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경의 엔터시크릿] '내일'이 강조한 '말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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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스승의 날이 되면 떠오르는 은사가 있다.
당시 나눈 대화들이 세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선생님은 무조건 너를 믿는다"라는 말만큼은 또렷하게 기억한다.
지난 22일 방송된 MBC 금토드라마 '내일'에서도 '말의 무게'에 대해 다뤄 이를 상기시켰다.
"사람을 구하는 건 초능력이 아닌 말의 무게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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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스승의 날이 되면 떠오르는 은사가 있다. 당시 나눈 대화들이 세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선생님은 무조건 너를 믿는다"라는 말만큼은 또렷하게 기억한다. 얼음처럼 차갑게 느껴지던 교무실 공기가 그 말을 듣는 순간 따사로운 햇살로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사춘기 소녀의 방황을 단숨에 끝낼 만큼 강력한 한마디이기도 했다.
사회초년생 시절에도 '말의 힘'을 경험했다. 그때만 해도 보수적인 시각이 만연했던 터라 벌어진 일이다. 어느 날 현장에서 만난 타 회사 선배가 튀는 옷과 헤어스타일 등을 지적하며 "기자답지 않다"고 무안을 줬다. 한동안 '기자다운 외모'가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저 실력으로만 승부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왜 일이 아닌 다른 문제로 뒷말을 들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지나치듯 내뱉은 한마디는 의욕이 넘치던 신입 기자가 업무 외의 문제로 머리를 싸매게 만들었다. 점점 칙칙(?)해져 가는 모습을 보며 한 선배가 조심스레 이유를 물었고, 그 일을 털어놨다. 그러자 선배는 분노하며 "그런 애는 무시해라. 너다운 게 최고다. 넌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 줬다. 눈물이 핑 돌 만큼 고맙고 힘이 되는 말이었다. 이후 그 선배는 나의 '멘토'가 됐다.
이렇듯 인생을 살다 보면 말 한마디의 힘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다. 지난 22일 방송된 MBC 금토드라마 '내일'에서도 '말의 무게'에 대해 다뤄 이를 상기시켰다. 이날 방송에서는 위기관리팀의 막내 준웅(로운)이 타인의 시선에 사로잡혀 죽음의 문턱으로 스스로를 내몬 신예나(한해인)를 살리는데 성공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음식을 먹지 못하는 신예나에겐 오랜 아픔이 있었다. 고교시절 뚱뚱한 체격 때문에 지독한 괴롭힘을 당했고, 죽을 각오로 살을 뺐다. 그러나 칭찬인지 비난인지 모를 타인의 말에 끊임없이 상처를 받아야 했다. 신예나는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감옥에 갇힌 거 같다. 평생을 남에게 재단 당하며 살아왔다. 뚱뚱하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이 만든 감옥에 갇혀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 거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준웅은 그런 신예나에게 비슷한 상황을 겪은 동생의 이야기를 전해 경계심을 풀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어 "감옥을 만들고 가둔 건 그동안 상처 준 사람들일지도 모르지만 그 문을 잠근 건 대리님 아닐까요?"라고 물으며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라고 조언했다.
입을 함부로 놀리는 사람에 대한 응징도 이어졌다. 련(김희선)은 직원들에게 희롱과 폭언을 일삼으며 상처를 입힌 함팀장(김흥래)을 상대로 참교육에 나섰다. 그는 "입으로 쌓은 업 몸으로 갚아. 나머지 벌은 죽어서 기대할게"라며 남에게 상처를 줄 때마다 장이 꼬이는 평생의 징벌을 내려 통쾌함을 선사했다.
드라마는 우리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다. 현시대를 잘 반영하고 캐릭터들이 살아 숨 쉴 때 비로소 시청자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메시지도 개연성도 없고, 욕하면서 보게 되는 '막장 드라마'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다.
분명히 '내일' 속 인물과는 다른 삶을 살아왔고 그만한 고통을 겪어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말의 위력에 대해선 누구보다 잘 안다. 별생각 없이 던진 말 한마디로 누군가가 밤잠을 설치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걸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된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말들을 주고받는다. 비단 일이 아니더라도 부모나 형제, 친구와 말을 통해 정(情)을 쌓아간다. '내일' 속 옥황(김해숙)의 대사를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산다면 세상이 조금은 따뜻해질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을 구하는 건 초능력이 아닌 말의 무게라는걸."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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