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생각하라”…‘생후 3개월 아들’ 살해한 엄마에 판사가 남긴 말

얼굴에 이불 덮어 아들 살해…테트라포드에 시신 유기
법원, 1심 ‘징역 7년’→2심 ‘징역 9년’ 가중 처벌

(시사저널=박선우 객원기자)

법원 ⓒ연합뉴스

생후 3개월인 아들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1심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던 20대 친모가 항소심서 징역 9년으로 형량이 가중됐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등법원 제주 형사1부(이재신 부장판사)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2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9년을 선고했다. 10년간의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간의 보호관찰 명령 등은 1심과 동일하게 내려졌다.

A씨는 2020년 12월23일 자정쯤 생후 3개월차인 아들 B군을 얼굴에 이불을 덮는 수법으로 살해하고 같은 날 오전 7시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포대기에 싼 B군의 시신을 쇼핑백에 넣어 주거지 인근인 서귀포시의 모 방파제 테트라포드에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별개 혐의도 다수다. B군을 키우는 과정에서 고용했던 베이비시터에게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은 혐의, 애인이었던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로 신용대출을 받는 등 총 3억원을 편취한 혐의 등이다. A씨는 이같은 수법으로 마련한 돈의 대부분을 도박에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범행은 작년 서귀포시 측이 필수 영유아 예방접종 현황을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적발됐다. 시당국은 B군이 출생 신고는 돼있으나 장기간 필수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점, B군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점 등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A씨는 B군의 행방을 묻는 시청 관계자들에게 '아이는 아빠가 육지서 키우고 있다' 등의 거짓말로 범행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B군의 시신은 끝내 찾을 수 없었다. A씨가 유기 장소라고 밝힌 곳이 현재 매립돼 사실상 시신을 찾는 게 불가능해서다. A씨는 지난 6월 제주지방법원서 진행된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검찰 측과 나란히 불복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선고형량을 원심보다 가중한 이유에 대해 "범행 내용, 피해 정도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가벼워서 부당하다"면서 "1심보다 가중된 형을 선고하는 것이 적절한 책임의 양이라고 판단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2심 재판부는 A씨를 향해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 쉽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가족들을 생각해 다시는 법정에 서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