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좋은 수면시간을 위한 맞춤 베개 고르는 법

안녕. 처음 인사한다. 나는 좋은 걸 만드는 브랜드와 사람을 찾아다니는 에디터 지정현이라고 한다. 첫인사부터 뜬금없긴 하지만, 여러분들은 잘 자고 있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 잠들기까지 최적의 자세를 찾기 위해 자주 뒤척이면서 소중한 수면 시간을 깎아 먹고 있다. 베개도 일반 베개와 경추 베개 2개나 사용하고 있다. 옆으로 누워 자는 날에는 일반 베개, 천장을 보고 잠들고 싶은 날에는 경추 베개를 벤다. 절망적인 건, 마음에 드는 수면 자세를 찾아 잠들어도, 눈을 뜨면 온몸이 쑤셔 골골댄다는 점이다. 베개를 번갈아 잠드는 밤을 맞이하다 보니 자연스레 이런 의문이 생겼다.

“내게 맞는 완벽한 베개는 없는 걸까?”

지금까지는 ‘일단 자야지’라는 생각으로 버텼으나, 아침마다 비명 지르는 몸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었다. 베개는 외출복만큼이나 내 몸에 오랜 시간 함께 하는 물건이니, 신중하게 골라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오늘은 당신에게 완벽한 베개를 찾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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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신의 C커브를 사수하라

앞에서 밝혔듯이 나는 베개를 번갈아 쓴다. 적절한 높이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베개가 낮으면 피가 뒤로 쏠려 어지럽고, 높으면 (살이 쪄서 그런지 몰라도) 숨을 쉬기 어렵다. ‘오늘 일찍 자긴 글렀다’ 싶은 밤에는 수건을 말아서 대충 높이를 맞추고 나서야 잠든다.

‘고침단명’이란 말이 있다. 높은 베개를 베면 수명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우리의 목은 얼굴을 기준으로 거꾸로 된 C커브 형태로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베개가 너무 높으면 일자 형태로 펴져 목과 어깨에 무리가 간다. 반대로 지나치게 낮으면 뇌까지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깊게 잠들지 못하고, 목 건강에도 안 좋다. “높아도 안 되고, 낮아도 안 된다면 그럼 어쩌라는 건데?”라고 반문할 수 있다. ‘중도’를 잘 찾아야 한다. 요컨대 목의 C커브를 잘 지탱해 줄 수 있는 베개가 적절하다는 것이다.

ⓒKBS

수면 전문가들은 적절한 베개의 높이를 7~9cm 정도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신장과 무게, 수면습관이 다르니 참고 정도만 해야 하고, 직접 베고 결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베개를 벨 때마다 X-RAY를 찍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코의 높이로 가늠해 보자. 코가 아래로 내려간다면 베개가 높은 거고, 코가 들린다면 베개가 낮은 거다. 이상적인 자세는 코가 제일 높게 위치해 있는 것이다. 내 코가 천장이랑 눈을 잘 맞추고 있는지 확인해 보면서 ‘중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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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람마다 자는 자세가 다르다

올해 초, 호기롭게 1년치 헬스권을 끊고 무료 PT를 3번이나 받은 적 있다. 헬스 트레이너는 비루한 내 몸을 여기저기 살펴보고, 다음과 같은 진단을 내렸다. “회원님, 어깨가 앞으로 말리셨어요.” 거울로 살펴본 내 몸은 그의 말대로, 양 어깨들이 가슴을 사이에 두고 견우와 직녀처럼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주무실 때 옆으로 누워 주무시나요?” 그렇다. 나는 옆으로 자는 걸 선호한다.

ⓒ자생한방병원

베개를 고를 때 본인이 어떤 자세로 자는 걸 선호하는지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이상적인 수면 습관은 척추랑 경추가 같은 선상에 놓이도록 눕는 자세다. 나처럼 옆으로 자는 사람은 높은 베개를 사용하는 게 좋다. 어깨 높이가 있어 목이 더 꺾이기 때문이다. 낮은 베개를 사용한다면 베개에 어떻게든 머리를 대기 위해 어깨는 말리고, 목은 필요 이상으로 꺾여 고개가 옆으로 눕히니 불편할 수밖에 없다.

