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뉴질랜드로 떠나버린 20대 여성
[영화 알려줌] <한국이 싫어서> (Because I Hate Korea, 2024)
<한국이 싫어서>는 20대 후반의 청년 '계나'(고아성)가 공항에서 가족, 오랜 연인을 보내주고 홀로 뉴질랜드로 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내가 왜 한국을 떠나냐고? 두 마디로 요약하자면 '한국이 싫어서',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라는 '계나'의 목소리와 함께. 영화는 '계나'의 현재 뉴질랜드 삶과 한국에서 살았던 20대 삶을 교차로 보여준다.
한국에서 '계나'는 지독한 취업난을 겪은 후, 출퇴근 시간도 인천에서 강남이라는 왕복 4시간이 걸리는, 남들이 보면 선망할 수 있는 직장에 왔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아파트 재개발을 앞둔 상황에서 부모는 24평 입주를 희망했고, '계나'는 여유가 없으니 18평 입주를 하라고 말하지만, 어머니는 식사 중 '계나'에게 방 한 칸을 줄 테니 모아둔 돈을 요구한다.
'계나'가 대학 시절부터 사귀었던 연인 '지명'(김우겸)은 기자 일을 시작했고, 주어진 상황에서 균형을 맞추고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지명'은 '계나'와 반대로 한국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납득시키려 한다.
현재의 뉴질랜드에서 '계나'는 유학원 동기 '재인'(주종혁)과 친해진다.
처음에는 '누나'이니 반말로 다가오는 '재인'이 못마땅했지만. 이런 내용이 담긴 영화 <한국이 싫어서>는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지난해 열린 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특히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2015년),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2022년), 드라마 <괴이>(2022년) 등의 작품으로 호평을 이끈 장건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서 팬들의 기대를 모은 작품이었다.
장건재 감독은 "나의 안팎의 목소리가 섞여서 만들어진 작업"이라고 이야기했다.
2015년 가을, 인천공항의 서점에서 이 소설을 발견한 후 파리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읽었던 장 감독은 "당시 한국 사회가 급변하는 시점이었고, 개인적으로도 여러 변화가 있었다"라고 언급했다.
20대 후반의 '계나'의 시선과 선택이 30대 후반인 장건재 감독에게도 어떤 공명을 일으켰고 그 접속의 과정이 영화로 이행된 것.
물론, 소설은 2015년에 나왔고, 영화는 2024년에 개봉했기 때문에 시대적 간극이 존재한 것은 분명하다.
20대 중반이었던 에디터의 2015년과 30대 중반이 된 에디터의 2024년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에 장건재 감독은 "2015년의 한국과 2024년의 한국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영화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포착하려고 했던 것은 단지 시의성이 아니라, 한 개인의 여정을 통해 변화하는 감각과 인식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장 감독은 "당시 소설이 변화의 외침 속에서 들린 한 목소리였다면, 지금의 영화는 더 평온한 온도에서 '그럼 당신의 삶은 어떤가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시대가 달라도 영화의 대상은 한국 청년이고, 그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영화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라고 전했다.
이어 장 감독은 "소설 <한국이 싫어서>가 등장했을 때 화두는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였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지금은 사람들이 혼자 생존하려 해도 생존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환경 문제를 함께 고민하듯, '우리가 서로 협력하고 의존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로 인식이 바뀌었다. 지금의 중요한 화두는 '우리 모두 어떻게 함께 잘 살아갈 것인가'이고, 이건 변화된 질문의 형태라고 생각한다"라고 소개했다.
장건재 감독은 작업을 진행하면서 한국 사회를 살아가며 겪는 여러 통과의례가 떠올랐고, 그걸 생각하자 두려움과 공포, 피로감을 느꼈다고 한다.
장 감독은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사회 리더십을 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라고 운을 뗐다.
"한국 사회는 치열하고 경쟁에서 이탈하는 두려움이 크기에, 그 대안으로서 '계나'는 환경을 바꾸는 시도를 하는 것"이라면서, "'계나'는 한국에서 한국인이 갖는 특정한 욕망, 예를 들면 취업, 결혼, 가정, 장기 대출을 받아 집을 얻는 등 '트랙'에서의 삶 대신 다른 방식을 고민했고, 환경을 바꿔야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한국을 떠나는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한국이 싫어서>는 '즐기는 게임마저도 스킬 트리대로 따라가야 하는 기계 같은 우리 사회'가 싫었던 '계나'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영화가 됐다.
이 지점이 관객에게 호불호가 나올 수 있지만(이는 주연을 맡은 고아성이 직접 기자 간담회에서 언급한 말이기도 하다), 저출생 시대에서 현재 청년 세대가 어떤 고민이 있는지를, 윗세대가 한 번쯤은 바라봐야 하는 작품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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