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독대 최종 조율 중···재보선 뒤 날아든 청구서에 난감한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보낸 여러 청구서를 마주하게 됐다. 국민의힘이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여러 악재에도 전날 재보궐선거에서 선전하면서 힘의 균형추가 한 대표 쪽으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한 대표가 앞서 제안한 윤 대통령과의 독대, 한 대표가 이날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내놓은 3대 요구 사항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와 관련해 “형식과 일정을 당과 상의 중”이라며 “내일이 돼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일정이 확정된다는 취지다. 대통령실은 ‘면담’이라는 표현을 꾸준히 쓰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 혹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하는 3자 회담의 형식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는 윤 대통령이 청구서를 대면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한 대표는 이날 추가 청구서도 꺼내 들었다. 한 대표는 재보선 전에 요구한 김 여사와 관련된 대통령실 인적 쇄신·대외활동 중단을 언급한 뒤 의혹에 대한 설명, 의혹 규명을 위한 절차에 협조 등을 추가로 요구했다. 한 대표의 추가 청구서는 재보선 선전의 결과물이다. 친한동훈(친한)계는 선거 승패의 바로미터였던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큰 표차로 이긴 배경을 한 대표의 용산과의 차별화라고 보고 있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 대표가 말한 변화가 선거 결과로 입증된 것”이라며 “한 대표는 앞으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요구에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검찰의 김 여사 무혐의 처분에 대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대신에 대통령실은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의료개혁 등 4대 개혁과 저출생 극복 등 개혁 방안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미래로 나아가겠다”며 “부족한 부분은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바꾸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선거 민의를 통해 파악되는 부족한 부분에 대해 더 노력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 요구에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불편한 기류가 감지된다. 한 대표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도 의문이다. 당장 한 대표는 김 여사 공식활동 자제를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은 김 여사 일정 등을 담당할 제2부속실을 조만간 출범시킬 예정이다.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관계자인 명태균씨의 폭로 등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직접 결단할 문제라고 대통령실은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가 명씨가 제기하는 각종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 대표가 선거 선전을 명분으로 용산을 계속 압박할 경우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친한계와 달리 친윤석열(친윤)계는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가 한 대표의 공이라고 보지 않는다. 한 친윤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번 재보선의 의미는 이변이 없었다”라며 “중요한 건 진보 교육감 당선”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자가 유리한 지역에서 승리했을 뿐, 선거 승리의 지표로 삼을 수 있는 건 교육감 선거이고 이곳에서 보수 후보가 패했다는 취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 대표가 엄청난 승리를 거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이걸 근거로 윤 대통령을 압박할 경우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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