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읽는 책의 가치,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 [인터뷰]

지식이 흐르려면 사람의 온기가 필요하다.
윤수영
· 커뮤니티 플랫폼 트레바리 대표

사람은 언제나 무언가를 앞두고 모인다. 기쁜 일엔 끼니를 함께하고, 축하할 일엔 마실 거리를 걸치며, 슬픈 일엔 다독이고, 어려운 일엔 머리를 맞댄다. 문명의 발달이라는 거창한 배경을 끌어오지 않더라도, 사람은 늘 사람과 함께다.

고독한 취미를 대변하는 독서도 마찬가지다. 독서모임은 책에 담긴 지식을 곱씹어 사람과 나누는 일이다. 사람이 모이지 않는 작금의 시대에, 가장 사람다운 행위가 아닐까. 어떠한 형태로든 사람이 모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윤수영 대표는 10년 넘게 ‘트레바리’라는 모닥불을 피웠다. 사람 사이의 끈끈한, 그의 언어를 빌리자면 ‘질척이는’ 관계로 도란도란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에.


트레바리를 창업하고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창업 당시와 비교했을 때 바뀐 점이 있다면?

과거에는 유료 커뮤니티 서비스가 시장에서 생경한 모델이었다. 지금은 ‘이런 서비스도 있을 수 있지’라며 소비자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추세다. 창업 당시에도 그랬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성장과 연결이라는 측면에서 갈증을 느끼는 것 같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지식 교류와 친목, 어떤 부분이 모임에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때때로 다르지만, 굳이 고르자면 친목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이 외로우면 지적인 사고 자체가 어렵다. 지적인 사고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전제되어야 한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겸손할 수 있고, 겸손해야 지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독서 모임은 대부분 ‘안 해본 생각을 했는가’ 또는 ‘이 대화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에 집중한다. 다만, 그보다 먼저 사람들과 편하게 대화하며 외로움이 해소된 후에야 마음의 여유를 갖고 원만하게 지식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모임이 필요한 이유가 인간이 본질적으로 갖고 있는 외로움에 기인한다고 보나?

그렇다. 선진국에서도 인간의 외로움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는 모양새다. 미국 정치학자 로버트 D. 퍼트넘의 <나 홀로 볼링>이나, 오바마 행정부 당시 미국 연방 의무총감을 지낸 비벡 H. 머시의 <우리는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 같은 책에서도 외로움 문제를 다룬다. 영국이나 일본은 아예 외로움 담당 장관을 두거나 전담 부처를 신설해 국가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특히 얕은 관계, 즉 ‘제3의 공동체’라고 부를 만한 지인 네트워크가 많지 않다. 외로움 문제를 해결할 명료한 방법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간기업 트레바리가 커뮤니티 문화를 조성한다는 건 나름 의미가 있다고 본다.

현시대에 책을 같이 읽는 것의 가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혼자라면 읽지 않을 책을 읽고, 혼자라면 하지 않을 생각을 함께이기에 할 수 있다. 책은 그 자체로 지식을 얻는 수단이지만, 한 권의 책만 읽는 것과 마찬가지로, 혼자 책을 읽으면 여러모로 편협한 사람이 될지 모른다.

안 그래도 편협하기 쉬운 세상이다.
하나의 생각에 쏠리지 않기 위해
스스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대다.
지식 교류를 목적으로 모인다는 점에서
독서 모임이 가장 이로운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독서가 모임 형태가 되었을 때 어떤 점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하나?

충분히 끈끈한 소속감을 유지하면서도 지적 교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하나의 모임이 언제 가장 끈끈한지 생각해 보면, 그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애를 쓸 때인 것 같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처럼, 무언가에 애착을 느끼고 소속감을 느끼려면 그만큼 자신의 무언가를 투자해야 된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는 그 자체로 모임원에게 공통의 헌신을 요구한다. 독서 모임은 모임을 위한 투자가 독서가 된다는 점에서 가장 지적인 교류 활동이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모임의 형태는?

끈끈한 관계의 모임을 선호한다. 서로에게 질척거리는 모임이랄까. 그래서인지 내가 참여하는 모임은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이다.(웃음)

그 외에도 평소에 안 해본 생각을 애써 하는 모임, 스스로 무엇을 모르는지 탐구하는 모임, ‘나만 잘되면 돼’라기보다 조금씩 세상 걱정도 하는 모임. 이런 모임이 내 취향이다. 물론 내 취향이 트레바리 모임 전체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지양하는 모임 형태가 있다면?

