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신실이 풀어야 했던 숙제가 있었다. 스트로크 플레이에서 그는 이미 검증된 선수다. 2022년 10월 데뷔 후 3시즌 만에 통산 5승. KLPGA 투어에서 그 속도는 평범하지 않다. 그러나 두산 매치플레이라는 대회 앞에서 방신실은 해마다 조별리그에서 돌아갔다. 3년 연속이었다.
그 기록이 17일 춘천 라데나 골프클럽에서 끊겼다.

매치플레이는 스트로크 플레이와 구조가 다르다. 스트로크 플레이는 72홀 또는 54홀 동안 누적 타수로 승부를 가린다. 한 홀에서 더블보기를 쳐도 전체 스코어에서 회복할 수 있다. 매치플레이는 그렇지 않다. 홀마다 승패가 갈리고, 한 홀 잃으면 그 홀은 영구히 사라진다. 실수의 복리 구조가 다르다. 집중력이 분산되는 순간 리드가 무너지고, 상대의 버디 한 개가 흐름 전체를 바꾼다.
방신실이 이 구조에서 3년 연속 조별리그를 넘지 못했다는 건, 단순한 부진이 아니다. 스트로크 플레이형 선수가 매치플레이에서 겪는 구조적 적응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꾸준히 버디를 만드는 능력은 두 포맷 모두에서 유효하지만, 리드를 지키는 심리적 방식과 상대의 흐름을 읽는 반응 속도는 포맷마다 요구치가 다르다.
이번 대회에서 방신실은 그 질문에 답했다.

4강에서 홍진영을 상대한 경기는 방신실 자신이 오래 기억할 라운드가 될 수 있다. 전반 8번 홀까지 3홀 차 리드. 2번 홀 프린지 4.8m 버디, 7번 홀 1.3m 버디로 쌓은 격차였다. 여기까지는 방신실이 잘한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홍진영이 9번 홀부터 12번 홀까지 버디 세 개를 꽂아 넣으며 동타를 만들었다. 3홀 차 리드가 순식간에 타이로 돌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두 가지 반응이 나뉜다. 상대의 흐름에 끌려 스스로 무너지는 선수와, 흐름을 인정하되 자신의 다음 홀에만 집중하는 선수. 방신실이 보인 반응은 후자였다. 경기 후 그는 "내가 실수해서 다운된 게 아니라 상대가 워낙 잘해서 따라온 거라고 생각하면서, 기다리다 보면 기회가 올 거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분석이 맞든 틀리든, 심리적 귀인(歸因) 방식이 선수의 다음 홀 결정에 영향을 준다는 건 스포츠심리학에서 잘 정리된 개념이다. 실수를 자신 탓으로 돌리면 다음 홀에서 과도하게 신중해지고, 외부 요인으로 해석하면 다음 홀에서 원래 루틴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15번 홀 페어웨이 우측 벙커에서의 샷이 결정적이었다. 볼을 홀 1m 옆에 붙여 버디로 연결했다. 벙커에서 핀을 직접 공략하는 선택 자체가 이미 선수의 심리 상태를 반영한다. 안전 플레이가 아니라 공격 선택이었고, 그 결과가 나왔다. 16번 홀에서 홍진영이 보기를 범하며 2홀 차. 17번 홀에서 두 선수 모두 버디를 잡으며 경기 종료. 방신실이 이번 대회에서 조별리그부터 4강까지 6경기 전승으로 결승에 올랐다.
결승 상대 최은우(31)는 다른 유형의 어려움을 안고 있다. 최은우는 프로 12년 만에 처음으로 두산 매치플레이 결승에 올랐다. 2024년 4월 이후 우승이 없는 선수다. 통산 2승, 2년의 공백. 최은우 입장에서 이 결승은 커리어 반등의 무게가 실려 있다.

방신실은 정반대의 위치에 있다. 올 시즌 아직 우승이 없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통산 5승의 근거가 있고, 이번 대회 전승이라는 흐름이 있다. 개인 통산 6승이자 매치플레이 첫 타이틀. 두 개의 의미가 동시에 걸려 있다.
결승은 36홀이다. 체력 변수가 커진다. 방신실은 4강 직후 "36홀은 체력 부담이 크기 때문에 초반부터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타당한 분석이다. 매치플레이에서 초반 리드는 심리적 이점을 만들고, 상대에게 추격의 부담을 지운다. 반대로 초반에 끌려가면 홀마다 만회를 위한 공격적 선택을 강요받고, 그 자체가 에너지 소비를 늘린다.

방신실은 3년 동안 조별리그에서 멈췄다. 이번 주 그는 6홀을 이겼고,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매치플레이라는 포맷에 대한 적응이 완성됐는지, 아니면 이번 주 컨디션이 특별히 맞아떨어진 것인지는 결승 36홀이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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