본인이 똑바로 누워 잔다면, 어깨도 기댈 수 있는 폭이 넓은 베개를 사용해 보자. 어깨가 베개에 자연스럽게 닿는 정도면 충분하다. 잠을 자면서도 수면 자세는 바뀌기 때문에 어깨가 자연스레 매트리스에 파묻히면서 불편한 자세가 만들어진다. 어깨와 머리를 넓게 커버할 수 있는 베개라면 좀 더 편안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엎드려 잔다면? 베개를 안 쓰는 걸 권장한다. 애초에 수면 자세로 적합하지 않을뿐더러, 목도 많이 뒤틀리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건 엎드려 자지 않는 것이다.


어떤 베개를 사야 할까?
소재에 따른 구분

베개는 목적에 따라 크게 2가지로 분류된다. 일반 베개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아주 일반적이고 평범한 베개다. 기능성 베개는 대체로 틀이 잡혀 있는 베개를 가리킨다. 목의 C커브를 받쳐주는 경추 베개나 마약 베개라 불리는 제품들이 이에 속한다.

두 가지 모두 써본 바 장단점이 뚜렷하다. 전자는 높이가 맞지 않거나, 충전재가 부실하다면 애물단지가 된다는 것이고, 후자는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으나, 틀이 잡혀 있어 자세를 고치기 불편하다. 잠버릇이 고약한 나에게 기능성 베개는 고문 기구나 다름없었다. 이건 나의 기준이니, 본인의 수면 습관에 따라 적절한 형태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 밖에도 사용한 소재와 이용 목적에 따라 베개의 종류는 무궁무진해지는데, ‘어떤 소재를 사용했는가?’로 구분하는 것이 선택지를 좁히는 데 유용하다. 소재에 따라서는 아래와 같이 분류할 수 있다. 어떤 충전재를 사용했는지는 곧 베개의 쿠션감과 기능을 결정짓기 때문에 베개를 고르는 데 가장 직관적으로 와닿는 요소다. 폴리에스테르(솜 베개)는 제외했다. 시중에서 접할 수 있는 평범한 베개이기 때문이다.

1. 텐셀

텐셀(Tencel)은 천연 목재 소재를 사용하며 만든 재생 섬유다. 식물 소재로 만들었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고, 피부에 닿는 감촉이 매우 매끄러워 리넨과 데님, 울 등 여러 섬유와 혼방되어 사용되는 소재이다. 텐셀 베개는 일반 베개보다 탄성감이 뛰어나 적당한 쿠션감을 느낄 수 있다. 실크와 유사한 광택과 촉감을 지니고 있어 부드럽고 쾌적하다. 친환경 소재라는 점도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마찰에 약하고, 주름이 생기기 쉽기 때문에 관리하기 어려우며, 천연 소재이니만큼 벌레나 곰팡이에 약하다.

헤펠_오스트리아 천연 침구 브랜드 ‘헤펠(HEFEL)’은 텐셀 원단을 최초로 개발하고, 텐셀로 만든 침구 제품을 선보인 곳으로, 1907년에 설립된 장수 브랜드다. 이들의 텐셀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는데, 2023년에는 텐셀과 캐시미어를 함께 직조해서 개발한 ‘하펠 텐셀 캐시미어 패브릭’을 출시했다. 모든 공정은 오스트리아에서 자체적으로 이루어지고, 자신들이 운영하는 방직 공장에서 핸드크래프트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헤펠 에디션 101은 헤펠이 자랑하는 텐셀로 100% 퀼팅 처리한 프리미엄 베개로, 커버도 텐셀, 충전재도 텐셀로 구성되어 있다. 가격은 20만 원 초반대로 텐셀 소재 베개치고 비싼 편이지만, 최고급 텐셀 소재 베개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이만한 제품은 없을 것. 높이는 7cm 정도로 평균이다.

2. 구스

말 그대로 거위털로 충전한 베개. 빵빵한 구스다운 패딩을 꽉 끌어안았을 때를 상상해 보자. 고급 호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베개로, 푹 꺼지지 않고 푹신하게 감싸주는 쿠션감이 특징이나,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가격이 비싸고 관리가 어렵다. 또한 포근한 쿠션감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구스의 퀄리티와 충전량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라는 것도 구매할 때 참고해야 할 포인트.

