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게 최고? 글쎄…”, 푹신한 슬리퍼에 경종을 울리다
너무 푹신한 신발은 오히려 몸 전체 긴장감 유발
여름에는 슬리퍼를 즐겨 신게 된다. 격식이 필요하지 않은 자리라면 맨발에 슬리퍼 차림으로 다니는 게 편하다. 특히 몸에 열이 많고 땀이 자주 나는 타입이라면 더욱 그렇다.
사람들이 선호도가 높은 만큼, 슬리퍼는 종류도 많다. 마트나 생활용품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삼선 슬리퍼부터, 고급진 디자인이 들어간 값 나가는 슬리퍼까지, 이미 취향에 따른 선택 폭이 충분히 보장돼 있다고 할까.
특히, 슬리퍼를 일상적으로 신고 다니는 사람이라면 쿠션감이 좋은 푹신한 슬리퍼를 선호할 수 있다. 발이 지면에 닿을 때 발생하는 충격을 흡수해주기 때문에 실제로 쿠션감이 좋은 슬리퍼가 상대적으로 값이 비쌀 수밖에 없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것은 ‘적당히’가 중요한 법이다. 푹신함이 너무 과하면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푹신한 슬리퍼의 장점, 그리고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에 대해 알아본다.
푹신한 슬리퍼의 장점
슬리퍼는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신발이다. 발을 넣고 빼기 쉽도록 하는 것이 특징인 만큼, 발을 제대로 지지해주지 않는다. 따라서 슬리퍼를 신은 채로 걸음을 많이 걷게 되면 발과 발목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푹신한 쿠션감을 갖춘 슬리퍼는 바로 이 지점을 공략하고 있다. 발이 지면에 닿을 때 발생하는 충격을 흡수함으로써 발바닥에 가해지는 압력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평평하고 딱딱한 바닥을 걸을 때는 보통 발과 발목, 혹은 무릎 등 관절에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가해진다. 하지만 충격이 발생하는 지점인 발바닥에서 충격량이 분산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편하게 오랫동안 걸을 수 있다.
푹신한 슬리퍼는 그 착용감을 높이기 위해 보통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한다. 메모리폼이나 플러시 등이 대표적이다. 소재에 따라서는 착용자의 발 모양에 맞게 변형돼, 맞춤형 슬리퍼로 변해가는 경우도 있다.
또한, 편안한 착용감에서 오는 심리적 안정감 역시 푹신한 슬리퍼가 갖는 뚜렷한 장점이다.
‘걷는 자세’ 변화,
푹신함이 과하면?
일반적으로 바른 걷기의 과정은 발 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고, 발바닥이 닿은 다음, 마지막으로 발 앞쪽 발가락 부분이 닿으며 다시 뒤꿈치부터 들어올리는 순서다.
하지만 슬리퍼를 신고 걸으면 이 과정을 제대로 따르기가 쉽지 않다. 발 뒤꿈치를 잡아주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발 앞부분만 이용해 걷는 등 올바르지 않은 걷기 자세가 되기 십상이다. 의식적으로 바른 걸음을 걷고자 하면 할 수는 있겠지만, 걷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편한 걸음걸이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발의 피로도가 증가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때 푹신한 슬리퍼를 신으면 발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피로도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푹신함의 정도가 너무 심할 경우, 오히려 평평하지 않은 바닥을 걷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비유하자면 트램펄린 위에서는 제대로 걷기 힘든 것, 보다 더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모래사장을 걸어갈 때 발이 푹푹 빠져 걷기 어려운 것과 같다.
발의 중심이 흔들리면 몸은 균형을 잡기 위해 긴장 상태가 된다. 발이 체중을 온전히 지탱해주지 못하니 그 부담이 발목, 무릎, 나아가 허리까지 올라오는 것이다. 푹신한 슬리퍼를 신고 오래 걸어본 적이 있는가? 오래 걷다보면 어느 순간 허리통증이 느껴지지 않던가? 그렇다면 무의식적인 편한 걸음으로부터 기인한 결과일 것이다.
슬리퍼 뿐만 아니라
모든 신발이 마찬가지
푹신한 슬리퍼를 예로 들었지만, 사실 이는 모든 신발에 적용되는 이야기다. 요즘 나오는 신발들은 대부분 편안한 쿠션감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수준의 푹신함은 분명 발에 가해지는 충격을 분산해 발 건강을 관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하면 오히려 역효과다. 한 걸음 한 걸음 딛는 것이 불안정해질 수 있어, 하체 전체는 물론 허리와 척추까지 긴장이 올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발목, 무릎, 고관절, 골반, 척추 순으로 충격이 가해진다. 족저근막염부터 아킬레스건 염증, 무릎 통증, 고관절 통증, 최악의 경우에는 허리 디스크(요추 추간판 탈출)까지 유발할 수 있다. 발의 충격을 분산하는 정도에서 그쳤어야 하는데, 오히려 온몸으로 충격을 올려보내는 셈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슬리퍼를 비롯한 신발을 고를 때 ‘과도한 푹신함’은 오히려 경계할 필요가 있다. 다들 푹신한 슬리퍼 또는 푹신한 신발을 하나쯤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을 신고 걸을 때 살짝이라도 발목을 삐끗해본 경험이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 신발은 과도한 푹신함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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