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가 본 적 없는데, 북유럽 가구가 익숙하다고? 그렇다면 아마 알바 알토의 덕분일 거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북유럽 모더니즘의 시초는 그에게서 비롯한 것이니까.
핀란드 문화를 대표하는 알바 알토



영화 <카모메 식당>의 잔잔한 감성을 좋아하는 팬층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 거다. 이 영화의 배경이 핀란드 헬싱키이며, 소박하고 따뜻한 일식당의 감성을 완성하는 원목 가구의 대다수는 알바 알토의 작품이라는 것을. 비단 가구뿐이 아니다. 주인공인 사치에가 미도리와 만나서 <갓챠맨(독수리 오형제)>의 가사를 주고받던 카페를 떠올려보자. 이 공간 역시 알바 알토가 설계한 ‘아카데미아 서점’ 안에 위치해 있다. 이쯤 되면 북유럽의 라이프스타일을 이야기하는 모든 곳에 알바 알토가 있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북유럽 가구의 새로운 기준

알바 알토는 북유럽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전설적인 건축가 겸 디자이너다. 풀 네임은 휴고 알바 헨릭 알토(Hugo Alvar Henrik Aalto). 프랑스에 르 코르뷔지에가 있다면 핀란드에는 알바 알토가 있다고 말할 만큼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 심플하면서도 기능에 충실한 북유럽 디자인을 기반으로 핀란드 특유의 감성을 담아 그만의 디자인을 완성했다.
국가에서 인정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그의 영향력을 실로 어마어마했다. 유로화 전환 전, 핀란드 고유 화폐였던 마르카의 지폐에 그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으니 그 정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알바 알토가 건축한 결행 요양원인 파이미오 사나토리움은 근대 건축사에 큰 영향을 끼친 대표 건축물로 손꼽힌다. 이밖에도 헬싱키대학교나 자연채광이 아름다운 빌라 마이레아, 콘서트 홀인 핀란디아 홀 등 유명한 건축물을 구현해냈다.
틀에서 벗어난 따뜻한 디자인

알바 알토는 자신이 설계한 건축물에서 확장하여 그 안에서 사용할 가구까지 함께 디자인했다. 파이미오 사나토리움에서 사용하기 위해 만든 파이미오 체어나 단독 주택인 빌라 마이레아를 위해 만든 티 트롤리 등이 그 예. 1935년에 핀란드를 대표하는 가구 브랜드인 아르텍을 설립하는데, 아트와 테크놀로지를 합쳐서 만든 네이밍만 봐도 알바 알토가 추구하는 디자인 스타일을 알 수 있다. 북유럽 디자인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감성과 기능을 모두 담아내는 가구가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특히 알바 알토는 근대 이전부터 사용되던 목재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부흥시킨다. 금속을 주 소재로 활용하던 20세기 초의 상황을 생각하면 완전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 셈인데, 자작나무가 많은 핀란드 지형의 특징을 똑똑하게 이용하면서 동시에 나무 소재의 따뜻한 감성으로 본인만의 디자인 스타일을 완성해냈다.
간결한 미학을 담은 가구

'알바 알토가 나무에 얼마나 진심이었는가' 묻는다면 유려한 곡선을 적용하기 위해 자작나무 합판을 구부리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알바 알토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스툴 60에도 이 기법이 적용되었으며, 오늘날까지 아르텍에서 이 전통 방식을 활용하기도 한다고. 소재 외에도 알바 알토의 작품에는 곡선의 미를 발견할 수 있다. 보면 볼수록 정교하고 독창적인 디자인이다. 아름다운 미학을 담아내면서도 본질을 흐리지 않아 언제나 기능성과 실용성을 겸비한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닌 북유럽 가구의 표본이다. 그리고 요즘 우리는 이런 것을 바로 '지속가능한 디자인'이라 부른다.
알바 알토의 작품같은 제품들

알바 알토가 개발한 신기술인 벤트 L-레그(Bent L-leg)를 처음으로 적용한 스툴 60. 알바 알토의 아이코닉한 가구 중 하나로,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3개의 다리로 하중을 견고하게 받쳐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스툴 60을 나션형으로 쌓아 올려 보관할 수 있어 실용성까지 겸비했다.
아르텍 스툴 60 42만원

결핵 요양원인 파이미오 사나토리움에서 일광욕을 목적으로 제작된 의자로, 팔걸이와 다리가 일체형으로 연결되어 있다.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으로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디자인이다.
아르텍 암체어41 파이미오 6백13만원대

영국의 차 문화와 일본 목공예에서 모티프를 얻은 티 트롤리 900은 1937년 파리 세계 전시회에서 처음 소개됐다. 빌라 마이레아에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책이나 간단한 물건을 넣고 이동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
아르텍 티 트롤리 900 5백83만원대

벌집을 연상케 하는 펜던트 조명. 화이트 컬러의 알루미늄 쉐이드와 빛을 필터링하는 황동 강철 링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명을 켰을 때 빛이 넓게 확산돼 공간을 꽉 채워주며, 독특한 조형미로 불을 켜지 않아도 그 존재감이 남다르다.
아르텍 펜던트 라이트 A331 비하이브 183만원

이딸라를 대표하는 화병이자 알바 알토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어준 디자인 화병. 핀란드 호수에서 모티프를 얻어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곡선으로 디자인했다. 입으로 직접 유리를 불어 만들어 섬세함을 더한다.
이딸라 알바 알토 컬렉션 화병 12만원
EDITOR 박지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