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운 건 IP]③ 스마일게이트, 무너진 ‘로스트아크’ 성장축…모바일로 2막 열까

로스트아크 모바일 대표 이미지/사진제공=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와 '로스트아크'는 스마일게이트를 키운 대표 게임이다. 다만 최근 몇 년간 숫자를 뜯어보면 두 게임의 힘이 더 이상 균형적이지 않다는 점이 드러난다. 로스트아크 매출 곡선이 서서히 아래를 향하는 사이, 스마일게이트는 통합법인 전환과 함께 후속작 '로스트아크 모바일'로 이 지식재산권(IP)의 두 번째 전성기를 노리고 있다.

스마일게이트의 두 축 ‘크파’와 ‘로아’

12일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그룹 실적을 이끄는 종속기업은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크로스파이어 개발사)와 스마일게이트알피지(로스트아크 개발사) 두 곳이다. 2024년 기준 영업수익(매출)은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가 7181억원, 스마일게이트알피지는 4758억원이다.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연결 영업수익 1조5221억원 가운데 두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약 47%, 31% 수준이다. 그룹 실적이 사실상 크로스파이어와 로스트아크 두 IP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다.

2022년만 해도 구도는 달랐다. 당시 스마일게이트알피지 영업수익이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를 앞서며 로스트아크가 그룹 최대 캐시카우(현금창출원)였다. 크로스파이어는 중국과 글로벌 라이선스·퍼블리싱을 기반으로 꾸준히 매출을 키워왔고, 로스트아크는 국내 흥행과 2022년 글로벌 론칭 효과가 겹치며 단숨에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두 회사의 궤적은 점차 엇갈렸다.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의 영업수익은 2022년 6458억원 → 2023년 6671억원 → 2024년 7181억원으로 3년 연속 성장했다. 크로스파이어X 서비스 종료에도 불구하고 중국 텐센트와의 라이선스 계약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크로스파이어 모바일이 동남아·중동 시장에서 꾸준히 매출을 올린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스마일게이트알피지의 영업수익은 2022년 7369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5237억원, 2024년 4758억원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같은 기간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연결 영업수익에서 스마일게이트알피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46.7%에서 37.9%, 31.3%로 떨어졌다.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와 스마일게이트알피지 영업수익 추이/자료=연결감사보고서, 제작=구글 제미나이

로스트아크, 매출 3년째 하향세

로스트아크는 여전히 스마일게이트를 대표하는 대형 IP다. 다만 성장 축에서 하향 안정 구간으로 넘어갔다는 신호가 뚜렷하다. 스마일게이트의 전체 매출에서 로스트아크의 몫은 줄어드는 반면 크로스파이어와 다른 사업부문이 상대적으로 비중을 키우는 그림이다. 스마일게이트가 더 이상 '로스트아크로 먹고 사는 회사'만은 아니게 됐다는 의미이지만 동시에 로스트아크 단일 IP의 성장성에 물음표가 붙는다.

3년 연속 매출 감소는 단순한 변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스트아크는 2022년 이후 ‘카멘’, ‘에키드나’ 등 대형 군단장 레이드를 연이어 선보였지만, 2022년을 정점으로 이후 영업수익은 매년 줄었다.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의 동시접속자 수도 론칭 직후 130만명을 넘겼으나 2023~2024년에는 월간 5만~9만명 수준으로 유지됐고, 최근에는 1만명 안팎까지 낮아졌다. 콘텐츠 투입 대비 매출·이용자 반응이 약해졌다는 의미다.

수익성만 놓고 보면 상황은 다르다. 스마일게이트알피지는 2022년 말 기준 자본잠식 상태(자본 –306억원)에 빠져 있었고, 같은 해 당기순손실은 1576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3년에는 당기순이익 6547억원을 기록하며 대규모 흑자로 돌아섰다. 글로벌 퍼블리싱 파트너 아마존게임즈와의 정산 구조가 안정화되고, 2022년 초기 비용이 일단락된 영향이다. 2024년에도 당기순이익 3026억원을 기록하며 재무 구조를 더 탄탄하게 만들었다.

즉 로스트아크는 매출 규모만 보면 정점에서 내려오는 구간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스마일게이트알피지에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주는 캐시카우다. 문제는 이 구조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느냐다.

스마일게이트는 이런 흐름 속에서 조직 구조를 손질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홀딩스·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스마일게이트알피지 세 법인은 내년 1월1일자로 하나의 통합법인으로 합쳐진다. 게임 개발 스튜디오는 그대로 유지하되, 인사·재무·사업지원 등 경영 지원 기능을 통합해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고, 그룹 차원에서 IP 포트폴리오를 한 방향으로 묶는 구조다. 크로스파이어와 로스트아크, 두 개의 축은 유지하되 각 IP의 수명 주기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책임은 이제 통합법인 하나가 떠안게 된다.

로스트아크 비중 하락 인포그래픽/자료=연결감사보고서, 제작=구글 제미나이

로스트아크 모바일, IP 수명 연장 시험대

이 지점에서 로스트아크 모바일의 의미가 커진다. 스마일게이트가 준비 중인 로스트아크 모바일은 언리얼엔진5 기반으로 개발 중인 신작으로, PC·모바일 크로스플레이를 전제로 한다.

로스트아크 모바일은 올해 11월 4일간 비공개테스트(CBT)를 열어 가디언 토벌, 군단장 레이드, 모바일 전용 모드 '카오스 브레이크' 등을 시험했다. 당시 직업 8종을 선보였으며 스마트 회피, 자동 전투 AI와 같은 모바일 최적화 조작도 도입했다. 공식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CBT 일정과 개발 진척도를 감안할 때 2026년 상반기 출시를 예상한다.

로스트아크 모바일은 단순한 파생작이 아니다. 로스트아크 PC 버전의 매출이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리는 상황에서, 동일 IP로 플랫폼을 넓혀 매출 곡선을 다시 위로 꺾어 보려는 시도에 가깝다. 통합법인 출범 이후 스마일게이트가 글로벌 IP 명가를 지향하려면, 크로스파이어와 함께 로스트아크 IP를 다시 키울 수 있는 성장축이 필요하다. 숫자상으로는 크로스파이어 비중이 커졌지만, 브랜드 인지도와 팬덤, 글로벌 퍼블리싱 구조를 감안하면 로스트아크를 포기하기도 쉽지 않다.

변수는 리스크다. 로스트아크는 과금·운영 이슈로 이용자 피로감이 누적돼 왔다. 몽환군단장 ‘아브렐슈드’는 출시 초기 높은 난이도와 반복 패턴으로 논란이 있었고, 성장·재련 비용 구조에 대한 불만이 겹치며 “과금 피로도가 누적됐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런 인식이 모바일로 이어지면 후속작이 IP 수명을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브랜드 소모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PC 버전의 장점은 유지하되 모바일에 맞는 세션 구조·과금 모델을 설계한다면 로스트아크는 PC·모바일을 아우르는 장기 IP로 재도약할 가능성도 있다.

즉 스마일게이트 입장에서 로스트아크 모바일은 IP 수명 연장의 시험대라고 할 수 있다. 로스트아크 매출은 3년 연속 줄었고, 그룹 내 비중도 40%대에서 30%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로스트아크 모바일이 흥행에 성공하면 PC·모바일 투트랙으로 IP 수명을 연장하고 크로스파이어와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반대로 시장 반응을 얻지 못하면 크로스파이어 편중이라는 구조적 고민이 현실화된다. 스마일게이트가 내세운 '글로벌 IP 명가'라는 비전은 결국 로스트아크 모바일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최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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