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어 있는 3위
드디어 딱 붙었다. 1위 이글스와 2위 트윈스의 승차가 제로(0)가 됐다.
한때는 5.5게임차까지 벌어졌다. 그걸 보고 이순철 해설위원이 큰소리까지 친다. 평소 캐릭터와 달리 오버하는 모습이 불길했다.
“한화 1등, 거의 굳어져 가고 있습니다. 절대 못 잡습니다. 잡히면요, 제가 해설을 그만둬야 됩니다.” (물론 진짜 직(職)을 건 것은 아니다. ‘그 정도로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라며 한 자락을 깔았다.)
그런데 몇 주 지나지도 않았다. (이 위원) 민망한 일이 생기고 말았다. 그야말로 앞집, 뒷집이 된 셈이다. 이글스는 잠깐 주춤했을 뿐이다. 그런데 트윈스가 연일 미친 경기력을 보여준다. 후반기 13승 2패라는 믿기 힘든 기록이다.
이제 당분간은 눈 터지는 선두 싸움이 벌어지게 됐다.
그러나 두 팀만 보고 있으면 안 된다. 그 뒤에 숨은 그림자가 하나 있다. 묵묵히 3위를 지키는 팀이다. 이를테면 복병인 셈이다. 바로 자이언츠다.

거듭된 논란과 비판
아직까지는 주연급이 아니다. 올해 핀 조명은 주로 이글스가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의외로 녹록지 않다. ‘봄데’와는 이미 오래전에 손절했다. 8월 초 현재까지도 쟁쟁함을 잃지 않는다.
물론 아직은 길이 멀다. 선두권과는 4게임차로 벌어졌다. 3파전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불안한 3위도 아니다. 4위 랜더스와는 5경기차를 유지한다. 그래서 ‘둥둥섬’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전력 구성도 특이하다. 보통 상위권 팀이라면 투수력이 강해야 한다. 단순히 팀 평균자책점(ERA)만 따져도 그렇다. 이글스가 1위(3.41), 랜더스가 2위(3.49), 트윈스가 3위(3.71)다. 어느 정도 성적과 부합한다.
그러나 자이언츠는 8위(4.53)다. 대신 팀 타율이 1등(0.277)이다. ‘마운드가 강해야, 성적을 낸다.’ 그런 야구계의 정설이 무색할 지경이다.
그것 만이 아니다. 진짜 특이한 대목은 따로 있다. 거듭된 논란과 비판의 대상이 된다. 걸핏하면 시끄러운 이슈 속으로 휘말린다. 그런데도 꿋꿋이 버틴다. 흔들리는 기색이 전혀 없다. 꾸준한 페이스를 지키고, 오히려 상승세를 탄다. 최근 10경기 성적이 8승 2패다. 활활 타는 트윈스(9승 1패) 못지않다.
일단 최근 1~2주 사이만 따져도 그렇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가장 뜨거운 팀이었다. 직설적인 비난과 욕설, 비판이 봇물을 이뤘다. 관련해서 다수의 매체가 많은 기사를 쏟아냈다.

결혼식 주례 섭외하기
우선은 투수 정철원(26) 문제다.
지난달 31일 경기 때다. 중계방송 하던 이순철 해설위원이 독특한 분석을 내놓는다. 홈과 원정의 차이에 대한 견해를 이렇게 밝힌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야구 외 다른 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 정철원 선수에게 얼마 전에 돌 지난 아이가 있다고 한다. 선수들은 저녁 늦게까지 경기하니까, 아침 늦게까지 잔다. 애가 그 정도로 어리면 집에서 선수의 리듬이 깨질 수 있다.”
벌써 위태위태하다. 그런데 진도가 더 나간다.
“그럴 경우 집사람이 케어를 잘해줘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홈 성적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야구 선수들은 와이프가 암막 커튼으로 해서 잠을 깊게 자게 한다.”
이 말에 불이 활활 타올랐다. 결국 당사자의 사과로 이어졌다.
다행히 해피엔딩이다. 이튿날(7월 31일) 중계 때 인터뷰 시간이 마련됐다.
이순철 “정철원 선수, 집사람에게 제 사과를 전했나?”
정철원 “(아내가 제게) 이미 잘하고 있고, 또 어른들 말은 틀린 게 없다고 했다."
이순철 "제 말을 오해 안 했으면 좋겠다. 홈이나 원정이나 기복 없이 성적을 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야기했으니까 다시 한번 집사람한테 그게 기분이 나빴으면 이해하라고 전해달라."
그리고 인터뷰 말미에 정철원의 멋진 반격(?)이 이뤄진다.
"이 자리를 빌려 저도 선배님께 한마디 하고 싶다. 제 결혼식이 12월 14일인데 주례 한 번 부탁드려도 되겠냐(웃음)." (이 위원은 “아직 주례를 해 본 적이 없다. 생각해 보겠다”라고 답했다.)

