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네시스 G80, 경기 침체 속에서도 중고차 시장 상위권 진입
경기 불황으로 자동차 시장 전체가 얼어붙은 가운데, 유독 한 브랜드만은 ‘역주행’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바로 제네시스다. 특히 6070 아버지 세대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세단에 대한 선호가 중고차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전체 시장 5% 하락, 제네시스만 15% 급성장
2025년 상반기 국내 중고차 실거래량은 114만 943대로 전년 대비 5.4% 감소했다. 현대차(-5.6%)와 기아(-4.3%) 등 주요 브랜드가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제네시스만이 유일하게 14.9%의 놀라운 증가세를 기록했다.
가장 주목할 점은 제네시스 G80(RG3) 모델이 상반기 1만 2,838대 거래되며 중고차 거래량 순위 7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기존 상위권을 차지해온 기아 모닝, 쉐보레 스파크 같은 경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은 단순한 가격 경쟁력을 넘어선 브랜드 가치 인정의 결과로 해석된다.

기아 쏘렌토, 2024년 국내 판매 1위 기록
20-30대는 떠나고, 60-70대는 몰린다
세대별 중고차 구매 패턴을 보면 더욱 명확한 변화가 드러난다. 20대(-7.1%)와 30대(-5.9%)의 거래량이 크게 감소한 반면, 60대(0.1% 증가)와 70대(6.5% 증가)는 오히려 늘어났다.
고금리와 지속되는 물가 상승으로 젊은 세대의 실질 구매력이 약화된 데다, 공유 모빌리티 확산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반면 비교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고령층은 은퇴 이후에도 안전하고 편안한 이동 수단을 원하며, 이들의 선택이 프리미엄 브랜드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기아 카니발, 26년 만에 17만대 판매 신기록
가성비 vs 프리미엄, 중간은 없다
현재 중고차 시장은 명확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쪽 끝에는 기아 모닝, 쉐보레 스파크 등 유지비가 저렴한 실용적 경차들이 자리하고 있다. 다른 쪽 끝에는 수천만원대 제네시스 G80, GV70 같은 고급차들이 중고차 시장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국산 SUV의 강세다. 2024년 국내 판매량 순위에서 기아 쏘렌토가 1위, 기아 카니발이 2위, 현대 싼타페가 3위를 차지하며 패밀리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현대 싼타페, 스타일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패밀리 SUV
브랜드 프리미엄 시대의 도래
업계 관계자는 “신차 시장에서의 고급차 강세가 중고차 시장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6070세대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브랜드의 안정성과 품질이 재조명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판매 지표의 변동이 아니라, 소비 심리와 세대별 가치관, 그리고 사회 전반의 경제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젊은 세대는 구매력 상실로 차량 구입을 포기하거나 최소한의 선택을 하는 반면, 고령층은 검증된 프리미엄 브랜드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미래 자동차 시장을 읽는 바로미터
중고차 시장의 이런 극단적 소비 경향은 자동차 산업 전반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차량 선택이 단순한 가격을 넘어 삶의 방식과 가치 판단을 반영하는 시대가 되면서, 중고차 시장은 세대별·계층별 소비 성향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카니발이 26년 만에 17만대 판매 신기록을 세우며 ‘패밀리카의 왕좌’를 굳건히 지키고 있고, 쏘렌토와 싼타페 등 국산 SUV들이 실용성과 디자인을 모두 갖춰 아버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명확한 가치와 브랜드력을 갖춘 차량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자동차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예측하게 해주는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