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 불법광고물 시민이 떼면 처벌, 공무원은 가능…재물손괴죄 면책조항 신설 필요

불법전단지 수거시 처벌 '논란'
지난 9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화서1동 주택가 전봇대에 불법광고물들이 덕지덕지 부착돼 있다. 노경민기자
전봇대마다 홍보전단 덕지덕지
'부착 금지' 안내문구 무용지물
현행법상 타인의 '소유물'로 간주
철거방법 안전신문고 앱 신고뿐

지난 9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화서1동 주택가.

골목길에 들어서자마자 전봇대에 네모난 체육관 광고 현수막이 무더기로 걸려 있었다. 잠시 걸음을 옮겨도 비슷한 내용의 여러 현수막이 전봇대 중간 높이에 설치돼 있었다.

좀 더 안쪽 주택가로 들어가봐도 신축 빌라 입주를 홍보하는 광고물에 옷가게 폐점 정리 할인을 알리는 전단지 등 덕지덕지 부착된 불법광고물들이 거리를 점령하고 있었다.

전봇대 아래에 적힌 ‘광고물 부착 금지’ 안내 문구는 무용지물 그자체였다.

도시 미관을 더럽히는 불법광고물이 거리를 점령하다시피 판을 치고 있지만, 개인이 수거하면 ‘재물손괴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어(중부일보 6월 21일자 4·5면 보도) 법 규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자체마다 조례를 제정해 광고물 수거반까지 운영하고 있지만, 예산 부족 등 문제로 한계점이 뚜렷하다. 이 때문에 재물손괴죄에 면책 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6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일반 시민이 전봇대나 외벽 등에 불법으로 부착된 광고물을 정비하면 형법상 재물손괴죄 처벌 대상이 된다. 현행법상 불법이지만 타인의 ‘소유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불법전단지를 부착한 행위에 대해선 옥외광고물법 위반 혐의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이처럼 광고물을 붙인 행위 자체가 처벌 대상에 포함되는데, 불법광고물 수거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은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개인 차원의 정비가 불가능해 불법전단지가 도시 미관을 해치거나 시민들의 불쾌감을 야기한다는 민원도 끊이지 않는다.

수원시 팔달구 화서1동 주택가의 전봇대에 적힌 ‘광고물 부착금지’ 안내 문구가 철봉에 가려져 있다. 노경민기자
지자체별 '수거보상제' 실시 불구
예산 부족으로 전단지 수거량 뚝
선의의 환경정비 활동조차 '불법'
현실 반영 못하는 법 개정해야

이에 일부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조례를 제정해 시민들이 직접 불법 광고물을 정비하는 ‘수거 보상제’를 실시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예산 부족 문제로 수거 실적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31개 시·군 불법유동광고물 정비(철거·수거) 실적 현황은 지난 2019년 4천530여만 건, 2020년 3천820여만 건, 2021년 7천여만 건으로 증가했다가 2022년 4천420여만 건, 2023년 4천350여만 건으로 크게 줄었다.

수원시의 경우 일부 주민에게 불법 전단지 단속증을 부여해 수거 보상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올해 예산(4천900만 원)은 지난해에 비해 반토막 난 것으로 확인됐다.시 관계자는 "작년 수거 실적이 높지 않아 예산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도 "올해 전단지 수거량은 2년 전에 비해 84% 감소했다"며 "예산까지 줄이는 와중에 수거 실적을 높이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반 시민으로서 불법광고물을 철거할 수 있는 방법은 안전신문고 앱을 통한 신고가 유일하다.

하지만 직접 수거가 아닌 신고에 그치는 데다 지자체가 철거까지 최소 일주일 이상 걸리고 실제 수거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전문가들은 일반인이 불법광고물을 떼는 행위에 한해 면책 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강대규 법무법인 대한중앙 변호사는 "비슷한 예로 응급의료법에는 응급처치 제공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선 고의성이 없는 경우 형사책임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공무원의 광고물 수거 행위는 형법상 정당행위로 규정되지만, 일반인은 여전히 처벌 대상"이라며 "선의로 한 환경 정비 활동조차 불법으로 막는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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