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철철, 핏자국 남긴 쇼트트랙 1500m 충돌, 셀리에르 안면 열상 대형사고

밀라노의 마지막 밤, 빙판은 축제가 아니라 경고로 끝날 뻔했다. 2026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준준결승 도중 폴란드의 카밀라 셀리에르가 넘어지는 과정에서 상대 선수의 스케이트 날에 안면을 베이는 대형사고를 당했다. 피가 철철 흐르자 심판은 즉시 경기를 중단했고, 현장 의료진이 트랙으로 뛰어들었다. 흰 천이 설치되는 동안 빙판에는 선명한 핏자국이 남았다. 관중석의 웅성거림은 빠르게 침묵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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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코너 구간에서 벌어졌다. 순위 싸움이 가장 격렬해지는 지점에서 여러 선수가 엉키며 넘어졌고, 그 순간 앞선 선수의 스케이트 날이 셀리에르의 왼쪽 눈 주변 안면을 스쳤다. 단순한 충돌이 아니라 칼날 같은 날이 얼굴을 직접 건드린 장면이었다. 쇼트트랙이 가진 구조적 위험이 한 프레임에 응축돼 터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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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이 공통으로 포착한 건 ‘속도’가 아니라 ‘정지’였다. AP를 인용한 보도들에 따르면 의료진이 즉각 응급 처치를 진행했고, 셀리에는 들것에 실려 트랙을 빠져나갔다. 이후 심판진은 비디오 판독 결과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미국의 크리스틴 산토스 그리스월드에게 불법 추월로 페널티를 부과했다는 흐름도 함께 전해졌다. 현장에선 흰 천으로 부상 부위를 가리는 장면이 이어졌고, 경기 재개까지 정비 시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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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은 피했다. NBC 보도 내용에 따르면 셀리에르는 눈 자체는 다행히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들것에 실려 나가며 관중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는 전언도 해외 보도에서 반복됐다. 공포 한가운데서 나온 그 짧은 제스처가, 경기장을 채운 박수의 이유였다.

혼란 속에서도 레이스는 돌아갔다. 선수 구성에 변화가 생긴 상태로 재경기가 진행됐고, 한국의 노도희는 어수선한 흐름을 견디며 끝까지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1500m는 한국이 장악했다. 김길리가 금메달, 최민정이 은메달을 가져가며 같은 종목 포디움에 함께 섰다. 미국 피플은 사고 장면과 함께, 중단 이후 경기가 재개돼 메달의 주인이 가려졌다는 결말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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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날을 설명하는 핵심은 메달이 아니라 핏자국이었다. 쇼트트랙은 접촉 가능성을 전제로 달리는 종목이고, 날카로운 스케이트 날은 늘 잠재적 리스크다. 그래서 오늘의 사건은 개인의 불운으로만 덮기 어렵다. 안면 보호 장비의 기준 강화, 무리한 진입에 대한 판정 일관성, 그리고 현장 응급 대응 프로토콜의 디테일. 이 셋이 촘촘해질수록, 쇼트트랙의 속도는 더 안전하게 유지된다.

밀라노의 마지막 날, 빙판은 한 번 멈췄다. 그 정지는 한 선수의 부상 때문만이 아니라, 이 종목이 계속 아름답기 위해 반드시 감당해야 할 ‘안전’이라는 과제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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