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아프가니스탄 탈출 난민을 왜 탈레반에게 인계했나?
[최수정의 유럽외교전]
졸링엔에서 벌어진 살인극
독일 난민문제 사회갈등 일으켜
숄츠정부, 끝내 난민 추방선 띄워
메르켈의 난민정책, 기로에 서다
독일은 지난 한 주가 대형 사고와 후속조치 등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 그리고 8월 30일, 한 편의 비행기가 라이프찌히 공항을 떠남으로써 사건의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나 이것은 본격적인 어떤 큰 혼란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졸링엔 민속축제에서 벌어진 살인극
사건은 지난 8월 23일 금요일, 독일 뒤셀도르프와 쾰른 사이에 있는 졸링엔(Soligen)이라는 작은 도시의 축제장에서 발생했다. 난민으로 추정되는 일단의 인물이 관광객을 칼로 공격하는 사건을 일으켰다. 이 사건에서 3명이 공격에 사망하고 8명이 중상을 당했다. 지역 경찰은 다음날 조사를 통해 관련자 3명을 체포했는데, 직접적 가해자로 지목된 용의자는 시리아 출신 26세의 난민청년이었다.
이 사건이 사회적으로 더 큰 파장을 일으킨 것은, 이슬람국가 테러리스트 민병대인 IS가 이를 자기들이 계획하고 저지른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부터였다. 이와 함께 시리아출신 용의자가 작년에 이미 난민자격 불충족으로 추방되었어야 했던 인물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지방 소도시의 축제장에서 중동 출신 난민이 이슬람 테러단체와 연결되어 테러 공격을 감행했다는 IS의 주장은 독일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 사건 이후 중동 출신 난민들은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할 처지에 더 심각하게 몰리기 시작했다. 성실한 중동 난민들은 자신들에게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등 더욱 위축되고 있다. 반대로 관대한 입장을 보였던 독일 사회가 난민에 대한 거부감을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냈다.
논란에 휩싸인 독일 사회
독일 사회는 논란에 휩싸였다. 지방 정부들은 졸링엔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지역행사에서 강력한 보안 조치를 시행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그렇게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공격의도와 목적을 가진 반사회적 인물이 있다면 재발을 완벽히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반론도 나왔다. 논란 끝에 독일 사회질서와 평화에 대한 공격의도를 가지고 있는 위험인물들이 외부에서 유입되는 경로 자체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특히 지난해에 추방됐어야 할 불법체류난민을 제대로 관리 못한 행정력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독일의 전 매체는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관점에서 사건을 다루기 시작했고, 결국 '이민정책'을 손봐야 한다고 쪽으로 귀결되고 있다. 지난 2015년 시리아 사태 이후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의 호언장담이 물거품이 되고 있는 순간이다.
숄츠 내각, 강력한 난민대응정책 발표
사흘 뒤인 지난 8월 26일. '신호등' 연정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기독민주당(CDU)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당대표를 만나 이 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 자리에서 메르츠 CDU대표는 숄츠 총리에게 "메르켈 전총리의 난민 정책을 공개적으로 포기하라"고 종용했다. 이번 사건을 난민 개인의 일탈로 봐야 할지, 이슬람 테러단체가 개입한 조직적 테러로 봐야 할지 결론나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해서 난민을 환영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었다.
회담 사흘뒤 8월 29일 '신호등' 연정은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패키지 난민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낸시 페저 내무장관은 난민의 테러행위에 대해 경찰의 총기권리 강화, 추가보안조치 강화, 무자격 난민의 추방 등으로 요약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았다.
독일 정부는 이 정책에서 '더블린 협정(처음 도착한 국가에서 난민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한 협정)'에 따라 EU 최초입국지를 이탈한 난민에 대해 난민 혜택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했다. 또 인도적 사유가 있다 할지라도 거주지를 이탈해 본국으로 임시 귀국할 경우 난민자격을 상실하도록 제안했다. 또 난민지위 등록이 불분명한 난민 신청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 중단도 포함했다.
이러한 정부의 대응조치는 독일인들의 긍정적인 지지에 기반한 것으로 풀이된다.지난 6월 통계청 조사에서 독일대안당(AfD) 지지자들의 96%, 기민당(CDU)/기사당(CSU) 지지자들의 83%가 이러한 조치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지금의 여당인 '신호등'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정당에서는 자민당(FDP) 73%, 사민당(SPD) 60%가 지지를 보냈다. 다만, 녹색당만은 34%로 저조했다.
