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권력 눈치본 검사들 대놓고 발탁한 검찰 인사, ‘김건희’ 수사 말라는 신호인가

한겨레 2024. 9. 20. 18: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법무부가 지난 19일 심우정 검찰총장 취임 직후 발표한 검찰 고위간부 인사는 오로지 윤석열 대통령을 위한 인사로 보인다.

검찰총장 시절 이른바 '살아 있는 권력 수사'로 민심을 얻어 대권까지 차지한 윤 대통령이 이젠 자신과 부인을 비호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앞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심우정 검찰총장에 이은 이번 인사로 윤 대통령은 검찰을 자신의 친위대로 확실하게 만들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심우정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법무부가 지난 19일 심우정 검찰총장 취임 직후 발표한 검찰 고위간부 인사는 오로지 윤석열 대통령을 위한 인사로 보인다. 노골적인 권력 눈치 보기로 검찰의 신뢰를 훼손한 전력이 있는 검사들을 대놓고 요직에 발탁했다. 검찰총장 시절 이른바 ‘살아 있는 권력 수사’로 민심을 얻어 대권까지 차지한 윤 대통령이 이젠 자신과 부인을 비호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검찰에 자신과 부인을 겨냥한 수사는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은 건가.

이번에 새로 임명된 8명의 검찰 고위간부 가운데 법무부 차관과 대검찰청 차장은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꼽히는 핵심 요직이다. 그런데 김석우 새 법무부 차관과 이진동 새 대검 차장은 이 자리에 적합한 인사가 아니다. 김 차관은 박근혜 정권 때 ‘왕수석’이라 불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 의혹을 수사한 뒤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2016년 11월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이던 그는 검찰 선배인 우씨 조사 과정에서 ‘황제 소환’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우씨는 팔짱을 낀 채 웃으면서 비스듬히 서 있고 수사검사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반듯하게 서 있는 장면이 사진에 찍혔다. 우씨는 불과 6개월 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때 불법사찰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년이 확정됐다. 앞서 김 차관이 했던 수사가 권력 눈치 보기가 아니면 뭔가.

이 대검 차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서울서부지검장 때 ‘이태원 참사’ 관련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불기소하려다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이 직권 소집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기소를 권고하자 마지못해 기소했다. 김 청장을 기소하면 재판 결과에 따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형사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대통령실은 기소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이 대검 차장이 그런 ‘용산’의 심기를 살핀다는 말이 파다했다.

이런 이들을 검찰 요직에 발탁해선 안 된다. 법과 원칙보다 권력의 뜻을 잘 따라야 출세할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검찰 전반에 주기 때문이다. 앞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심우정 검찰총장에 이은 이번 인사로 윤 대통령은 검찰을 자신의 친위대로 확실하게 만들었다. 임기 후반기를 앞두고 이런 인사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을 ‘용산’ 뜻에 따라 처리하라는 무언의 메시지다. 이원석 전 총장 때 있었던 사소한 이견조차 허용 못 하겠다는 것이다. 심 총장은 ‘국민의 검찰’이 되겠다 했지만, 국민은 ‘윤석열의 검찰’을 보게 될 것 같다.

2016년 11월6일 우병우 민정수석(왼쪽)이 서울중앙지검 조사실에서 팔짱을 끼고 있다. 오른쪽 검사들은 두손을 모은 자세로 서 있다. 조선일보 제공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