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라이선스 뮤지컬, 마음대로 바꿔선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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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창작 뮤지컬이 해외 무대에 진출하고 세계적인 상을 받는 시대가 됐다. 한국에서 처음 공연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지난해 토니상에서 6개 부문을 수상했다.
원작의 권리는 창작자나 권리자에게 남아 있고, 국내 제작사는 일정한 기간과 지역, 조건 안에서 공연할 수 있는 사용권을 얻는다.
라이선스 계약은 창작물을 사용할 수 있는 범위와 대가를 미리 정해 이런 갈등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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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티로 창작의 가치 보상
작품의 변형도 계약 범위 안에서

해외 뮤지컬을 국내에서 공연하려면 대본과 음악을 번역해 무대에 올리기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뮤지컬도 누군가가 만든 재산이기 때문이다. 음악·소설·영화·캐릭터처럼 형태가 없는 창작물에도 경제적 가치가 있고, 이를 보호하는 권리가 지식재산권이다.
뮤지컬 역시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다. 다른 제작사가 공연하려면 먼저 권리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흔히 ‘판권을 산다’고 표현하지만 저작권 자체를 사는 것은 아니다. 원작의 권리는 창작자나 권리자에게 남아 있고, 국내 제작사는 일정한 기간과 지역, 조건 안에서 공연할 수 있는 사용권을 얻는다. 이때 작품을 사용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돈이 로열티다. 계약을 맺을 때는 공연 지역과 기간, 횟수, 규모 등을 정한다. 같은 작품이라도 서울의 대형 극장에서 몇 달간 공연하는 것과 소규모 공연장에서 며칠 올리는 것은 예상 관객과 수입이 다르다. 그만큼 사용권의 경제적 가치도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작품이라고 권리의 가격이 늘 같은 것도 아니다. 작품의 인지도와 흥행 실적, 공연 지역, 계약 기간, 예상 관객 수 등에 따라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유명 작품을 확보할수록 관객을 모으기 쉽지만 그만큼 높은 비용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라이선스는 단순한 허가증이 아니라 시장에서 가치가 매겨지는 하나의 권리인 셈이다.
이런 계약이 필요한 이유는 권리의 범위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누가 어디까지 이용할 수 있는지 정하지 않으면 분쟁이 생기기 쉽다. 라이선스 계약은 창작물을 사용할 수 있는 범위와 대가를 미리 정해 이런 갈등을 줄인다. 공연권을 얻었다고 작품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라이선스 뮤지컬은 원작의 무대와 의상, 연출을 상당 부분 재현하는 ‘레플리카’와 현지 제작진의 해석을 더하는 ‘논레플리카’ 방식으로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논레플리카라고 해도 대본과 음악, 등장인물 같은 핵심 요소는 계약에서 허용한 범위 안에서만 바꿀 수 있다. 원작자가 작품을 꼼꼼하게 관리하는 이유는 작품의 가치와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서다. 한 나라에서 지나치게 변형된 공연으로 관객의 평가가 나빠진다면 다른 나라에서 공연되는 같은 작품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저작권은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이 어떤 방식으로 사용될지 관리할 수 있게 하는 권리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라이선스 뮤지컬이 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모습으로 공연되는 것은 아니다. 권리자와 협의하면 현지 관객에 맞는 새로운 해석을 더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원작자는 작품의 정체성을 지키려 하고, 국내 제작사는 관객에게 더 잘 전달되도록 변화를 주고 싶어 한다. 어디까지 바꿀 수 있는지는 계약과 신뢰에 달려 있다. 한국뮤지컬협회 관계자는 “재량권은 원작자의 철학뿐 아니라 제작사가 쌓아온 흥행 실적 등에 따라 결정된다”며 “권리자가 제작사의 신뢰도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따라 허용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선스 계약에는 또 다른 경제적 의미가 있다. 창작자가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만든 작품을 누구나 공짜로 가져다 쓸 수 있다면 새로운 작품을 만들 유인은 줄어든다. 반대로 작품의 사용을 허락하고 그 대가로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면 창작자는 새로운 작품을 만들 동기를 얻는다. 지식재산권이 창작을 보호하면서 새로운 창작을 유도하는 장치로 평가받는 이유다.
국내 제작사에도 이점이 있다. 이미 해외에서 작품성과 흥행 가능성을 인정받은 작품을 들여오면 흥행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그 대신 사용료를 내고 원작자가 정한 조건을 따라야 한다. 원작자에게는 새로운 시장과 수입이 생기고, 국내 제작사에는 검증된 콘텐츠를 활용할 기회가 생긴다. 좋은 작품이 국경을 넘어 계속 공연되려면 창작자의 권리를 지키는 일과 다른 시장에서 작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함께 필요하다. 공연장 뒤에서는 누가 작품을 만들었고, 누가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그 대가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도 함께 정해진다. 라이선스 뮤지컬은 무대 위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지식재산권과 계약이 움직이는 하나의 시장이다.
김덕식 기자·박연수·김혜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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