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가 고점에 가족 회사 통해 매각···신성통상 ‘편법 증여’ 의혹
국내 패션 브랜드 탑텐, 지오지아 등을 보유한 중견기업 신성통상의 염태순 회장이 내부거래를 통해 자녀에게 편법으로 증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6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신성통상 지분 20.21%를 보유했던 염 회장은 2021년 6월 세 딸인 혜영·혜근·혜민 씨에게 각각 신성통상 주식 4%(574만8336주)씩을 증여했다. 당시 신성통상 주식 종가는 주당 2645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인당 증여재산가액은 약 152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증여가 이뤄진 약 3개월 후인 9월 신성통상은 당기순이익이 약 7배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28억9732만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226억5229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에 대해 신성통상은 “수출부문 흑자전환 및 패션 부문 원가율 개선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실적 개선에 힘입어 신성통상 주가는 4100원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공시 다음 날 신성통산 최대 주주인 가나안이 혜영·혜근·혜민 씨로부터 신성통상 주식 각 100만 주를 4920원에 장외 매수했다는 점이다. 증여가 이뤄졌던 당시 주식 종가와 비교하면 세 자녀가 각각 이 거래를 통해 얻은 수익은 약 22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가나안이 염 회장의 장남인 염상원 신성통상 이사가 지분 82.43%를 보유한 개인회사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내부거래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신성통상의 대표이사이자 주주인 염 회장이 세 딸에게 주식을 증여할 당시 신성통상의 2021년 실적이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사는 “결과적으로 가나안을 통해 세 딸의 주식을 일부 매입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현금증여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가나안이 염 회장의 세 자녀로부터 매입했던 신성통상 주식은 매수 당일 장중 최고가(4295원)보다도 625원 높은 가격이었다. 이 경우 가나안의 대표이사로서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속증여세법 제35조에 따른 ‘고가양도에 따른 이익 증여’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오 의원은 지적했다. 오 의원은 “회사 측이 세 딸로부터 고가로 주식 일부를 매수한 것은 사실상 가나안의 현금을 증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증여세뿐 아니라 배임죄와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등 문제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세청에 대한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민수 국세청장은 신성통상 총수 일가가 내부정보 등을 이용해 편법 증여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특정 건에 대해서 말씀은 못 드리지만, 지금 그 이슈에 대해서 당연히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또 국정감사장에서 제기한 이슈이니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신성통상 총수 일가의 편법 승계 논란은 올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염 회장이 올해 2월 세 딸에게 또다시 각각 287만4168주씩을 증여하면서 적은 비용으로 경영권을 확고히 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염 회장이 세 자녀에게 신성통상 주식을 증여한 당시 주가는 1906원으로 1년 새 최저 수준이었다. 소액주주들은 주가가 바닥권일 때 승계를 끝마친 후 상장폐지를 통해 염 회장 일가가 경영권을 확고히 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최근 신성통상은 자발적 상장폐지를 위해 지분 공개매수에 나섰다. 이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탑텐 매출이 급성장했음에도 회사 측이 그동안 배당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주주와 회사 측 간의 갈등의 골 깊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에서는 향후 신성통상이 자진 상장폐지 후 총수 일가에 대한 배당률을 크게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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