황성빈의 피자 회식
사실 정철원 문제는 애교에 가깝다. 게다가 본인 잘못도 없다.
하지만 외야수 황성빈(27)은 얘기가 다르다. 논란이 한두 번이 아니다. 최근 짧은 기간에만 두 차례나 벌어졌다. 훨씬 여론의 질타가 강하다.
1차 사건은 7월 25일이다. (중견수) 플라이볼을 놓쳤다. 김태형 감독은 즉각 교체를 지시했다. 누가 봐도 질책성이다.
그런데 덕아웃으로 돌아온 뒤 에어컨을 주먹으로 박살 냈다. 이 장면은 중계 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노출됐다.
경기 후 선수단이 별도의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당사자의 사과도 이뤄졌다. 다음 날에는 해명하는 인터뷰도 진행됐다.
“어제는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절대 그러면 안 되는데, 기분이 태도가 됐다. 단체 스포츠에서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고 팀원들에게 반성했다.”
그러면서 선수단 전체에 피자를 돌리기도 했다. 물론 감독실에도 직접 배달했다.

나흘 뒤 2차 ‘TV 출연’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2차 사건이 나흘 뒤(7월 29일)에 벌어진다.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났다. 덕아웃으로 돌아온 그를 카메라가 마중 나간다. 그러자 카메라 감독을 향해 손을 젓는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한다. 입 모양을 보면 “아~찍지 마요” 하는 것 같다.
MBC 스포츠국의 유튜브 채널 ‘스탐’은 이 장면으로 꼭지 하나를 만들었다. 제목이 ‘마황 황성빈의 중계화면 실종 사건’이다.
그리고 이런 소개 글을 올렸다.
‘롯데 자이언츠의 재간둥이 중견수 황성빈이 30일 중계화면에서 사라져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립니다. 황성빈은 이 날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후 대타로 나섰는데요. TV 중계화면이 평소와 달라서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황성빈 실종사건의 전모, 스탐에서 보시죠.’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다.
황성빈이 ‘찍지 마요’를 외쳤다. 그러자 방송사 카메라가 진짜로 찍지 않았다. 다음날 타석에 들어섰을 때도 클로즈업 없이, 화면에는 다른 선수들을 비췄다.
이게 실제 현장 스태프나 제작진들의 의도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댓글창에는 과한 감정 표현과 빗나간 승부욕에 대한 성토가 가득했다.

차곡차곡 쌓는 잠재력
논란은 지난 일이다. 굳이 두둔할 이유는 없다. 다시 떠올리자는 의도도 아니다.
다만 그다음을 살펴야 한다. 그래서 그 팀이 어떻게 됐냐. 그게 <…구라다>가 얘기하려는 대목이다.
한참 치열한 시즌 중이다. 사소한 이슈에도 신경이 쓰인다. 며칠씩 가는 경우는, 선수단 분위기에 영향이 크다. 어떤 때는 팀 전체가 휘청휘청한다.
그런데 그들은 달랐다. 티가 전혀 안 났다. 그러면서 고비를 용케 넘겼다. 아니, 넘긴 정도가 아니다. 오히려 더 강해졌다. 굳고, 단단해졌다. 그게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아직 선두권과 거리가 있다. 외딴 ‘둥둥섬’에 불과하다. 그러나 결코 무시할 존재는 아니다. 언제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잠재력과 폭발력을 차곡차곡 쌓는 느낌이다.
결승 라인이 다가온다. 그때 갑자기 뒤에서 검은 말 한 마리가 튀어나온다. 우린 그걸 다크호스(dark horse)라고 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