자리아_구스 배게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프리미엄 구스 다운 이불 브랜드 자리아(Zaria)의 베개는 어떨까. 자리아는 세계 3대 구스다운 생산지인 폴란드 거위의 구스다운만 사용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구스 세척도 청정수만을 이용해 세척하고,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 위생과 청결을 관리한다고 한다.

자리아의 프리미엄 구스 베개도 품질 면에서 신경 쓴 게 보인다. 면은 독일에서 생산된 사틴면만을 사용해 피부에 닿는 자극을 최소화했고, 피부에 닿는 바깥 부분은 최상등급의 구스 솜털만으로 충전해 포근한 촉감을 극대화했다. 라인업은 낮은 베개와 높은 베개로, 충전량은 각각 750g, 850g. 낮은 베개에 속하는 편이니, 높은 베개를 찾는 이들은 재고해 볼 것.

3. 라텍스

라텍스 소재는 탄성이 뛰어나 목을 단단히 잡아주는 느낌이 가장 큰 특징이다. 모양도 특이하다. 한쪽은 낮고, 다른 한쪽은 높다. 수면 자세가 자주 바뀌는 사람이 쓰기 적합한 디자인이다. 소재 특성상 경화 현상이 일어나서 자주 교체하는 게 좋다. 일반 베개와 비교했을 때 단단한 편이다.

라버트리_국내 천연라텍스 전문 기업 라버트리(Rubbertree)는 천연라텍스를 수입해 베개와 바디필로우, 매트리스 등의 침구를 제작하고 있다. 천연 라텍스는 ‘천연고무원액 함유량’에 따라 품질이 구분되는데, 80% 이상은 되어야 천연 라텍스라 부르며 첨가제의 비율이 5%를 넘지 않아야 프리미엄 라텍스라 할 수 있다. 라버트리의 천연고무원액 95%의 프리미엄 천연 라텍스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라텍스 전문 기업답게 밀도에 따라서 제품을 구분해 놨다. 밀도가 낮을수록 부드러운데, 본인의 체구가 낮다면 밀도가 낮은 제품을 고르면 된다. 반대로 덩치가 있다면 중간 밀도 이상을 택하면 된다. 베개 크기도 세분화하였으니, 자신에게 맞는 라텍스 베개를 찾는 이라면 리버트리 제품을 한번 사용해 보자. 라텍스는 경화 현상이 일어나 최소 2년 주기로 교체해야 한다는 점은 명심!

4. 메모리폼

메모리폼_SNS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베개다. 사용자의 머리와 목에 맞게 모양이 잡히기 때문에 ‘메모리폼’이다. 사용자의 체압을 분산하는데 뛰어난 소재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쿠션감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밀도가 높을수록 기능이 뛰어나지만 가격도 상승한다. 소재 자체가 열을 머금는 성질이고, 피부와 닿는 면적이 넓기 때문에 여름에는 더울 수 있다.

이케아_리빙 제품을 고를 때 실용성을 최우선으로 둔다면 이케아(IKEA)를 빼놓을 수가 없다. 베개도 마찬가지다. 자신에게 맞는 베개를 찾아 나서는 모험자에겐 이케아를 추천한다. 눕는 자세, 베개의 높낮이, 소재 등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격도 저렴해서 부담도 없다.

이케아의 메모리폼 베개 로센셰름은 1만 4,900원 밖에 하지 않는다. 저렴하다고 무시하지 말도록. 똑바로 눕건, 옆으로 눕건 어느 자세도 가능한 넓은 범용성. 적당히 머리를 받쳐주는 쿠션감까지 가격 대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대신 조금 단단하다는 의견과 함께 체구가 작은 사람에겐 조금 높게 느껴질 수 있다.


애착 베개를 찾는 데에는 많은 공수가 든다. 나처럼 ‘베개가 어딘가 아쉬운’ 사람일수록, 여러 베개를 거치고, 뒤척이는 밤을 몇 번 보내야 인생 베개를 찾는다. 완벽한 베개를 찾기로 마음 먹었다면 이것만 기억하자. 베개의 높이, 수면 자세, 소재와 모양. 시장에서 구매한 저렴한 베개가 인생 베개일지도 모르는 터. 오늘도 나에게 맞는 단 하나의 베개를 찾아 헤매는 이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