모임에 한계를 두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모임 안에서 혐오가 재생산된다면 문제의식을 가질 것 같다.

어떤 일에 바닥을 닫는 만큼 천장도 같이 닫힌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줄이고자 모임을 통제할수록 다양한 사람이 모여 성장할 가능성도 좁아진다는 의미다.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으면 그만큼 리스크도 감당해야 한다.

독서 모임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뤄질 거라 생각하기 쉽다

아니다. 40~50대 모임원도 상당수다. 아직 트레바리 모임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이미 늦은 거라 말하고 싶다.(웃음)

전문가일수록, 인사이트가 많은 사람일수록 다양한 사람이 모이는 자리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일수록 그 분야에선 일종의 ‘고인 물’일 확률이 높다. 스스로를 다시 흐르게 하는 방법은 내가 속한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것이다. 낯선 모임에서 다시 한번 자신을 증명하고, 때로는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게 중요하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장으로서 모임을 리드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강연이나 세미나와 유사한 모습인데, 차이점은?

일방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어떤 전문가가 가르침을 주고, 모임원이 이를 따르는 수동적인 관계가 아니다. 모임원 입장에서는 내가 한 번쯤 이야기 나누고 싶었던 사람과 친분을 다지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사람과 수평 관계를 맺는다는 점이 유의미하다. 단순히 한 사람의 인사이트를 얻는다는 맥락을 넘어, 전문가와 교류할 기회인 셈이다.

내가 클럽장인 모임도 나의 정답을 모임원에게 주입하는 방식이 아니다. 내가 제시한 화두를 다 같이 고민하고, 각자의 생각을 나눈다. 다양한 견해를 들어볼 수 있기에 클럽장 입장에서도 인사이트 확장에 도움이 된다.

최근 독서 모임 형태의 커뮤니티가 ‘뉴노멀’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한편으론 현시대에 어느 정도 수준의 인사이트를 얻으려면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 모임에 참여해야 하는, 지식의 물가상승이 초래된 건 아닐까?

동의하는 면과 동의하지 못하는 면이 섞여 있다. 일단 동의하지 않는 건, 트레바리에 의해 오히려 모임의 평균 가격이 낮아져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여러가지 이유를 근거로 자신과 급이 맞는 사람끼리만 교류할 수 있었다. 전문성을 가진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인사이트를 교류할 수 있는 사람끼리만 모인 것이다. 사업가들의 스터디 모임이나,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투자 강의 등이 그 예다. 네트워크 밖에 있는 사람은 이런 인사이트 없이 성장해야 하고, 모든 시행착오를 스스로 겪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던 사람들과도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 이런 기회의 장을 만든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트레바리가 ‘사회적 자본의 민주화’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동의하는 부분도 있다. 아무리 좋은 기회를 마련했더라도 회당 5만원 이상 지불하는 비용이 누군가에겐 부담스러울 것이다. 더 많은 사람에게 기회의 장을 제공하려면 민간기업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많은 커뮤니티 서비스가 대중에 제공되려면 기업뿐 아니라 정부와 사회의 관심도 필요하다.

트레바리 아지트 곳곳엔 그들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포스터가 붙어 있다. 모임을 이끌어가는 이도, 모임에 참여하는 이도 이들의 아이덴티티를 접하기 전과 후의 마음가짐이 다를 수 있다는 이유라고.

제주에서도 트레바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어디서든 트레바리’라는 이름으로 수도권 외 각 지역의 공간을 대여해 커뮤니티를 오픈했다. 수도권이 아닌 곳에서도 커뮤니티에 참석하길 희망하는 이들의 니즈를 수용하고, 새롭게 기획한 시스템이다. 지역 활성화 측면에서도 기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해 비전을 갖고 발전시키고자 노력 중이다.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트레바리는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파는 회사다.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팔리면 팔릴수록 세상에 도움이 된다. 트레바리의 방식으로 역사나 문명에 기여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나의 꿈이다.

윤수영 대표의 새해 첫 책
<기술공화국 선언>, 알렉스 카프·니콜라스 자미스카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창업자 알렉스 카프의 책. 책도 저자도 논란의 여지가 많으니, 책 내용에 모두 동의할 필요 없다. 그러나 저자가 던지는 화두를 곱씹어 볼 가치는 있다. AI 기술, 국가의 의미, 엘리트층의 사회적 의무 등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고민해 봐야 할 흥미로운 소재가 가득하다.

ㅣ 덴 매거진 2026년 1월호
에디터 정지환 (stop@mcircle.biz)
사진 김덕창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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