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SUV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 바로 테라칸이다. 2001년 등장한 테라칸은 당시 갤로퍼의 뒤를 잇는 정통 프레임 SUV로, 오프로더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묵직한 디젤 엔진, 바디 온 프레임 구조, 강력한 4륜 시스템은 쌍용 무쏘, 코란도와 함께 SUV 시장을 대표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2000년대 중후반, 모노코크 기반 싼타페와 베라크루즈, 이후 팰리세이드로 이어지는 도심형 SUV 전략 속에서 테라칸은 자연스럽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2025년 현재, 시장은 다시 정통 SUV를 부르고 있다. 캠핑, 차박, 오프로드 레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단순히 실내가 넓은 SUV보다 강인한 주행 성능을 갖춘 ‘진짜 SUV’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지프 랭글러, 포드 브롱코, 랜드로버 디펜더의 인기가 재점화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국내에서는 쌍용 토레스가 흥행하며 ‘정통 SUV 감성’의 시장성이 다시 입증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테라칸의 부활은 단순한 레트로가 아니라, 현대 SUV 라인업의 전략적 빈자리를 메우는 선택이 될 수 있다.
테라칸이 돌아온다면 포지션은 싼타페와 팰리세이드 사이일 가능성이 크다. 5~7인승을 지원하는 중대형 SUV로, 실내 공간은 가족 단위 소비자에게 충분히 여유를 제공하면서도 오프로더다운 차체 구조와 내구성을 확보해야 한다. 플랫폼은 전통적인 프레임 바디가 될 수도 있지만, 최근 트렌드를 감안하면 준-프레임 혹은 보강된 모노코크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도심형 주행과 오프로드 성능을 동시에 아우르려는 현대차의 전략과 맞닿아 있다.

파워트레인은 현대차가 이미 보유한 자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2.5 가솔린 터보, 2.2 디젤 엔진은 기본이 될 것이고, 친환경 전환 흐름에 맞춰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옵션이 추가될 여지도 크다. 중요한 건 강력한 사륜구동 시스템과 높은 견인력이다. 캠핑 트레일러, 카라반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테라칸이 이 부분에서 경쟁 우위를 보여줄 수 있다면 소비자들에게 확실한 매력 포인트가 된다.
디자인은 최근 현대차의 ‘각진 박스형’ 흐름을 적극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싼타페가 MX5에서 각진 실루엣으로 호평을 받은 만큼, 테라칸 역시 직선 위주의 강인한 비율과 수직형 리어램프, 와이드 펜더를 적용해 정통 SUV 이미지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짧은 오버행과 높은 지상고는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상징하는 동시에, 시각적으로도 묵직한 존재감을 완성할 것이다.

실내는 단순한 고급감을 넘어 ‘가족 친화성’과 ‘캠핑 친화성’을 모두 잡아야 한다. 차박 수요를 반영한 평탄화 가능한 2열·3열, 전동 인버터 전원, 대용량 수납공간이 중요하다. 대형 파노라믹 디스플레이, OTA 업데이트, 최신 ADAS 기능은 기본으로 제공되며, 오프로드 전용 주행 모드와 UI를 별도로 지원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테라칸은 단순한 SUV가 아니라 다목적 패밀리 모빌리티로 진화하게 된다.
장점은 명확하다. 현대차 라인업에서 유일하게 정통 SUV 감성을 제공하면서도 최신 전동화 기술과 패밀리카 기능을 동시에 담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싼타페나 팰리세이드가 놓친 영역이며, 토레스나 브롱코가 보여준 틈새 수요를 제대로 흡수할 수 있다. 게다가 현대차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감안하면 내수뿐 아니라 북미·중동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단점도 존재한다. 프레임 SUV 구조를 유지한다면 무게와 연비에서 불리할 수 있고, 가격이 5천만 원 전후로 형성되면 대중성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현대차가 전동화 전략을 강화하는 시점에서, 내연기관 위주 SUV에 대한 투자 여부가 현실적인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쟁차로는 지프 랭글러, 포드 브롱코, 랜드로버 디펜더가 대표적이다. 다만 이들은 대부분 6천만~1억 원대 가격대로, 만약 테라칸이 4천만 원 후반~5천만 원 중반에 나온다면 ‘합리적인 정통 SUV’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쌍용 토레스와 직접적인 경쟁 구도가 형성되며, 상품성에 따라 토레스의 입지를 흔들 수도 있다.

소비자 반응은 벌써부터 기대와 호기심이 교차한다.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진짜 나오면 바로 계약한다”, “현대판 브롱코 기대된다”라는 긍정적인 목소리가 많다. 반면 “결국 가격이 문제”, “현대차가 오프로더 감성을 얼마나 구현할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인 의문도 나온다.
결국 테라칸 부활의 의미는 단순한 레트로가 아니다. 도심형 SUV에 치중된 현대차 라인업에서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동시에, 글로벌적으로 떠오르는 오프로더 SUV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신호탄이 된다. 성공 여부는 디자인 완성도, 파워트레인 다변화, 그리고 가격 책정에 달려 있다.

만약 테라칸이 실제로 부활한다면, 이는 “싼타페도 팰리세이드도 하지 못한 것”을 현대차가 이뤄내는 순간이 될 것이다. 오프로더 감성과 패밀리카 실용성을 모두 갖춘 정통 SUV, 바로 그것이 테라칸 부활이 갖는 진짜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