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수입사 '나라셀라'가 영업이익률을 꾸준히 낼 수 있는 이유[Vault@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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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블로터>에서 주최한 ‘와인 나잇 인 서울’이란 행사에 갔습니다. 정말 사람이 미어터지더군요. 와인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크다는 사실에 놀랐는데요. 현장에서 맛도 향도 다른 여러 술을 마셔보니 사람들이 왜 이렇게 이 술을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지난 6월 10~11일 서울에서 열린 '와인나잇인서울' 행사 모습. 1000명이 넘는 사람이 모여 성황리 마무리됐습니다..(사진제공=와인나잇인서울)

지금은 와인이 소주나 맥주처럼 대중화됐지만, 사실 한국에서 지금처럼 이 술을 쉽게 접하게 된 역사는 짧습니다. 그럼에도 와인이 퍼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죠. 그 배경엔 아마 한국에 와인을 들여와 널리 알린 사람들의 노력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와인 산업 이야기를 쓰게 된 건 최근 한 와인 관련 업체가 주식시장에 상장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2일, ‘나라셀라’란 생소한 이름의 회사가 코스닥 시장에 이름을 올렸죠. 셀라(Cellar)는 ‘와인 셀러’를 뜻하고요. 나라셀라는 해외 와인을 국내에 수입하는 1세대 기업입니다.

지난 6일 2일 서울 한국거래소에서 나라셀라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이 열렸습니다.(출처=한국거래소)

나라셀라는 국내 와인 수입상 가운데 공개 주식 시장에 주권을 상장한 첫 회사란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와인 수입상이 474곳(2021년 기준)이나 되는데 그 가운데 유일한 상장사로 코스닥 시장에 이름을 올리게 됐죠. 특정 산업에서 상장사가 나온다는 건 그만큼 그 회사와 산업이 투자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와인 시장이 이토록 빠르게 커졌고, 오늘날 와인 유통 전문 기업이 상장한 데는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 그리고 나라셀라의 재무제표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알아봤습니다.

'투자설명서'로 보는 한국 와인산업의 현재

기업 공개(IPO)를 비롯해 외부 투자를 받는 회사는 투자자 이해를 돕는 ‘투자설명서’라는 걸 공시합니다. 이 자료를 통해 특정 산업에 대한 잘 정리된 정보를 접할 수 있죠. 나라셀라도 지난 5월 IPO를 앞두고 투자설명서를 냈습니다.

이 자료에서 가장 먼저 볼 건 한국수입주류협회가 제공하는 ‘국내 와인 수입액 추이’입니다. 국내 와인 시장에서 90% 넘게 차지하는 수입 와인이 한 해 얼마나 들어오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데이터입니다.

우리나라 와인 수입액은 2020년 3억3000만 달러에서 2022년 5814억원으로 2년간 연평균 32.7% 늘었습니다.

2022년 말 기준 와인 수입액은 5억8136만 달러(약 7600억원)였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판판데믹이 본격화한 2021년부터 시장 규모가 엄청 커진 게 확인되죠. 2021~2022년 2년 사이 연평균 수입액만 32.7% 증가했습니다.

이 액수는 통관 기준이고요. 여기에 각종 중간이윤과 주세, 교육세, 부가세 등이 추가로 붙으니 실제 규모는 더 큽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국내 와인 소매 시장 규모를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합니다. 시장 규모가 2025년 2조원, 2030년 3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죠.

국내 와인 시장의 확대는 코로나19 판데믹에 따른 ‘홈술’ 트렌드 확대의 영향을 받은 듯 보입니다.(출처=픽사베이)

국내 와인 시장 성장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 트렌드가 보편화하면서 집에서 와인을 마시는 추세가 늘었다는 겁니다.

실제로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서 와인을 사 마시는 ‘오프 채널’(Off-premises) 비중이 2019년 63.3%에서 2021년 73.7%까지 늘었다는 내용이 투자설명서에서 확인됩니다.

