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성과급 갈등이 쏘아 올린 공 [뉴스룸에서]

김소연 기자 2026. 5. 12.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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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가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성과급 상한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김소연 | 사회정책부장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57조232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무려 756% 늘어난 액수로 창사 이래 최대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수치다. 인공지능(AI) 확대로 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 메모리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면서 부르는 게 값이 됐다. 삼성전자가 갑자기 역사의 한 획을 그을 만한 기술을 개발해서가 아니라,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생겨난 ‘뜻밖의 행운’이란 얘기다. 에이아이를 두고 세계적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만큼,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역대급 이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과 맞물려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면서 반도체 산업의 ‘성과 배분’이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했다. 한 기업의 성과급 문제가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1인당 6억원에 이르는 높은 액수 때문만은 아니다. 사회의 전방위적인 지원이 이뤄진 산업에서 상상을 초월한 이익이 나왔을 때, 이를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를 묻고 있어서다. 맨 윗단으로만 향할 경우 노동시장의 격차는 더욱 커지게 된다.

국가 전략산업인 반도체 기업의 눈부신 성장에는 대규모 세금 혜택, 금융·인프라 지원 등 정부의 뒷받침이 있었다. 촘촘한 반도체 공급망에서 제 몫을 해준 협력업체와 하청·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빼놓을 수 없는 숨은 공로자들이다. 지금의 성과가 삼성전자·에스케이하이닉스 노사의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반도체 기업 노사는 사회적 배분에 귀를 닫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21일 파업을 앞두고 11~12일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을 받아들였다. 노사가 한달여 만에 다시 협상을 시작한 것은 다행이지만 한편으론 우려가 크다.

삼성전자 노사는 성과급 재원 규모, 상한선 등을 놓고 견해차가 크다. 노조는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개인 상한선 없이 지급하는 것을 제도화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쪽은 업계 1위를 달성할 경우, 메모리 사업부에 한해 경쟁사인 에스케이하이닉스보다 높은 수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며 제도화에 반대하고 있다.

노사가 논의하는 쟁점엔 반도체 역대급 이익을 어떻게 사회로 흘러갈 수 있게 할지에 대한 고민이 아예 없다. 사회 배분이나 연대는커녕, 반도체와 스마트폰·가전 등 삼성전자 내부 직종 간 이익 나누기도 조율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협력업체나 비정규직 연대는 통상 노조가 선제적으로 꺼내는 경우가 많지만, 삼성 초기업노조는 그럴 생각이 없다. 이번 성과급 투쟁으로 6개월 만에 조합원이 6천명에서 7만명 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몸집은 커졌지만 노조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선 거리를 두고 있다.

노조 집행부는 ‘사회적 연대’를 고민할 여력도 없을 뿐만 아니라, 왜 우리한테 요구하는지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지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내부 이해관계도 통일이 안 되고 있다. 사회적 연대 등 외적인 부분을 안고 가기 어렵다”고 했다. 최승호 지부 위원장도 최근 ‘매일노동뉴스’ 인터뷰에서 “협력사와 하청 등에 대한 역할과 기대는 지부가 아니라 삼성전자에 요구하는 것이 먼저이지 않냐”고 말했다. 이름만 초기업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 성과급 문제는 에이아이 확산, 로봇의 발달 등 기술의 격변기에서 반도체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에서도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 성과를 어떻게 나눌지 사회적 기준이 없으면, 노사의 선의에 기대는 방법밖에 없다. 기업을 넘어선 대화 틀이 부재한 속에서 삼성전자 노사처럼 ‘나 몰라라’로 나오면 견제도 불가능하다.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이 쏘아 올린 공은 정부와 국회가 받아야 한다. 이미 15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선 대기업이나 산업에서 예상치 못한 큰 이익을 얻었을 때 사회와 공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제도로 정착되지 못했지만 초과이익공유제, 협력이익공유제, 상생금융기여금 등이 대표적 사례다.

반도체 산업의 성과 배분 문제는 이미 개별 기업 노사의 손을 떠났다. 정부와 국회는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제도화에 나서야 한다. 삼성전자 노사의 적당한 타협으로 이 논의가 끝나서는 안 된다.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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