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법원, 환경운동가에 '정부 전복 혐의' 씌워 가석방 없는 종신형 선고

터키 법원이 정부 전복을 시도했다는 혐의로 반체제 인사에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했다고 AFP통신이 2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2013년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 정부를 전복하려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오스만 카발라(64)에게 이스탄불 법원은 이날 가중처벌 종신형을 선고했다. 가중처벌 종신형은 터키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려고 사형제를 대체해 도입한 제도다. 가석방이 극도로 어렵거나 불가능하며, 수감 조건도 일반 종신형보다 어렵다. 카발라는 이미 유죄판결 없이 감옥에서 4년 반을 보냈다.
카발라에게 인정된 혐의는 정부 전복이다. 그와 7명의 다른 환경운동가들은 2013년 정부가 쇼핑센터 건립을 위해 이스탄불 도심 탁심 광장 주변 게지 공원의 나무를 뽑아내려 하자 반대 시위에 나선 바 있다. 카발라와 같은 혐의를 받은 피고인 뮤셀라 야피시씨는 당시 집회에 대해 “이 나라 역사상 가장 민주적이고 가장 창의적이며 평화로운 집단 운동”이라고 법정에서 증언한 바 있다. .

하지만 이를 경찰이 강경 진압하면서 소규모 시위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확산했다. 게지 공원 시위는 2개월간 이어졌고, 시위 참가자와 진압 경찰 등 8명이 숨졌으며 수천명이 부상당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013년 시위에서 그를 “테러리스트에게 자금을 지원한 사람”으로 묘사한 바 있다
터키 검찰은 2017년 카발라를 구속 기소하고 종신형을 구형했지만 이스탄불 법원은 2020년 2월 그를 포함한 피고인들에 무죄를 선고하고 카발라를 석방하도록 했다. 하지만 검찰은 2017년 10월 풀려난지 몇 시간만에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한 그를 또다시 체포했다. 2016년 미수로 끝난 터키군의 쿠데타 시도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국제앰네스티의 터키 활동가인 밀레나 부욤은 “오스만 카발라가 정부를 전복시키려 했다는 혐의를 입증할 단 한 가지의 증거도 검찰 측은 제시하지 않았다”며 “이 터무니없는 판결은 나머지 시민 사회와 인권 옹호자들에게 매우 소름 끼치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2019년 판결에서 카발라의 구금이 터키 당국이 에르도안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침묵”시키려는 시도라고 판단하고 석방을 명령한 바 있다. 하지만 터키 정부가 이 명령을 거부했고, 지난해 말까지 터키 정부가 유럽인권재판소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유럽평의회는 터키에 대한 징계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후 서방 10개국 대사도 카발라의 석방을 요구했지만 거부된 바 있다.
카발라는 “나에게 요구된 가중 종신형은 법적 근거로 설명할 수 없는 암살”이라며 “내가 위안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면은 나로 인해 터키 사법부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 출신의 카발라는 1990년대 초부터 터키의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해 온 터키의 사업가이자 자선활동가다. 이스탄불에 기반을 둔 비영리 예술문화단체의 설립자로 터키에서 위험에 처한 문화유산들을 보호하고 보존하는 데 힘을 써왔다. 유럽 고고학자협회로부터 유산상을 받았으며 인권협회로부터 사상 및 표현의 자유 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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