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가 없어도 실패하지 않는, 어느 뷰티회사의 히트 전략 - 아이엔이

‘잘 때 얼굴에 팩을 붙이는 것처럼 자는 중에도 머릿결을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

헤어케어 브랜드인 ‘요루’는 이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어요. 다음날 아침 준비를 편하게 돕는, 효율을 중시하는 사람들의 니즈를 제대로 저격해 수면 중 헤어케어라는 신시장을 열었죠. 중국에선 ‘잘자요 샴푸(晚安洗发水)’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고요.

요루는 1,540엔(약 15,000원) 정도로 마트에서 파는 샴푸보다 높은 가격대지만 런칭 1년 만에 1,000만개의 판매 실적을 올렸어요. 화장품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닛케이 트렌드가 선정한 ‘2022 올해 히트친 일본 상품 톱 30’에서 19위에 랭크됐고요. 2023년 3월에는 일본 드러그 스토어의 안방마님인 카오와 P&G, 유니레버를 밀어내고 헤어케어 부문에서 판매액 기준 1위를 달성하기도 했죠.

요루를 선보인 회사가 ‘아이엔이’인데요. 이 회사는 피부, 헤어, 주름, 미용 가전, 아이 메이크업 등의 분야에서 12개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어요. 흥미로운 점은 아이엔이가 내놓은 제품이 시장에서 히트칠 확률은 92.8%라는 거예요. 이에 대해 아이엔이는 ‘우리에게는 실패하지 않는 전략’이 있다고 귀띔하죠. 이 뷰티 회사의 근거 있는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아이엔이 미리보기
• 제한된 정보만으로 대중 사로잡기
• 뷰티 개척층에서 매스층으로 트렌드 전파하기
• 눈물을 흘려 스트레스를 푸는 트렌드 응용하기
• 공장 없이 빠르면서도 고퀄로 트렌드 생산하기
• 마케팅 성공율 92.8%의 비결

‘미끼는 낚시꾼의 입맛이 아니라 물고기의 입맛에 맞아야 한다.’

신경 마케팅의 바이블로 불리는 책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서문에 나오는 말이에요. 기업의 선호나 취향이 아닌, 인간의 구매 동기와 소비 욕망을 파헤쳐야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단 뜻이죠. 마케터라면 누구나 되새김질하는 격언이기도 하고요. 일본에는 이 마케팅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어 뷰티 대국을 건설 중인 주인공이 있어요. 오니시 요헤이라는 사람이에요.

2005년 대학생이던 그는 이커머스와 모바일 시장의 확대를 목격하고 의류 사업에 뛰어들었어요. 그 뒤 네일 상품, 스킨케어 시장에 진출했죠. 사업의 품목은 바뀌어도 한결같이 고수하던 비즈니스 모델이 있었으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OMO(Online Merge with Offline) 전략이었죠.

OMO는 O2O(Online to Offline)와는 유사하지만 차이가 있어요. O2O가 온라인에서 나와 오프라인까지 확장하면서 고객 경험과 기업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라면, OMO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두 무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보다 고객 친화적인 활동을 뜻해요. 일찍이 모바일 시장의 진가를 알아본 오니시는 2007년에 뷰티 산업에 입문한 뒤, 미래의 뷰티 산업에 돌풍을 일으킬 법인 ‘아이엔이(I-ne)’를 설립했어요.

회사의 매출이 10억엔(약 100억원)을 넘어가던 무렵. 오니시는 뒷통수를 때리는 고객의 한 리뷰를 만나게 돼요. “아이엔이의 상품으로 딸이 고민에서 벗어나 학교를 행복하게 다니게 되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매출만을 좇던 야생마 같은 사업가 오니시가, 제품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진정한 가치를 깨달은 순간이었죠.

거기서부터 아이엔이는 자신들의 미션을 재정의했어요. ‘Chain of Happiness.’ 상품을 통해 고객과 그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겠다는 비전을 품은 거예요. 그러고 나서 큰 사랑을 받은 보타니스트의 제품을 뜯어봤더니 ‘자연과 공명한다’는 철학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어요. 포인트는 바로 ‘공감’이었죠.

보타니스트 ⓒI-ne
드로아스 ⓒI-ne
살로니아 ⓒI-ne

2015년에 식물과의 조화를 내세운 보타니스트를 필두로, 아이엔이는 나답게 아름다워지는 헤어 가전 ‘살로니아(SALONIA)’, 밤사이 머릿결을 가꿔주는 나이트 리페어 ‘요루(YOLU)’, 진흙의 천연 유래 성분에 주목한 스킨케어 ‘드로아스(DROAS)’ 등 12개 브랜드를 런칭하며 더 크고 넓은 성공의 닻을 올리게 돼요. 피부, 헤어, 주름, 미용 가전, 아이 메이크업까지. 브랜드별로 다루는 주제는 달라도 하나같은 공통점이 있었죠. 뾰족한 컨셉과 이미지로 고객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이쯤 되니 궁금증이 생기지 않나요? 이 브랜드들, 평범한 화장품 같은데 도대체 어떤 뾰족함으로, 치열한 뷰티 전쟁터에서 소비자들의 주목을 단숨에 사로잡은 건가 하고요. 아이엔이는 여기에 대해 ‘우리에게는 실패하지 않는 전략’이 있다고 귀띔하는데요. 그 전략을 하나씩 분해해 볼게요.


제한된 정보만으로 대중 사로잡기

아이엔이는 보타니스트와 요루를 필두로 현재 연매출 283억엔(약 2,830억원)이 넘는 회사로 고도성장하고 있어요. 2023년에는 성장세가 빠른 소형주 위주의 거래소인 마더스(Mothers)에 상장한 지 3년 만에, 대형주 위주의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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