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깅노트] LBO를 다시 이해해야 하는 이유

홈플러스 사태 이후 차입매수(LBO)는 문제적 구조라는 낙인이 찍혔다. 무리한 차입, 자산 매각, 고용 불안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따라붙는다. 이런 인식은 규제 논의로도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LBO 그 자체가 문제일까.

"LBO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흔히 쓰이는 자금 조달 방식 중 하나일 뿐이다."

한 투자은행 업계 고위급 관계자의 말이다. 그의 설명처럼 LBO는 본래 M&A 도구다. 자본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기업을 인수하고, 해당 기업이 만들어내는 현금흐름으로 부채를 상환하며 가치를 키운 뒤 매각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사모펀드 시장에서도 오래전부터 사용돼 온 인수 구조다.

이 구조가 널리 쓰이게 된 배경에는 사모펀드 시장의 성장이라는 흐름이 있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의 대출 여력이 줄어들면서, 기업 인수 자금 조달의 일부를 사모 자본이 맡게 됐다. 동시에 연기금과 보험사 등 장기 자금은 보다 적극적인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처를 찾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 규모가 커졌고, 대형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수단으로 LBO가 자연스레 떠오른 것이다.

그러나 LBO는 숫자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차입 비율이나 재무 모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수 이후의 관리 구조다. 투자 결정은 소수의 파트너에게 집중돼 있고, 이들은 단기간에 빠져나갈 수 없는 구조 안에서 기업을 운영하게 된다. 인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구조적으로 도망치기도 어렵다. 실패할 경우 그 부담은 곧바로 운용사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추가 자본을 투입하거나, 부채 구조를 다시 짜고, 경영 전략을 수정하며 수년간 같은 자산에 묶일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히 차입을 많이 일으켰다는 문제와는 다른 차원의 리스크다.

그래서 LBO의 본질은 '얼마나 빌렸느냐'가 아니라 '누가, 어떤 책임을 지고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무게가 실린다. 인수 이후 기업을 어떻게 성장시킬지, 이해관계자에게 무엇을 어떻게 설명할지, 위기 상황에서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그림이 함께 제시되지 않으면 구조만 남고 신뢰는 사라진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홈플러스 사태는 LBO의 위험성을 증명한 사례라기보다, 설명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구조가 시장에 어떤 불신을 남길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읽힌다.

LBO를 다시 이해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LBO 자체를 문제로 인식해 악마화하거나 규제의 대상으로만 삼는 순간, 정작 우리가 들여다봐야 할 책임의 주체와 설명의 공백을 놓치게 된다.

도구를 묶어두기 전에 따져야 할 것은 도구 자체가 아니다. 그 도구를 누가 어떤 전제에서 선택했는지,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를 어디까지 떠안을 준비가 돼 있었는지다.

이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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