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할 때면 그냥 웃음이 나와요!" 서울에 단 하나뿐, 초등학교 여자축구부

이두리 기자 2022. 4. 1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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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우이초등학교 여자축구부 김수빈양(왼쪽)과 홍지선양이 8일 오후 축구 연습을 하고 있다. 이두리 기자


“우리끼리 하는 첫 번째 대회예요. 이겨야죠! 그런데 선수가 부족해요.”

지난 8일 오후, 우이초등학교 여자축구부 오후 연습에 참가한 여섯 학생들은 오는 22일 열리는 춘계한국여자축구연맹전 초등부 대회를 준비하느라 바빴다. “축구부에는 취미로만 축구를 하는 애들도 있어서, 대회를 나가려면 두 명을 더 데려와야 돼요.” 홍지선양(13)이 말했다. 한낮의 연습에 지쳐 있던 학생들은 대회 이야기에 금세 눈이 반짝였다.

서울에서 여자축구부가 있는 초등학교는 우이초등학교가 유일무이하다. 현재 인원은 15명. 초등부 축구대회는 정예 인원이 8명으로 적지만, 그마저 선수를 채우기가 어렵다. 최주연 우이초 여자축구부 감독(39)은 “2016년에 처음 여자축구부를 시작했을 땐 학생이 2명뿐이어서, 축구를 처음 접해 본 학생들을 데리고 대회에 나간 기억도 있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KFA)에 따르면 2022년 현재 전국에 있는 초등학교 여자축구부는 17팀에 불과하다. 총 357팀이 있는 초등학교 남자축구부의 5%에 미치지 못하는 수다. 그러다 보니 축구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하는 여학생들은 여자축구부가 개설된 지역으로 전학을 가거나, 장거리 통학을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

강동구에 사는 김민주양(13)은 축구를 하기 위해 강북구의 학교까지 매일 왕복 세 시간 거리를 통학한다. “아침 일곱 시 십 분에 집에서 나와서 한 시간 반 지하철 타고 와요. 근데 축구가 재밌으니까 괜찮아요. 게임이랑, TV 보는 것보다 재밌는데요.” 민주양은 ‘동네 친구’ 김수빈양(12)이 있어 등하굣길이 외롭지 않다. 수빈양은 강원도의 ‘축구 명문’ 성덕초등학교에서 여자축구부 생활을 하다가 우이초등학교로 전학을 왔다.

우이초등학교 여자축구부 학생들이 8일 오후 이동 컨트롤 연습을 하고 있다. 이두리 기자


최주연 감독은 “전학을 오면 새 환경에 적응하고, 새롭게 친구들도 사귀어야 하는 부담이 있어서 축구를 너무 좋아하는 아이들도 쉽게 여자축구부가 있는 초등학교로 찾아오지 못한다”고 말한다. 대한축구협회는 2018년 전학을 가지 않고도 인근 학교축구부에 등록해 선수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방형(거점) 학교축구부’를 운영하기 시작했지만, 팀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여자 초등부에는 실효성이 없는 방침이다. 인천과 충남에는 전 지역에 초등학교 여자축구부가 ‘0개’다.

중학교로 올라가면 여자축구부가 있는 학교는 전국에 14개로 더 줄어든다. 초등학교 때 축구에 흥미를 붙인 여학생은 졸업 후 축구를 계속할 터전을 찾기가 어렵다. 민주양은 “중학교 가서도 축구는 계속하고 싶어요. 축구부가 있는 학교에 갈 수도 있고…그런데 그러려면 양평까지 가야 해요.”라고 말했다. 각 프로축구팀에서 U-15, U-18등 연령대별 유스팀을 운영중인 남자 유소년 축구팀과 대비된다.

작년까지 WK리그 실업축구팀인 창녕WFC에서 선수생활을 하다가 은퇴 후 우이초 여자축구부 코치로 일하고 있는 홍혜선 코치(23)는 “아무래도 남자축구보다 사람들의 관심이 적으니까 유소녀축구를 신경쓰려는 움직임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홍 코치는 “제가 초등학생일 때에는 유소녀 축구팀 인원이 20명은 됐었는데, 요즘에는 확실히 더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저는 축구 얘기 하는 게 제일 재밌어요. 축구 할 땐 그냥 웃음이 나오거든요!” 문지혜양(13)은 먼저 축구부 활동을 시작한 동생 문지현양(12)을 따라 올해부터 축구를 시작했다. 또래보다 키가 큰 지혜양은 최근 골키퍼 포지션을 맡고 있다. 지혜양은 “처음 나가 본 경기에서 다섯 골을 먹었어요. 그리고 골키퍼는 계속 혼자 있으니까 외롭더라고요.”라고 골키퍼 생활의 고충을 토로하면서도, “힘들어도 웃기고, 제가 실수해서 창피해도 웃기고…그냥 계속 웃음이 나와요.”라며 웃었다.

“오늘은 ‘이동 컨트롤’을 중점적으로 배웠고, 앞으로도 계속 연습할 거야.” 최 감독의 마무리로 이날의 연습이 끝났다. 축구선수를 꿈꾸는 여자아이들, 그리고 그저 축구가 즐거운 여자아이들은 오늘도 함께 볼을 겨룬다. “축구하면서 친해진 친구들이랑 처음 멀리 대회를 나가는 거라서 너무 설레요. 감독님은 그냥 ‘놀고 오자’고 하시는데, 지면 기분 안 좋잖아요. 꼭 이기고 싶어요.” 연습을 마치고도 축구 이야기에 여념이 없던 지혜양이 상기된 얼굴로 투지를 불태웠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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