반대의견도 많았다. 특히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난민에 대해서는 동일한 조치를 취해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이들 국가는 정부가 여전히 고문과 심각한 인권침해를 자행하고 있기 때문에 범법자이든 아니든 이들 국가로 추방하는 것은 법치주의와 국제법에 위반하는 조치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숄츠 총리는 '신호등' 연정과 야당의 강력한 목소리에 호응, 이들 국가로 불법 난민자를 추방하는 것을 공식화했다. 그리고 8월 30일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가 아프가니스탄을 향해 이륙했던 것이다. 여기에는 독일의 여러 연방 주에서 이송된 28명의 범죄자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 결정에 앞서 난민추방에 관한 불법성과 반인권적 조치에 대한 찬반논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국제암네스티의 율리아 드로우 독일 사무총장은 시리아 및 아프가니스탄 난민 추방은 명백히 국제법상의 의무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수의 법학자들은 강력히 반대했다. 그러나 숄츠 총리는 "독일의 안보이익은 이들 범법자들에 대한 보호이익보다 중요하다"며 다시 한번 확고한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물론 추방되는 시리아 및 아프카니스탄 불법난민들이 이슬람국가주의와 관련이 있다면 이들의 추방은 정당하다할 수 있다. 제네바 난민협약의 '강제송환금지에 관한 규정'에 따라 중범죄자의 추방에 대해서는 예외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난민신청자들 중 이슬람극단주의 활동과 관련있다는 판결이 있다면 추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신호등' 연정이 급하게 난민 추방을 비롯한 경제적 지원 불가 방침까지 신속하게 내놓고 있는 것은, 그만큼 독일 국민들의 난민에 대한 반감이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었다. 매우 정치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 할 것이다.
"우리는 할 수 있다"라고 외쳤던 정치권
그러나 이번 졸링엔 사건과 아프가니스탄향(向) 비행기의 이륙은 지난 10년에 가까운 독일 정부의 난민정책에 큰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2015년 시리아 난민 사태 당시, 독일은 전세계를 향해 "우리는 할 수 있다(Wir schaffen das!)"라는 구호를 던졌다. 당시 독일 정치권은 "평화, 인류애, 연대, 정의는 유럽의 가치 중 하나이며, 이제 우리는 그것을 증명해내야 한다. 우리는 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구호는 많은 평범한 독일인들에게도 큰 울림과 자발적 헌신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정치적 모토'가 되었다. 쾰른, 뮌헨, 함부르크 등 여러 도시에서 난민 문제가 지역사회를 지속적으로 위협했으나 그 때는 독일인들은 인내심을 발휘했다.
독일은 이같은 적극적인 난민 포용정책을 통해 인구가 줄지 않고 계속 증가하는 유럽 최대 인구대국이 됐다. 난민 정책은 사회의 지속가능한 생산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하고 독일 사회를 20% 이상의 이민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나라로 바꾸어 놓았다. 그러나 다른 유럽권에서 독일로 유입되는 난민들이 넘쳐나면서 주소지 미등록자들이 급증하는 원치않은 상황으로 고전하고 있다. 독일에서 난민 자격을 얻을 경우 주어지는 경제지원이 어느 나라보다 많고 안정적이기 때문에, 국경을 패쇄하지 않는 한 계속해서 난민들이 독일로 몰려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렇기에 이번 난민정책 패키지에서 독일 미등록 난민 신청자에게 경제적 지원을 일절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지난 2015년 시리아 사태와 2020년 아프가니스탄 철수 등의 사태로 독일이 중동에서 받아들인 이슬람 난민이 약 15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이 난민정책은 성공한 것일까?
지난 2015년, 제1공영방송인 ARD가 메르켈 총리의 난민수용정책을 적극 지지할 때, 페기다(PEGIDA: 서방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는 독일 언론을 '거짓말쟁이 언론(Lugenpresse)'이라며 국민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오늘날 페기다의 입장은 고스란히 극우세력인 독일대안당(AfD)의 입장으로 이어졌다. 많은 독일인들이 2023년 지방선거, 2024년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AfD에 표를 몰아주었다. 독일국민들이 느끼는 반(反)난민 정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8월 30일. 8월을 하루 남겨놓은 날, 라이프치히 공항을 출발한 난민 추방 비행기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에게 난민들을 인계해주러 떠났다. 이 비행기는 탈레반을 피해 도망쳤던 이들을 카불 공항에 남겨놓고 돌아올 것이다. 그들이 어디로 사라지든 그것은 독일인들에게 이제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다. 그만큼 독일의 난민정책, 그리고 이민정책이 기로에 서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독일 정치권은 여전히 "우리는 할 수 있다"라고 외칠 수 있을까?
최수정 칼럼니스트는 독일 함부르크대학 법학박사과정에서 해양법을 전공하고 있다. 한국 해양수산개발원에서 11년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해양환경, 국제수산규범, 독도영토분쟁을 포함한 유엔해양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