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vs 안정환..이영표가 밝힌 등번호 '10번'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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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레, 마라도나, 지단…그리고 이영표?
다소 뜬금없다고 할 수 있지만 이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자국의 월드컵 신화에 '10번'을 달고 뛰었다는 것이다. '10번' 펠레와 마라도나는 월드컵을 재패한 인물들이다. 이영표는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당시 10번을 달고 활약했던 바 있다.
10번은 해당 국가의 '에이스'들이 다는 번호다. 당연히 월드컵 신화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도 '10번의 대결'이었다. 프랑스의 신성 킬리안 음바페와 크로아티아의 살아있는 전설 루카 모드리치가 10번을 달고 자웅을 겨뤘다. 음바페의 프랑스가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고, 모드리치는 월드컵 활약을 바탕으로 축구선수 최고의 영예인 발롱도르를 거머쥐었다.
10번은 공격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수가 주로 단다. 펠레와 음바페는 공격수, 마라도나·지단·모드리치는 미드필더로 분류된다. 최전방 혹은 중앙에서 게임을 마무리짓거나 게임을 조율하는 선수들이다. 그런데 이영표는 '왼쪽 윙백'이다. 월드컵의 신화가 된 10번들과 명백히 차이나는 포지션이다.
이영표 본인 역시 12번과 같은 수비수 번호를 선호해왔다. 본인에게나 축구팬들에게나 '10번 이영표'는 뜬금없었던 게 사실이다. 국가대표에서 10번을 선호해온 최용수나 이천수, 이탈리아 세리에A 페루자에서 10번을 달고 뛰던 안정환이 아니라 이영표가 10번이라니. 그래서인지 2002년 월드컵에서의 10번은 미스터리 취급을 받았다.
미스터리를 풀어준 것은 안정환이었다. 안정환은 2016년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해 "선수들이 10번을 부담스러워했다. 그래서 막내 이영표가 가져갔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영표는 당시 '막내'가 아니었다. 박지성, 이천수, 차두리, 설기현, 최태욱 등 이영표 보다도 어린 선수들이 많았다.

지난달 27일 서울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영표 강원FC 대표에게 이 '10번 미스터리'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나도 10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12번을 좋아했다. 그런데 그때 당시 1번, 12번, 23번은 골키퍼 번호로 고정이 돼 있었다"며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내가 수비수니까 10번을 달 게 아닌데, 히딩크 감독님이 택한 것이다. 10번을 달고도 우쭐하지 않을 선수를 줬다고 하더라"며 "그때 당시는 번호를 자기가 막 선택하고 이런 시대가 아니었다. 감독님이 번호를 주던 때"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화려한 플레이를 하던 안정환에게 10번이 안 간 것에 대해 "히딩크 감독이 (안)정환이형을 일부러 강하게 압박하던 때였다"고 돌아봤다. 팀내 최고 스타였던 안정환과 기싸움 차원에서 히딩크 감독이 10번을 안 줬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돋보이는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10번을 가지면, 더 그런 플레이를 하게 되니까, 히딩크 감독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10번을 줘도 그 10번의 영향을 아예 안 받을 선수를 주자고 그래서 나에게 준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10번이 부담스럽진 않았다. 10번이라는 것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라고 회고했다. 이어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히딩크 감독의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감독님이 맞는 선택을 한 것"이라며 웃었다.
2002년 월드컵이 20년이 지난 지금에는 '10번 이영표'가 좀 민망하긴 하단다. 그럼에도 이영표는 포지션이 10번이 아니었을지언정, 10번에 걸맞는 활약을 하긴 했다. 포르투갈전 박지성의 결승골, 이탈리아전 안정환의 골든골이 모두 그의 발끝에서 올라온 크로스에 의해 나왔다. 이런 말을 건네자 이 대표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다음처럼 말했다.
"지금도 가끔 주변에서 '네가 왜 10번을 달았냐'고 그러면 '그러게 말이야 내가 왜 10번을 달았지' 이런 생각을 한다. 그래도 10번이라 한다면 에이스라고 하는 번호아닌가. 2002년 월드컵 때 내가 갑자기 왼쪽 윙백으로 가버리니까 상대팀도 '쟤는 뭐지' 이랬을 거 같다. 약간 좀 이상하긴 하다. 그런데 그때는 10번이고 뭐고 이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경기만 신경썼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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