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이부진 지분 전량 매각…삼성SDS, 기업가치 영향 없나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삼성SDS 타워 전경. (사진=삼성SDS)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삼성SDS는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가 해소됐다. 삼성SDS는 그룹 지배구조상 가장 아래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낮아지더라도 회사 지배력에 영향은 없다. 최근 삼성SDS의 주가는 회사의 실적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왔는데, 오버행 이슈가 해소된 상황에서 삼성SDS가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클라우드 신사업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나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SDS는 지난 11일 이부진 사장이 회사의 지분 151만1584주를 시간 외 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고 15일 공시했다. 이날 이부진 사장은 삼성SDS 지분 외에도 삼성전자 지분 0.04%(240만1223주), 삼성물산 0.65%(120만5718주), 삼성생명 1.16%(231만5552주) 등을 처분했다.

앞서 지난 2021년 10월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각각 상속받은 삼성SDS의 지분 3.9%(302만0014) 중 절반 가량인 150만9430주(1.95%)에 대해 KB국민은행과 지분매각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22년 3월 25일 해당 주식을 처분했다.

2023년 4월 4일 이서현 이사장이 남은 지분 1.95%(151만1584주)를 전량 매도했으며, 이부진 사장은 2024년 1월 15일 1.95%(151만1584주)를 전량 매도했다. 이들은 삼성SDS를 비롯한 그룹사의 지분을 매각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S로 이어진다. 이재용 회장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이 불과 1.63%밖에 되지 않지만, 삼성물산의 지분을 18.13% 보유하면서 사실상 그룹 전체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때문에 지배구조상 가장 아래에 위치한 삼성SDS의 지분율이 낮아지더라도 그룹 차원의 지배력과는 연관성이 적다.

다만 오너 일가의 지분 매각이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는 일시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이 블록딜을 체결한 2022년 3월 22일, 2023년 3월 31일, 2024년 1월 11일에 삼성SDS의 주가는 큰폭의 낙폭을 보였다. 당시 블록딜 소식에 매도세가 커지면서 주가에 부담을 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간 삼성SDS의 주가는 기업의 성과와는 다른 양상을 보여왔다. 오버행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삼성SDS의 주가가 회복하지 못한다는 시각도 있었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삼성SDS의 지분을 매각하기로 KB증권과 신탁계약을 체결한 당시(2021년 10월5일) 회사의 주가는 16만1070원 수준이었다. 이후 삼성SDS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실제로 블록딜이 이뤄진 2022년 3월 22일의 종가는 13만원이었다. 2023년 3월 31일 이서현 이사장이 남은 지분 1.95%를 전량 매도할 당시 주가는 11만6000원으로 52주 최저가(11만4400원) 수준에 근접했다.

다만 이서현 이사장의 지분 매각 이후에는 오버행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면서 삼성SDS의 주가도 회복 흐름을 보였다. 이후 이부진 사장이 남은 지분을 전량 매각 공시를 낸 2024년 1월 15일 종가는 17만1500원으로 52주 최고가(17만4000원) 수준에 근접했다.

(자료=네이버공시)

이 기간 동안 삼성SDS의 실적은 매출 기준 역대 최대치를 갱신했다. 2020년 11조174억원이었던 매출은 2021년 23.7% 증가한 12조6300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에는 매출 17조2348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20년 8716억원에서 2022년 9161억원으로 5.1% 늘었다.

오너 일가의 오버행 이슈가 해소된 상황에서 남은건 삼성SDS 본연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이다. 삼성SDS의 사업은 크게 클라우드를 포함한 IT(정보기술) 서비스와 물류 서비스로 나뉜다. 회사는 이중 클라우드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

삼성SDS는 2023년 3분기 누적 9조8997억원, 영업이익 5937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3.8% 18.5% 감소한 규모다. 매출의 상당 부문을 차지하고 있는 물류 부문이 국제 운임 하락과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에 따라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3분기 누적 클라우드 사업 매출이 1조3251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61.4% 성장했다.

삼성SDS는 회사의 클라우드 사업 강화와 함께 생성형 AI를 접목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SDS는 2023년 9월 △지적 작업을 자동화하는 솔루션 Brity Copilot(브리티 코파일럿) △클라우드 시스템에 생성형 AI 결합을 가속화하는 플랫폼 FabriX(패브릭스) 등 두 가지 솔루션을 선보였다. 삼성SDS의 생성형 AI 서비스는 올해 1분기에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향후 생성형 AI 및 클라우드 사업의 성과가 삼성SDS의 기업가치 상승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