2019~2022년 나라셀라 채널별 매출 비중. 오프 채널이 과거 63%였던 게 2020년 이후 70%대까지 올라왔습니다.(출처=나라셀라 투자설명서 갈무리)

1995년 기준 우리나라 와인 수입액 규모는 1000만 달러(약 130억원)에 불과했습니다. 그런 게 27년 만에 60배가량 성장한 거고요. 이 기간 성장률은 15% 안팎으로 추산됩니다. 여느 유통 산업과 비교해도 성장성이 꽤 괜찮았다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우리나라 와인 시장은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성장했을까요? 이 시점에서 한국에 와인이 어떻게 보편화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한국 와인 시장의 시작 : 1987년 수입 와인 완전 개방

우리나라 와인 보편화의 원년은 통상 1987년으로 삼습니다. 그 전까진 국민이 사실상 해외 와인을 접히기 어려웠죠. 당시 국가 차원의 수입 제한이 걸려있었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 와인은 ‘귀족의 술’로 여겨졌습니다.(출처=자원평가연구원)

우선 세금이 엄청났습니다. 잠정세율만 무려 150%에 달했다는 옛날 기사가 보입니다. 여기에 주세와 방위세, 부대비 등의 명목으로 세금이 더 붙었습니다. 시판 가격이 최초 수입가 대비 무려 10배에 달했다고 합니다.

소비 진입장벽도 매우 높았습니다. 일부 호텔에서 관광용으로만 수입할 수 있었죠. 이외 용도로의 수입은 정부가 제한을 걸었습니다. ‘관광 진흥 목적’이란 명목이었는데, 국내 주류산업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와인을 파는 호텔조차 특정 와인 확보에 1~2년은 걸렸다고 하니, 값을 떠나 일반인들은 접하기조차 어려운 ‘귀족의 술’로 여겨졌습니다.

상황이 달라진 건 1988년 서울올림픽을 3년여 앞둔 1985년입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서 우리나라 정부에 각종 통상 규제를 풀라는 압박을 넣은 것이죠. 소고기, 섬유, 철강, 담배, 보험, 광고 등 다양한 품목을 놓고 협상 테이블이 열렸는데 그 가운데 포도주도 포함됐습니다.

미국 정부와의 협의 끝에 1987년 10월 관광 목적의 와인 수입 규제가 먼저 풀립니다. 어디서든 와인을 수입해 소비할 수 있는 바탕이 깔렸고요. 이후 수년에 걸쳐 관세가 줄고 쿼터도 사라지게 되죠. 오늘날 백화점, 대형 할인점은 물론 동네 편의점에서까지 손쉽고 저렴하게 와인을 사 마실 수 있게 된 배경입니다.

국내 와인 시장 성장의 주요 플레이어 : 수입사와 유통사

와인 시장이 커지는 데는 대형 유통사와 와인 수입사가 제 역할을 했습니다. 일차적으론 수입사가 해외 와인 생산자(와이너리)와 도매상(네고시앙)으로부터 물건을 사들여오고요. 유통사들은 수입사들로부터 물건을 사 자신들의 매장에 팝니다.

와인은 소주나 맥주와 다르게 종류도 많고 가격대도, 맛도 천차만별이죠. 1병에 1만원도 안 되는 저가 엔트리급 와인이나 병당 수백~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와인 모두 나름의 시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처럼 주류로서 와인이 갖는 특수성으로 인해 영세한 수입상도 좋은 와인을 잘 수입해 마케팅만 잘 한다면 성공할 여지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와인 시장이 아직 크지 않음에도 와인 수입상이 470여곳에 달하는 이유입니다.

와인 시장은 2020년 이후 높은 성장세를 구가했는데, 그 배경엔 가격대가 다양한 여러 와인이 나름의 시장을 갖출 수 있다는 특성이 깔려 있습니다. (출처=나라셀라 IPO 관련 IR 자료 갈무리)

그런데 최근 들어 유통사와 수입사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대형 유통사가 계열사로 별도 수입사를 두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신세계그룹 계열사 신세계L&B는 와인 수입업계 후발주자지만 기존 업계 1위였던 금양인터내셔날을 제치고 선두주자가 됐습니다.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칠성음료도 와인 수입을 하고 있고, 최근엔 현대백화점그룹과 한화갤러리아가 와인 수입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2022년 매출 기준 국내 5대 와인 수입사 현황. 후발 주자로 들어온 대기업들이 빠르게 몸집을 키우는 가운데 기존 수입사들도 변화를 꾀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수입사도 자체 유통채널 확보를 시도 중입니다. 이번에 상장한 나라셀라나 아영에프엔비 등이소비자 유통 채널을 갖고 있습니다. 오늘날 수입사와 유통사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죠.

