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맥 폭탄주'도 칵테일…재밌는 칵테일의 세계
위스키에 맥주 섞는 '보일러메이커' 등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술은 섞어야 맛
여러분들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했던 술을 하나 꼽으라면 어떤 것을 고르실 건가요. 많은 분들이 아마 '위스키'를 꼽으실 겁니다. 지난 몇 년간 위스키의 인기는 정말 폭발적이었죠. 흔하디 흔한 일본산 '산토리 가쿠빈'부터 위스키계의 명품으로 불리는 '맥켈란'까지 가격을 불문하고 모든 종류의 위스키가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 됐었습니다.
위스키의 인기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하이볼'입니다. 위스키에 토닉워터를 섞어 마시는 저도수 칵테일인 하이볼이 인기를 끌면서 위스키의 인기가 함께 올라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하이볼이 얼마나 잘 팔렸는지, 편의점에서도 하이볼을 캔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또 그게 대박이 납니다. 주요 편의점들이 모두 저마다의 하이볼 제품을 단독으로 만들어 팔 정도죠.
하이볼의 인기는 자연스럽게 다른 칵테일 주류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하이볼을 질리도록 마셨다면, 다른 칵테일에도 관심을 갖게 마련이니까요. 실제로 최근 주류업계의 트렌드는 하이볼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믹솔로지'라고 합니다. 위스키와 토닉워터뿐만 아니라 소주나 막걸리 등 전통주류를 이용한 칵테일, 망고나 토마토 등 과일을 넣은 칵테일 등 다양한 칵테일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사실 칵테일 트렌드는 MZ세대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우리 아버지들도 아주 예전부터 칵테일을 즐겨 왔습니다. 80년대에 양복을 차려 입고 멋진 바에 드나들던 부자 아빠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퇴근 후 삼겹살에 소주를 기울이던 우리 아빠도 알고보면 '칵테일 마니아'였습니다. 왜냐구요? [생활의 발견]에서 이야기해 봅니다.
폭탄주도 칵테일
'양폭'이라는 술을 아시나요? '양주 폭탄주'의 줄임말입니다. 요즘은 상당히 드물어졌는데요. 맥주에 고도수 양주(주로 위스키)를 넣어 마시는 술입니다. 맥주 글라스에 맥주를 절반가량 따르고 위스키 샷을 한 잔 넣으면 비중이 높은 위스키가 맥주를 밀어내며 흰 거품이 잔 위로 넘칩니다. 이 모습이 폭탄을 터뜨린 것 같다고 해서 '폭탄주'라고 부릅니다.
너무나 한국적인 이 술은 사실 역사가 있는 정통 칵테일입니다. 바로 '보일러메이커(Boiler Maker)'라는 칵테일입니다. 레시피를 볼까요? 맥주잔에 맥주를 붓고 위스키 샷 한 잔을 넣어 단숨에 마십니다. 어라, 폭탄주와 똑같네요?
의외로 이런 '고도수 증류주+맥주'의 조합은 어느 나라에나 있는 기본적인 칵테일입니다. 양이 많아 목을 축이기 좋으면서도 도수가 높아 빨리 취하고 거품이 차오르는 비주얼도 훌륭하죠. 휴지 등으로 잔 입구를 막고 잔을 흔들거나 내리쳐 거품이 단숨에 터져나오게 하는 방식도 '슬래머'라는 방식으로 많은 나라에서 애용하는 방식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위스키로 폭탄주를 만들어 마시는 문화가 많이 사라졌죠. 대신 그 자리는 소주가 차지했는데요. 보일러메이커 혹은 양폭의 순한 버전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칵테일의 가장 기본적인 정의가 술을 다른 음료나 술과 섞어 마시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소맥 역시 훌륭한 칵테일입니다.
이런 칵테일도 있구나
뭐든지 섞기만 하면 칵테일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점 때문일까요. 세상엔 재미있는 칵테일이 참 많습니다. 이 중 몇 개만 소개해 볼까 합니다. 먼저 '클라라'입니다. 제가 스페인에 처음 가서 마셨던 술이 바로 클라라였는데요. 이렇게 시원하고 이렇게 달콤할 수가.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클라라는 맥주에 레몬 탄산음료를 섞은 칵테일입니다. 주로 레몬 환타를 사용합니다. 국내에선 레몬 환타가 판매되고 있지 않아 만들 수 없지만, 최근 롯데마트가 스페인산 '클라라'를 수입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해장 칵테일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칵테일 '블러디 메리'는 토마토주스를 넣은 칵테일인데요. 보드카에 레몬주스와 토마토주스, 우스터소스, 타바스코소스를 넣고 여기에 소금과 후추를 뿌려 먹는 칵테일입니다. 전체 양에서 보드카는 3분의 1도 되지 않고 토마토주스가 3분의 2를 차지해 맛은 술 맛이 나는 토마토 스프에 가깝습니다. 해장을 술로 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도 한국인뿐만이 아닌가 봅니다.
지금까지는 술과 음료, 혹은 도수가 높은 술과 도수가 낮은 술을 섞는 칵테일을 소개드렸는데요. 맥주와 맥주를 섞고는 칵테일이라고 주장하는 술도 있습니다. 라거나 밀맥주와 흑맥주를 섞는 '맥주+맥주' 칵테일인데요. 벨기에산 밀맥주인 호가든과 아일랜드산 흑맥주인 기네스를 섞는 '더티호'가 가장 유명합니다. 이 맥주는 '블랙 앤 탄(Black&Tan)'이나 '하프 앤 하프(Half&Half)'라고도 불리구요. 다른 맥주를 사용할 경우 간단하게 '믹스비어(Mixbeer)'라고도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레몬 주스와 오렌지 주스, 파인애플 주스를 셰이킹해 만드는 칵테일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설명에 술이 빠졌다구요? 이 칵테일에는 술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세 가지 주스만을 섞어 만드는 '논알콜 칵테일'입니다. 그냥 믹스 주스 아니냐구요. 그게 바로 셰이킹의 힘이죠. 평범한 주스 세 가지를 섞었는데 마법처럼 세상에 없던 맛이 나타나는 이 칵테일의 이름은 '신데렐라'입니다.
이처럼 칵테일의 세계는 참으로 넓고도 깊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의 바에서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칵테일이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실 똑같은 레시피라도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게 또 칵테일이라는 술입니다. 어떠신가요. 오늘 저녁엔 나만의 칵테일 한 잔을 즐겨보시는 게.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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