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복되는 소아 필수의약품 공급 차질, 땜질 처방 안 된다

의료계가 반복되는 소아 필수의약품 품절 사태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고질적인 공급 차질 문제로 소아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지만, 정부는 땜질식 처방만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소아 경련과 발작을 가라앉히는 국가필수의약품인 아티반(성분명 로라제팜) 품절로 진료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 35곳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12곳이 "이미 재고가 소진돼 응급 환자 발생 시 처치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답했고, 13곳은 "1, 2개월 내 소진 예정"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병원 70% 이상이 이미 위기 상황으로 본다는 것이다.
아티반은 주로 소아 경련 환자에게 사용하는 1차 치료제다. 투약 시 5~10분 이내 경련을 멈춰 영구적인 뇌 손상을 막는, '골든타임' 사수에 유일한 약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국가 필수의약품이자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돼 있지만, 국내에서 아티반을 독점 공급하던 일동제약이 지난해 말 생산을 중단했다. 수익성이 없는 상황에서 추가 설비 투자를 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가까스로 삼진제약이 생산을 이어가기로 하면서 급한 불을 끄긴 했지만, 실제 공급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필수의약품 공급 차질 문제는 연례적으로 반복된다. 작년 8월 기준 공급 중단 품목이 21개, 공급 부족 품목은 12개에 달한다. 약가가 낮게 책정돼 "생산할수록 손해"인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 소아 대상 필수의약품의 공급 차질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소아과 특성상 급하게 소량만 쓰이는 경우가 많아 제약업체 입장에선 채산성이 매우 낮다. 소아 기관지 천식에 사용되는 '아미노필린'은 2년 이상 품절 사태가 지속됐다. 저출생으로 수요가 계속 줄어드는 만큼 이대로 방치하면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땜질식 대응만 할 수는 없다. 원가 상승에 따른 약가 연동 인상, 필수의약품 생산 제약사 인센티브, 원료의약품 국산화, 공급망 다변화 등 종합적인 시스템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환자, 특히 어린아이 생명과 직결된 중대한 보건 안보 문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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