와인 시장이 커지는 와중에 여러모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습입니다. 이번엔 나라셀라의 재무제표를 훑어보려 합니다.

나라셀라 재무 분석 : 꾸준한 수익성을 유지하는 이유

나라셀라의 재무제표를 보면 와인 업계의 특수성이 보입니다. 지난 10년간의 실적을 먼저 보면요.

초창기 적자를 내던 때를 넘어간 뒤로는 꾸준히 영업이익률 5~15%를 유지하는 게 확인됩니다. 그리고 코로나19 판데믹이 본격화한 2021년 매출과 수익성이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이처럼 와인 수입상의 영업이익률이 어느 정도 갖춰질 수 있는 데는 흥미로운 이면이 있습니다. 바로 와인이 프로모션을 잘 안 하는 상품이란 겁니다.

와인 수입상은 통상 특정 와인을 독점적으로 수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와인 가격을 일원화하고 프로모션도 최소화한다고 합니다. 와인의 가치를 지키고 업계 종사자들의 수익성을 유지하는 차원이고, 이런 문화 덕분에 와이너리와 수입상 모두 '윈윈'하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여타 수입, 유통 비즈니스와 별반 차이가 없는 듯 하지만 그렇지 않은 와인 산업의 특성을 이 대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격을 일원화하고 프로모션을 제한함으로써 와인의 가치를 유지하고 와이너리와 신뢰를 확보하는 게 이 산업의 핵심이라 합니다.(출처=나라셀라 IPO 관련 IR 자료 갈무리)

나라셀라의 재무상태표를 통해선 이 회사의 혁신 의지도 살짝 읽을 수 있습니다. 2022년 유형자산과 사용권자산이 전년 대비 2021년 대비 2022년 각각 100억원가량 증가한 게 확인됩니다.

세부 내용을 보면 유형자산과 사용권자산에서 모두 건물을 중심으로 장부 금액이 늘어났습니다.

자산 계정의 액수 증가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타내진 않습니다. 다만 이 회사의 행보를 봤을 땐 아마 2021년 말 지은 새 빌딩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나라셀라의 서울 강남구 도운빌딩. (출처=나라셀라 유튜브 '와인잡담' 중)

나라셀라는 이곳을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창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포지션인 ‘B2B 수입상’에서 'B2C 업체'로서 한 걸음 더 나가는 행보로 풀이됩니다.

나라셀라의 투자설명서에선 와인 산업의 유통 구조를 혁신하려는 의지도 읽힙니다. 공모를 통해 확보한 246억원의 자금 가운데 약 100억원을 물류와 리테일, 판매채널 확대에 쓸 계획임을 밝혔죠.구체적으론 서울 강남과 강북을 아우르는 콜드체인을 갖춘 물류센터, 와인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당일 배송 시스템을 만든다고 합니다.

또 자체 앱  '1KMWINE'을 소비자, 레스토랑, 수입회사, 와이너리를 아우르는 와인 종합 온라인 플랫폼으로 키울 거란 의지도 밝혔습니다.

와인 수입사가 꿈꾸는 시장 혁신의 꿈

한국 와인 시장의 성장과 함께한 와인 수입, 유통사 투자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세 줄 결론

1. 한국 와인 시장은 코로나19 판데믹 이후 비약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전체 시장 규모는 2025년 2조원, 2030년엔 3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죠.

2. 와인 수입, 유통 비즈니스는 여타 유통산업과 비슷해 보이지만 다릅니다. 가격을 일원화하고 프로모션을 지양함으로써 와인의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을 하며, 그를 통해 업계 종사자들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집니다.

3. 그를 바탕으로 나라셀라 또한 꾸준히 5~15%의 영업이익율을 확보하는 게 확인됩니다. 여기에 더해 이 회사는 유통과 배송, 판매망 등에서 기술을 더한 혁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식품에서 '술'이 차지하는 포지션은 정말 특수합니다. 적당량 먹으면 기분을 좋게 하고 주변 분위기를 환기시키죠. 그런 면에서 소주나 맥주도 제 역할을 하긴 하나, 색도 향도 맛도 다양한 와인이 가지는 매력은 대체 불가능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나라에서 와인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다소 보수적으로 운영되던 이 산업도 '혁신'이 벌어질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듯합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 와인이 얼마나 더 대중화돼 우리 일상에 가까워질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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