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 원더독스 문명화, 늦깎이 천재의 부활… 김연경이 믿는 이유

“늦게 핀 꽃이 더 오래 간다.”

필승 원더독스의 미들 블로커 문명화를 보며 이 말이 자꾸 떠오릅니다.

요즘 방송에서 김연경 감독이 이끄는 원더독스 이야기가 화제인데, 그 안에서 문명화는 화려하진 않지만 꼭 필요한 존재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팀의 중심에서 말없이 버티고, 막고, 또 이겨냅니다. 조용하지만 믿음직한 버팀목이 바로 문명화입니다.

문명화는 부산에서 태어나 공부 잘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배구를 시작한 건 고등학교 1학년이 끝날 무렵, 대부분의 선수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시작한다는 걸 생각하면 꽤 늦은 출발이었죠. 남성여자고등학교 배구부 윤정혜 감독이 그녀의 큰 키와 신체 조건을 눈여겨봤고, 한 달 넘게 설득 끝에 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문명화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배구 입문 후에도 쉽지 않았습니다. 기본기를 익히기 위해 유급까지 감수해야 했고, 하루 종일 훈련을 해도 다른 선수들보다 느리게 따라가는 자신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더 열심히 했습니다. 그리고 그 끈기가 결국 결실을 맺었습니다. 불과 3년도 안 되어 프로 무대에 진출한 것입니다.

2014년, 문명화는 KGC인삼공사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데뷔했습니다.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 배구를 시작한 지 2년 9개월 만에 얻은 성과였습니다. 당시 관계자들은 “기본기가 빠르고 센스가 좋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실제로 데뷔 첫 해 올스타전에 선정되며 팬들의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이후 GS칼텍스로 이적한 문명화는 팀의 주전 미들 블로커로 활약했습니다. 그녀의 진가는 화려한 공격보다는 묵직한 수비에서 나왔습니다. 상대의 강한 스파이크를 예리한 타이밍으로 막아내는 블로킹은 문명화의 트레이드마크입니다. 키 189cm의 큰 신장에 빠른 순발력까지 갖춘 그녀는 중앙에서 상대 공격을 읽는 능력이 탁월했습니다.

하지만 선수 생활은 늘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부상은 늘 문명화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2018년엔 정강이 피로골절로 몇 달간 코트를 떠나야 했습니다. 일본까지 건너가 치료를 받았지만 회복 속도가 느려 마음고생이 컸다고 합니다. 이후에도 발목과 손가락 부상이 이어졌고, 시즌 절반 이상을 통째로 쉬어야 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많은 선수들이 이런 부상 앞에서 무너졌지만, 문명화는 매번 돌아왔습니다.

그녀의 복귀 과정은 언제나 ‘조용하지만 확실하게’였습니다. 팀 훈련에 합류하기 전까지 꾸준히 재활 훈련을 하며 체력을 유지했고, 복귀 후에도 남들보다 더 오랜 시간을 체육관에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시 주전 자리를 되찾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팬들은 문명화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 “진짜 프로”라고 불렀습니다.

최근엔 ‘필승 원더독스’라는 특별한 팀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문명화에게는 또 다른 배구 인생의 장입니다. 방송 속에서 그녀는 말수는 적지만 항상 팀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김연경 감독이 “문명화는 믿을 수 있는 선수다. 조용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꼭 해낸다”고 말한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실제로 최근 방송된 경기에서 문명화는 서브 에이스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팀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상대가 연속 득점으로 몰아붙이던 상황에서 그녀의 강한 서브가 결정적인 흐름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팬들은 그날 이후 문명화를 ‘서브 여왕’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첫째, 냉정함입니다. 점수가 뒤져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그럴수록 더 집중합니다. 둘째, 팀워크입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보다는 팀 전체의 균형을 맞추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코트 안에서는 늘 “문명화가 있어서 든든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너무 신중한 성격 탓에 공격적인 플레이가 필요한 순간엔 약간 망설이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김연경 감독과의 훈련을 통해 이런 부분을 점점 보완하고 있습니다. 김 감독은 “문명화는 자기 안의 벽을 조금만 더 깨면 훨씬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명화의 이런 성장은 단순한 경기력 향상을 넘어, 그녀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운동을 늦게 시작했고, 여러 번의 부상을 겪었고, 팀을 옮기며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매번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얻은 건 ‘묵직한 자신감’입니다. 지금의 문명화는 그 어떤 어려움도 담담히 받아들일 줄 아는 선수입니다.

프로 생활 10년이 넘은 지금, 그녀는 화려한 스타는 아니지만, 꾸준함으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팀 내에서 후배들에게도 “언니처럼 되고 싶어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합니다. 늘 앞에서 소리치지 않아도, 행동으로 보여주는 선배의 모습. 그것이 문명화의 진짜 리더십입니다.

‘신인감독 김연경’ 방송에서 그녀가 보여준 장면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서브 에이스를 성공시킨 후에도 환하게 웃지 않고 조용히 동료 쪽으로 걸어가며 “집중하자”라고 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짧은 한마디에 문명화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진짜 중요한 순간엔 언제나 제 역할을 해내는 선수.

지금의 문명화는 여전히 성장 중입니다. 공격력은 조금 더 다듬어야 하지만, 수비와 블로킹에서는 팀 내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존재가 됐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코트에 있을 때 팀의 분위기는 안정됩니다. 경기 중 불안한 흐름이 올 때마다 김연경 감독이 문명화를 바라보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늦게 시작했지만 오래 버티고, 화려하진 않지만 늘 성실한 선수. 문명화는 그런 사람입니다.

앞으로도 필승 원더독스에서 그녀의 차분한 리더십과 강한 멘탈이 팀을 지탱해줄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 서브 에이스 하나로 팀이 승리를 확정짓는 순간, 팬들은 이렇게 말하겠죠.

“역시, 문명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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