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이 베트남의 가상자산 '거래소·수탁·투자서비스·게임' 시장으로 진출하는 이유를 살펴봅니다.

베트남 가상자산 시장을 두고 국내 양대 거래소가 서로 다른 현지 금융사를 택했다. 두나무는 베트남 밀리터리뱅크(MB은행)와 손잡았고 빗썸은 SSI증권 계열 디지털 기술 자회사 SSID와 협력한다. 두 회사 모두 현지 거래소 설립·운영을 겨냥하지만 진입로는 다르다. 두나무가 은행 기반의 입출금·금융 인프라에 접근한다면 빗썸은 증권사 네트워크를 통해 수탁·기관사업 확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은행과 손잡은 두나무…업비트 운영 모델 전수
두나무의 베트남 전략은 MB은행과의 협력에서 출발한다. 두나무는 지난해 8월 MB은행과 베트남 가상자산거래소 설립을 위한 기술 제휴 양해각서를 맺었다. MB은행은 1994년 설립된 베트남 국방부 소속 금융기관으로, 약 3000만명의 고객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두나무는 MB은행의 전략 파트너로서 베트남 내 가상자산거래소 설립, 관련 법·제도, 투자자 보호장치 구축을 지원하기로 했다.
두나무가 내세우는 자산은 업비트 운영 경험이다. 거래소 시스템은 주문창과 차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대규모 동시 접속을 견디는 인프라, 원화 입출금 연계, 이상거래 감시, 보안 사고 대응, 고객확인, 자금세탁방지 체계가 함께 필요하다. 두나무는 업비트의 고성능 인프라와 보안·규제 대응 경험, 인재 양성 노하우를 제공하겠다는 구도를 제시했다.
MB은행과의 조합은 베트남 규제 구조와도 맞물린다. 베트남 가상자산 시장은 허가받은 현지 사업자를 중심으로 열리는 구조다. 거래와 결제가 베트남동 기반으로 설계되는 만큼 은행 연계는 거래소 사업의 핵심 인프라가 된다. 두나무가 은행을 파트너로 잡은 것은 단순 고객 확보를 넘어, 입출금과 신원확인, 자금 흐름 관리까지 포함한 금융 인프라에 접근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협력이 기술검증 단계로 나아갔다.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은 올해 4월 이재명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 경제사절단 일정에 동행해 MB은행 및 현지 파트너사와 기술검증(PoC)을 진행했다. 기술검증에는 가상자산 입출금 검증 솔루션을 보유한 컴플라이언스 기업 보난자팩토리도 참여했다. 다만 이는 실제 상용 연동이 아니라 인가 전 기술검증 단계다. MB은행이 베트남 정부의 가상자산 사업 인가를 받기 전인 만큼, 서비스 구현 가능성을 확인하는 성격이 강하다.
두나무 관계자는 "양사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소통해온 만큼 단순 데모를 넘어선 기술검증 수준"이라며 "두나무는 기술역량과 운영 노하우를 제공할 예정이고, 현지 실제 운영과 그 외 모든 사항은 MB은행에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계열 택한 빗썸…거래소에서 기관사업까지
빗썸은 자본금 기준 베트남 최대 규모 증권사로 꼽히는 SSI증권 계열과 손잡았다. 빗썸은 올해 3월 하노이에서 SSI증권의 자회사 SSID와 '베트남 현지 거래소 사업 및 관련 금융 서비스 개발·운영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협력 범위는 거래소 구축 전반에 걸쳐 있다. 빗썸과 SSID는 기술 아키텍처와 개발, 지갑·수탁 시스템, 보안·위험관리, 규제 지원과 지식 이전, 사업·제품 개발, 기관사업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거래소 화면을 만드는 수준이 아니라 거래소 운영에 필요한 백엔드와 관리 체계를 함께 설계하는 구조다.
빗썸의 파트너가 은행이 아니라 증권사 계열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SSI는 베트남 자본시장 네트워크를 가진 금융사다. 빗썸이 SSID와 협력하는 구조는 개인투자자 거래소를 넘어 수탁, 상품, 기관사업으로 확장할 여지를 남긴다. 빗썸은 현지 규제 승인을 전제로 SSID 지정 법인에 대한 전략적 지분투자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 구도는 빗썸의 해외 전략을 보여준다. 국내 거래소 경쟁이 수수료, 이용자 경험, 상장 경쟁 중심이었다면 베트남에서는 규제 대응과 금융권 협업 능력이 중요해진다. 빗썸은 SSID와의 협력을 통해 거래소 운영 기술을 수출하는 동시에 현지 제도권 금융사가 필요로 하는 보안·수탁·위험관리 체계를 제공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거래소 협력, 다른 진입로
두나무와 빗썸의 베트남 진출은 모두 현지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을 겨냥한다. 그러나 파트너 성격은 다르다. 두나무의 MB은행 협력은 은행 기반의 입출금, 고객 기반, 공공·금융 네트워크와 맞닿아 있다. 빗썸의 SSID 협력은 증권사 기반의 자본시장 이해도, 기관사업, 금융상품 확장 가능성과 연결된다.
이 차이는 두 회사가 베트남에서 노리는 역할을 가른다. 두나무는 업비트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거래소 구축과 제도 설계를 지원하는 전략 파트너 성격이 강하다. 빗썸은 거래소 운영 기술뿐 아니라 수탁, 위험관리, 기관 비즈니스까지 포함한 포괄적 사업 협력에 무게를 둔다.
베트남 시장에서는 현지 사업자가 라이선스와 금융 네트워크를 쥐고 한국 거래소가 운영 기술과 보안·준법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거래소 인프라 수출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거래소가 직접 현지 시장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베트남 제도권 거래소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운영 모델을 심는 구조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관전 포인트는 실제 사업화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 재무부의 1차 자격 요건을 충족한 곳은 테크콤뱅크(Techcombank)·브이피뱅크(VPBank)·엘피뱅크(LPBank) 계열, 빅스(VIX)증권, 선(Sun)그룹 등 5곳으로 알려졌다. 두나무 파트너인 MB은행이 참여한 돌핀엑스(DOLPHINEX) 컨소시엄과 빗썸 파트너인 SSID는 당시 후보군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1차 요건 충족이 최종 인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통과 후보군도 자본금 요건 등 결의안 05호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후속 심사 과정에서 판도가 달라질 여지도 남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1차 요건을 충족한 후보군도 최종 인가를 보장받은 것은 아니다"라며 "후속 심사에서 탈락자가 나올 가능성에 대비해 현지 파트너사의 요건을 어떻게 보완할지, 우회 참여 경로를 어떻게 설계할지가 한국 거래소들의 다음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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