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서비스 노동자들 "커피 한 잔도 조심스러워...최저임금 현실화 시급"

"작년까지 월급은 206만 원, 세후 184만 원이었습니다. 이 돈으로 가족 생계를 책임지며 전세 대출이자, 공과금 관리비 등 월급 반 이상이 주거비용으로 나갑니다. 왜 이렇게 빡빡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 국회와 정부에 묻고 싶습니다."

콜센터 상담사 남미경(33) 씨가 호소했다. 커피 한 잔조차 사치라 여기는 남 씨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최저임금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서비스연맹)과 정혜경(진보당·비례) 국회의원은 1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요양보호사, 콜센터 상담사, 배달라이더 등 남 씨와 같은 저임금 서비스 노동자 임금 실태를 공개했다. 아울러 저임금 노동자 당사자들이 직접 자신의 노동 환경과 임금 수준을 증언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과 정혜경 국회의원이 1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서비스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서비스연맹은 지난달 8~14일 전국 서비스 노동자 2387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영향에 따른 생활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 월평균 세후 소득은 201만 원으로 지난해 1인 가구 중위소득 208만 원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또한 서비스 노동자들은 경력이 쌓여도 임금은 제자리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미만 노동자 월평균 세후 소득(196만 원) 10년 이상 일한 이들 월평균 세후 소득(206만 원)이 불과 10만 원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결국 이들 임금은 노동 숙련도와 관계없이 저임금에 머무르는 만큼 최저임금 인상 폭에 따라 소득 수준이 결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외에도 서비스 노동자들 97.4%(2325명)가 2024년도 최저임금이 2.5% 인상됐음에도 생활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이들 중 70.4%(1681명)는 노후 준비 필요성을 느끼지만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증언대회에 참여한 노동자들도 열악한 저임금 노동 현실을 고발하며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촉구했다.

재가방문 요양보호사 정인숙(57) 씨는 "우리 요양보호사들의 임금은 딱 최저임금만큼 오른다"며 "최저임금에 가구 생활비를 반영해 최소한의 생활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7년 차 배달플랫폼 노동자 김정훈 씨는 "배달 노동자들은 시간에 대한 임금이 아니라 배달 한 건당 수수료를 받는 위탁계약을 하고 있다"며 "1년 중 여름 한 달, 겨울 한 달을 제외하면 최저시금에도 안 되는 기간이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50시간 배달 노동을 하면 배달료로 70만 원을 받는데 기름 값, 유지비,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최저 시급 수준이거나 그보다 못하다"며 "생계를 유지하려면 하루 12시간 많게는 14시간 이상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학교 환경미화 노동자 김선영(64) 씨는 "학교 청소를 하면서 얻은 것이라고는 아이들이 고맙다고 인사할 때마다 보람과 골병들어 못 쓰게 된 무릎이 전부"라며 "저 같은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지금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포기하고 사는 게 당연해졌다"고 말했다.

/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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