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의 시대..화이트 워싱, 그린 워싱 이어 컬쳐 워싱 경계령
지난해 유통업계에서는 ‘친환경’ 가면을 쓴 그린워싱(greenwashing) 상품들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실제로는 친환경이지 않으면서 그런 척 위장하는 것을 ‘그린 워싱’이라고 부릅니다. 예컨대 국내 모 화장품 기업은 친환경적 종이용기를 연상시키는 ‘페이퍼 보틀’을 도입했다고 브랜드를 광고했지만 실제로는 플라스틱 용기를 종이로 감싼 것으로 드러나 소비자들이 충격을 받았었지요.
마치 신기술인 것처럼 포장해 기업 주가를 띄우는 ‘테크워싱’ 등도 증권가에서 자주 들립니다. 예컨대, 실제로는 메타버스나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한토큰) 기술과 크게 관련이 없으면서도 관련주인양 회사를 포장하는 위장술을 부리는 것이지요.
이런 ‘워싱’들은 영화나 연극에서 흑인 역할을 분장한 백인이 맡아 흑인의 존재감을 지우는 것을 ‘화이트 워싱’이라고 부르는 데서 따온 말입니다.
금융권에서는 지난해부터 ‘ESG워싱’이라는 말이 나왔죠. 친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개선 3가지를 뜻하는 ESG를 하는 척하는 기업이나 그런 평가를 해서 투자를 결정하는 척하는 금융사들을 지적하는 단어죠.
올해는 금융권에 ‘컬쳐워싱’ 경계령이 등장했습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3일 열린 신한경영포럼에서 부서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면서 이 말을 썼습니다. 창업 40주년을 맞은 신한의 문화를 ‘대전환(RE:Boot)’해 2022년을 돌파해나가자는 의지를 밝히면서 ‘컬쳐 워싱’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인데요.
조 회장은 “문화 혁신을 흉내만 내는 ‘컬쳐 워싱’은 현장의 변화 의지를 꺾는 중대한 문제”라며 “문화 대전환이 이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화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신한 그룹의 문화 혁신이 흉내내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것이지요.
그는 전직원이 창조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셀프 리더십’을 무기로 2022년 불확실한 금융 환경과 경쟁, 과거의 낡은 방식을 돌파하자고 했습니다.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를 재정립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조직이 크고 문화가 보수적인 전통 금융사의 경우 ‘디지털’ 시대에 빠르게 변화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요즘 금융 지주회사들은 디지털 플랫폼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신한금융은 지난해 핵심 전략과제 수행에 필요한 인원을 소속 부서 경계를 넘어 결합시킨 애자일 조직 ‘트라이브(Tribe)’를 구축하고, 데이터기획 유닛 등 디지털 사업 부문도 여럿 신설했습니다. 조 회장의 일침처럼, 이런 노력이 한때의 유행이나 카카오 등 핀테크 업체 따라하기로 끝나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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