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철 칼럼] 아파트에 갇힌 대한민국...머스크가 비웃는 이유

| 한스경제=최형철 대기자 | 어느 시대인들 '하 수상한 세월'이 아니었겠냐마는, 특히 요즘은 국제 정세의 불안감이 실시간으로 피부에 와 닿는다. 기존의 질서와 문법은 모조리 붕괴되고 희미하게 드러나는 대안은 전혀 미덥지 못하다. 일각에서는 20세기 초 '제국주의 시대로의 회귀'를 점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쏟아내는 정책들을 보면 그런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미국·중국·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다극체제로 글로벌 질서를 재편해, 각각의 영역권에서 '분할 통치'하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분할 통치는 20세기 초 식민지배의 다른 이름으로 들린다. 강대국들이 자신의 앞마당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약소국의 주권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는 '힘의 논리' 앞에서 대한민국이 맞대응할 카드는 무엇일까.
실제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역외 균형자'로 물러나고 중국의 영향력 확장을 용인하게 될 경우,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희생양을 찾는 도마 위에 가장 먼저 오를지도 모른다.

이런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의 시선은 차갑다 못해 잔인하다. 머스크는 지난달 초 인터넷 방송을 통해, 한국의 출산율(0.75명)을 두고 "미친 짓"이라 일갈하며, 3세대 후 한국 인구가 현재의 3% 수준으로 증발할 것이라 경고했다. 머스크는 또 "한 나라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신호 중 하나가 유아용 기저귀보다 성인용 기저귀 판매량이 더 많아지는 순간이다"며 "한국은 이미 그 지점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군이 굳이 침략할 필요도 없이 그냥 걸어서 국경을 넘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인구 파산으로 자멸할 한국의 안보 체계를 정조준한 블랙 코미디다.
일부 자산가들이 세금을 아끼려 매물을 잠그는 사이에 그 아파트를 지켜줄 군대도, 그 아파트에 불을 밝힐 다음 세대도 뿌리째 뽑혀 나가고 있다.
비유컨대, 침몰하는 배 위에서 '누가 더 전망 좋은 객실을 차지하느냐'를 두고 싸우는 모습과 흡사하다. 아파트 세금전쟁에서 자산가들이 승리해 부동산 가치를 수호한들, 머스크의 경고대로 인구가 증발한다면 그 아파트는 살 사람도, 팔 곳도 없는 '콘크리트 무덤'이 될 뿐이다.
성인용 기저귀가 유아용보다 많이 팔리는 국가에서 벌어지는 '세금 저항'은 국가적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출산율 0.75명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소멸을 예고하는 카운트다운이다. 아파트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양도세를 아무리 아낀다 해도 그 자산을 받쳐 줄 사람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제 우리의 질문은 부동산 세금에서 "글로벌 질서 재편 속에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 역설적으로 머스크의 경고는 우리 사회가 듣는 마지막 생존 신호일 수 있다.
자산 보존의 욕망에서 눈을 돌려 더 크게, 더 멀리 봐야 한다. 인구는 물론 국가가 지속 가능해야 자산도 보존된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나 일과 가정의 양립, 교육비와 주거비 부담 완화 등 근본적인 구조 개혁 없이는 어떤 부동산 정책도 의미가 없다.
불과 90년 후 대한민국의 인구가 152만명 수준으로 줄어든다면 감당이 되는가. 배는 이미 기울고 있다. 객실 싸움을 멈추고 배를 바로 세울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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