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대이스라엘 무기 판매, 가자전쟁 이후 급증한 배경
미국의 방산업체들이 가자지구 전쟁 이후 이스라엘로부터 대규모 무기 계약을 확보하며 천문학적인 매출 증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십 년간 유지돼 온 미국의 대이스라엘 군사 지원 관계가 전쟁의 영향으로 더욱 공고해졌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평가된다.

전쟁 발발 이후 승인된 무기 판매 규모 46조 원 넘어
미국 국무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3년 10월 가자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 승인 금액이 320억 달러, 우리 돈 약 46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중동에서의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핵심 동맹으로 지원해왔지만, 이번 전쟁 이후에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무기 판매 규모가 확대되었다. 이는 이스라엘이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공군력과 정밀 타격 능력을 대폭 강화하려는 전략적 필요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보잉·록히드마틴 등 대형 방산업체 매출 급성장
가자전쟁 이후 가장 큰 수주를 받은 업체는 F-15 전투기 제작사인 보잉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88억 달러 규모의 F-15 판매를 승인했으며, 이는 이스라엘 공군력 강화 계획의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또한 올해 승인된 79억 달러 규모 유도폭탄 및 관련 장비 공급 계약도 보잉이 주도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원래 2018년에 보잉과 향후 10년간 약 100억 달러 규모 구매 계획을 세웠지만, 전쟁 이후 수요가 급증하며 당시 계획의 두 배가 넘는 규모로 확대됐다.
다른 업체들도 같은 흐름을 타고 있다. 노스럽그러먼은 전투기 부품 공급을 통해 수혜를 받았고, 록히드마틴은 정밀 미사일 수출이 증가하며 매출이 크게 늘었다. 록히드마틴은 연례보고서에서 전쟁이 매출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했으며, 미사일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13% 증가한 127억 달러를 기록했다. 또한 장갑차 제조사 오시코시는 이스라엘의 주문 증가로 인해 폐쇄 예정이던 생산라인의 운영을 계속하게 되는 등 기업별로 상당한 변화를 맞았다.

전쟁이 촉발한 이스라엘의 군사 수요 급증
가자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연일 대규모 공습을 전개하면서 정밀 타격 능력 강화가 필수적 과제로 떠올랐다. 미국 정부가 전투기와 유도폭탄 판매를 집중적으로 승인한 것도 이 같은 실전 필요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F-15 전투기는 이스라엘 공군의 주력 플랫폼으로서 장거리 타격부터 폭격까지 폭넓은 임무 수행이 가능해 전쟁 상황에서 가장 수요가 높은 기종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단기간 내 대량의 무기 확보를 추진한 이유로 탄약 소모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된 점, 그리고 하마스와의 지속적인 충돌에 대비한 공격 능력 유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 역시 무기 구매 확대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대규모 무기 판매를 둘러싼 국내외 반발
이 같은 흐름과 달리 미국과 유럽의 일부 투자자들은 이스라엘 관련 무기 산업에 대한 투자 철회를 선언했다. 네덜란드 최대 연기금 ABP는 2023년 10월, 이스라엘군에 장갑 불도저를 판매하는 캐터필러 지분 4억 달러 이상을 매각했다.
노르웨이 투자펀드들도 팔란티어, 오시코시, 캐터필러 등 이스라엘과 협력하는 기업들의 지분을 정리했다. 이는 전쟁 과정에서 발생한 민간인 피해 증가가 유럽 사회에서 정치적·윤리적 논란으로 확산된 영향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기업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었다. 일부 방산업체 직원들은 무기 공급이 전쟁을 확대한다는 이유로 항의 서한을 제출했고, 일부는 회사의 대이스라엘 무기 판매 정책에 반대하는 노조 활동을 조직하기도 했다. 이는 전통적으로 정부 승인 중심으로 움직이던 미국 방산 시장에서도 윤리적 검증이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행정부의 입장과 지역 안보 구도 변화
미 국무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 증가에 대해 “미국은 일관되게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해왔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또한 가자전쟁 종식을 위한 외교적 노력과 병행해 이스라엘의 군사력 유지가 필요하다는 정책적 판단이 반영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대규모 지원이 중동 지역 군비 경쟁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주변국이 이스라엘의 전력 증강에 대응해 추가 무기 확보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유일하게 F-35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고, F-15 추가 도입은 지역 내 공군력 우위를 더욱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미국의 이번 무기 판매 급증은 단순한 방산 거래를 넘어 중동 안보 지형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 간 군사 협력은 향후에도 더 확대될 여지가 있으며, 이는 주변국의 대응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