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노무현 정신
지난 23일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의 13주기 추도식 참석자들은 ‘노무현 정신’을 기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사람 사는 세상의 꿈,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의 꿈을 잊지 않고 이어가겠다”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노무현 정신이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있는데도 윤석열 정부는 검찰 공화국을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조오섭 대변인)며 여권을 향한 경고도 나왔다.
반면 여권에서는 ‘노무현의 꿈’으로 민주당을 공격했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총리였던 한덕수 국무총리는 “민주주의가 잘 되려면 통합과 상생이 돼야 한다”며 이를 “노 전 대통령의 철학”이라 못박았다. 국민의힘에선 “노무현의 꿈을 망치는 자들이 노무현의 꿈을 잇겠다고 하니 통탄스러울 뿐”(김용태 청년 최고위원)이라고 했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추도식 메시지를 통해 민주당은 진영 결집을, 국민의힘은 중도 확장을 노린 것이라는 시각이 정치권에서는 지배적이다. 처한 입장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다르게 소비한다는 얘기다. 특히 노무현 정부 출신 인사 일부가 여권에 합류하며 ‘노무현 정신’의 해석을 둘러싼 충돌 가능성은 과거보다 커졌다.
여권 내에서 노무현 정신에 대한 초점이 이동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대선을 앞둔 지난해 5월에는 민주당 주자들 사이에서 강조점이 달랐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지역 균형발전’에, 정세균 전 총리는 ‘정치검찰 개혁’에 초점을 맞췄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노무현 정신은 부동산 문제도 정공법”이라며 다주택자들에 대한 증세를 주장했다.
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압승한 직후인 2020년 11주기 추도식 때는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가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 노무현 없는 노무현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추도사를 했다. 이 전 대표는 “대통령님이 주창하셨던 깨어있는 시민, 권위주의 청산, 국가균형발전, 거대 수구언론 타파가 실현되고 있다”며 지지층을 북돋기도 했다.
노무현재단 측은 2019년 10주기를 기점으로 “이제는 ‘탈상(脫喪)’할 때가 됐다”고 다짐한 적이 있다. 눈물을 거둬들이고 노 전 대통령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가 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노무현 정신’에 대한 정치권의 해석 논쟁을 지켜보면 객관적 평가는 요원한 바람처럼 느껴진다.
한영익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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