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인종차별"..외국인·유학생들의 험난한 피란길

장수현 2022. 3. 2. 17: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우크라이나에 남아있던 외국인 유학생들이 피란 과정에서 인종차별을 받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인들과 운명을 함께하고 있지만, 검문소 직원들이 자국인만 탈출 버스를 태우는 등의 부당행위가 드러나면서 "인종차별이 우크라이나를 위한 단결을 방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은 아프리카·아시아·중동 등 전 세계에서 우크라이나에 온 유학생들이 국경을 넘어 탈출하는 과정 중 인종차별을 겪었다는 증언을 보도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경 탈출 버스 우크라이나인만 태워"
아프리카·아시아·중동 유학생들 증언
검문소 측 반박 불구, 피해 사례 잇따라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폴란드 국경지대인 메디카에서 피란민들이 탈출 버스를 타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메디카=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에 남아있던 외국인 유학생들이 피란 과정에서 인종차별을 받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인들과 운명을 함께하고 있지만, 검문소 직원들이 자국인만 탈출 버스를 태우는 등의 부당행위가 드러나면서 "인종차별이 우크라이나를 위한 단결을 방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은 아프리카·아시아·중동 등 전 세계에서 우크라이나에 온 유학생들이 국경을 넘어 탈출하는 과정 중 인종차별을 겪었다는 증언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서 유학하던 나이지리아 의대생 레이철 오니에그불레는 지난달 27일 국경 인근 도시 셰히니에 다른 유학생들과 함께 버려졌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경으로 가는 10여 대의 버스가 우크라이나 국민만 태운 채 떠났고, 검문소 군인들이 우리는 도보로 이동해 대피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나흘째 잠을 자지 못해 지친 상태였지만 그는 밤새 걸어 다음날 오전 4시 30분쯤에야 폴란드 국경에 도착했다.

국경 검문소를 지나며 차별은 물론 구타를 당했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폴란드 국경을 넘어 탈출에 성공한 인도 국적의 카말 타쿠르는 우크라이나 검문소 직원들이 몽둥이로 인도인들을 때렸다고 토로했다. 그는 검문소 직원들이 "당신들은 인도 사람이다. 인도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아닌 러시아를 지지한다"라며 폭력을 행사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에서 건축학을 공부하고 있는 모로코 국적의 한 학생도 자신의 남자친구가 검문소 군인에게 머리와 다리를 맞아 병원에 입원했다고 밝혔다.

국경 통과가 지연되면서 피란민들은 며칠 동안 잠도 자지 못한 채 야외에 줄을 서는 등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한겨울 추위에 떠는 건 물론 제대로 된 식사도 하지 못하는 처지다. 인도에서 온 유학생 사크시 이잔트카르는 국경을 넘기 위해 온종일 줄을 서다 지쳐 결국 원래 거주하던 르비우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몇몇 사람들은 추위에 떨다 저체온증으로 쓰러지기까지 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인종차별 행위가 있었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자 우크라이나 국경 검문소 측은 "그런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안드리 뎀첸코 대변인은 CNN에 "러시아 침공 후 검문소를 통행하는 인원이 두 배 이상 늘어나 더 오래 기다려야 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모든 절차는 법에 따라 이뤄지며 국적이나 신분에 따른 차별은 없다"고 강조했다.

일부 아프리카 국가는 우크라이나와 인접 국가에 공식 항의하며 불만을 쏟아냈다. 가르바 셰후 나이지리아 대통령 고문은 지난달 28일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경찰과 보안인사들이 '나이지리아인은 우크라이나-폴란드 국경으로 가는 버스나 기차에 탑승하지 못 하도록 한다'는 유감스러운 내용을 보고했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마틴 키마니 케냐 대사도 1일 유엔안보리 회의에서 "인종차별은 지금 꼭 필요한 전 세계의 단결에 악영향을 준다"며 "유럽 국경을 넘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향한 부당한 대우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