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컷] 인간과 공존하는 로봇들
영화에 나오는 미래 모습에는 로봇이 등장한다. 로봇이 집안일을 하고, 회사에서 업무를 보고, 경찰을 대신해 범죄자를 체포하는 등 인간처럼 일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곤 했다. 하지만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이미 로봇은 인간과 공존하고 있다.
GS건설은 이미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을 도입해 사고를 사전에 탐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DHL은 물류업계 최초로 소화물 분류 로봇을 도입했으며, 명동의 한 호텔은 로봇이 로비에서 투숙객을 안내한다. 또한 고속도로휴게소에서는 서빙 로봇이 돌아다니며 사람 몫을 해내고 있다. 이 로봇들은 사람과 공존하는 방식으로 인간에게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의 한 지하 터널 공사현장, 네발 달린 노란색 로봇이 돌덩이가 나뒹구는 거친 지면을 자유롭게 걷고 있다. 로봇에 달린 레이더와 360도 카메라가 물체를 식별해 장애물을 피해간다. 이 로봇은 GS건설이 업계에서 처음 건설 현장에 도입한 현대차그룹 보스턴 다이나믹의 로봇개 ‘스팟’이다. 인간을 대신해 좁거나 위험한 공간을 찾아가 혹시 모를 사고를 사전에 탐지해 인명 피해를 줄인다. 로봇 상단에 달린 레이저 스캐너는 복잡한 건설 현장 구조를 3D화하면서 공사 공정률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공사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구조적 결함을 없애는 역할을 한다.

세계 최초로 로봇이 일하는 호텔로 기네스북에 오른 일본의 ‘헨나호텔’이 지난해 8월 서울 명동에 처음 문을 열었다. 호텔 로비에 들어서면, 프론트에 직원 대신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한 로봇이 환하게 웃으며 투숙객을 반긴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가 가능한 이 로봇은 인간을 대신해 키오스크에 팔을 뻗어 체크인을 돕는다. 객실로 향하는 동안 벨보이 대신 로보티즈의 ‘집개미’가 투숙객의 짐을 옮긴다. 로봇 서랍에 물건을 넣고 모니터에 객실 번호를 누르면, ‘집개미’가 이동하기 시작한다. 로봇 상단에 달린 로봇팔이 호텔 로비의 엘리베이터 버튼을 스스로 눌러 객실까지 자율주행으로 움직인다. 호텔은 찾은 한 내국인 손님은 “명동 관광보다, 철저하게 로봇으로만 운영되는 모습이 신기해 일부러 찾았다”며 로봇을 신기한 모습으로 바라봤다.

고속도로 화성휴게소 음식 판매점 한쪽에 사람 없이 로봇이 혼자 커피를 만들고 있다. 키오스크를 통해 원하는 커피를 주문하면 로봇팔이 분주하게 커피를 만들어 낸다. 식당칸 안에서는 어른 허리 높이만한 로봇이 식탁 사이를 미리 설정한 동선에 따라 돌고 있다. 로봇에 달린 4개의 선반에 밑반찬과 음료수, 일회용품이 잔뜩 쌓여 식당을 찾는 손님의 호출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비접촉 소비 시대에 맞춰 지난해 4월부터 4곳의 고속도로 휴게소에 로봇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식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일부러 로봇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이곳 휴게소를 찾는 손님이 늘고 있다”면서 “근무자들 역시 밑반찬 제공을 직접 하지 않아도 되면서 편리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DHL의 강북 물류센터에서는 매일 아침 로봇팔이 직원들과 함께 우편 분류 작업을 시작한다. 최근 늘어난 해외 직구 택배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국내 물류업계 처음으로 소화물 분류 로봇을 도입했다. 배송품 겉면에 붙은 바코드를 인식해 각 지역별로 배송될 택배를 스스로 분류한다. 시간당 최대 1000건의 물품을 분류할 수 있을 정도로 속도가 빨라서 직원들의 업무 강도 역시 낮아졌다. DHL 강북센터의 고진영 업무팀장은 “로봇 도입 이전에는 직원 2~3명이 3시간 넘게 작업해야 하는데, 로봇 도입으로 휴식 시간도 늘어났고, 업무 피로도 역시 낮아졌다”면서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말한다.

이처럼 로봇이 점점 우리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각 가정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청소로봇이나 AI 음성인식 기능이 탑재된 쳇봇을 넘어 우리 삶의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 세계 로봇 시장 규모가 2020년 227억 3000만달러 (약32조원)에서 2026년 741억달러 (약87조원)까지 성장한다고 예측했다. 특히 2021~2026년 로봇 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17.45%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로봇업계에서 20년째 일하고 있는 한상균 로보위즈 대표는 로봇과의 공존에 대해 “사람의 일자리에 대해 연관 지어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인간의 삶을 더 편리하고, 윤택하게 해줄 것이라 기대한 로봇이 오히려 일자리를 뺏을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산업과 민간 서비스 분야에서 로봇이 도입되고 있는 만큼 그는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 역시 인간이 초래한 불행한 결과인 만큼, 우리 사회가 로봇을 얼마나 그 역할을 맡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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