나희도의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도 일을 위해 자리를 비웠던 그는 일에 있어서는 최고였지만 딸을 다루는데 있어서는 그만큼 어색했다. 김태리 역시 실제도 그렇지만 극중 엄마와 마주치는 게 어색했다.

“10대 연기는 놀랍도록 간극이 없었어요. 저는 고교생을 이미 벗어난 사람이잖아요. 그래도 주변에서 ‘네가 제일 고등학생 같아’라는 말을 들었으니 성공한 거 아닌가 싶어요. 희도가 텐션이 높아서 오히려 가라앉은 아이들 사이에서 이상한 게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죠. 그래도 희도가 방방 뛰니까 중심이 잡혔어요.”

펜싱 연습도 눈물 없이는 못 듣는다. 김태리는 ‘누가 해도 그렇게 못 했으리라’하는 생각으로 펜싱에 매달렸다. 펜싱은 사실 룰도 그렇지만 쉬운 운동이 아니다. 그랬기에 좀 더 잘 보여주고 싶어 극중 모래주머니를 달고 나오는 장면을 재현하기 위해 직접 모래주머니를 달고 뛰는 연습을 했다. 마침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펜싱이 메달을 연거푸 따자 고무되기도 했다. 펜싱 인기가 있으면 드라마의 인기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었다.

“드라마가 1990년대 배경이잖아요. 제겐 너무 먼 시대는 아니었어요. 볼수록 새록새록한 장치도 있었고 삐삐처럼 써보지 못한 것도 있었죠. 그런 정서가 오히려 극의 느낌을 살렸던 것 같아요. 백이진에게 ‘오래된 테이프 속의 그 아이가 내 앞에 서있다’고 하잖아요. 그렇게 작가님의 예쁜 대사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들이 살아난 거죠.”

tvN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의 극중 태양고 4인방. 왼쪽부터 지승완 역 이주명, 나희도 역 김태리, 고유림 역 보나(김지연), 문지웅 역 최현욱. 사진 tvN


나이가 다 달랐던 태양고 4인방 보나, 최현욱, 이주명과는 나이가 다 달랐지만 찰떡호흡을 냈다. 백이진 역 남주혁 역시 알게 되서 좋은 배우였다. 앞으로 잘 해나갈 것 같고, 군 입대를 곧 해야 하는 상황이 아까울 지경이라고 했다. 비록 촬영장의 누나로서 역할을 100% 다 못했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좋은 사람들과 인연을 함께 한 기억은 그에게 오랫동안 남아있을 듯하다.

“결국 이뤄지지 않는 사랑이잖아요. 제가 하는 이야기가 맨날 그거였어요. ‘왜!! 그냥 사랑하게 해줘요!!’하고요. 작가님의 의도가 그렇다면 그런 작품이고 그걸 말하고 싶은 작품인 거죠. 그게 현실인 거죠. 희도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도 만화적인 세상에서 현실로 가기 때문에 그 판타지가 더 기억에 남았던 것이겠죠. 이진이와 희도의 사랑은 이성애인 남녀의 사랑을 또 넘어서는 보편적인 사랑이었다고 생각해요. 연애의 감정은 그보다 조금 작은 거고요. 저는 아직도 사랑을 잘 모르지만 그 이별의 끝조차도 위대한 사랑의 일부가 아니었던가 생각하고 있어요.”

영화 ‘아가씨’ 이후로 충무로의 주목받는 신예가 되고 나오는 작품마다 대중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기면서 걸출한 배우로 성장 중인 김태리지만 작품이 남기는 숙제는 여전히 무겁다. 과거의 그는 작품하던 과정의 스트레스는 털어버리려고 애썼다. 하지만 이번에는 안고 갈 생각이다. 그 역시 자라나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tvN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에서 나희도 역을 연기했던 배우 김태리. 사진 매니지먼트 mmm


“잘 모르지만 배운 게 많아요. 되게 놀라고 있는 상황이죠. 과거에는 망각이 저를 나아가게 하는 힘이에요. 하지만 이번에는 힘들 게 했던 것, 고민했던 것, 스트레스를 잊고 싶지 않아요. 그게 너무 감사해요. 종교적인 느낌으로 감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커다란 고통을 주다니요. 저는 단지 운이 좋은 배우일 뿐이에요. 계속 잘 돼서 좋았지만 어디까지 계속될까 싶기도 해요. 좋다거나 부담되는 건 아니고 ‘우아, 놀랍다’하는 거죠. 제겐 큰 행운이에요.”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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