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자닌 투자파일] 성일하이텍, CB 리픽싱 한도 도달…고민 깊어지는 FI

/사진=성일하이텍 홈페이지 캡처

성일하이텍이 상장 이후 처음 발행한 전환사채(CB)의 전환가액이 리픽싱 한도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여전히 전환가액과 주가의 괴리율은 20%를 초과한다. 기대수익 달성이 요원해진 CB 투자자 입장에서는 향후 주가흐름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성일하이텍은 지난 2일 제3회차 CB 전환가액을 기존 7만9171원에서 5만5420원으로 조정했다. CB 발행 당시 설정한 리픽싱 한도(최초 전환가액의 70%)까지 떨어진 것이다. 전환권 행사 시 발행될 주식 수도 63만1544주에서 90만2201주로 늘었다.

하향 리픽싱은 주가하락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 들어 성일하이텍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CB 발행을 결정한 4월24일 종가 기준으로 7만7100원이었지만, 12월2일 종가는 4만3700원으로 40% 넘게 하락했다. 이차전지 업황이 불확실해 영업적자가 지속될 것이라는 증권가의 전망이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글로벌 전기자동차 수요 둔화로 배터리, 양극재, 광물 등 이차전지 관련 수요가 이연되고 있다”며 “회사의 흑자전환 시점은 오는 2026년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성일하이텍은 올 4월 3년 만기로 3회차 CB를 발행했다. 발행 규모는 500억원으로 다양한 재무적투자자(FI)들이 나눠 인수했다. 오라이언자산운용(405억원)과 타임폴리오자산운용(50억원), 차파트너스자산운용(20억원), 에이원자산운용(15억원), 셀레니언자산운용(10억원) 등이 해당된다.

CB 전환가액이 리픽싱 한도까지 떨어지면서 투자자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해당 CB는 표면이율이 보장되지 않은 상품이다. 만기보장수익률 역시 연복리 2%로 책정돼 투자자들은 만기일(2027년 4월30일)까지 기다려도 투자원금 대비 수익률이 높지 않다. 주식으로 전환했을 때 차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CB가 리픽싱 한도를 채웠음에도 여전히 전환가액은 주가보다 높게 형성돼 26.8%의 괴리율을 나타내고 있다. 전환권 가치가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보통주 전환은 발행 1년6개월 뒤인 2025년 10월30일부터 만기 1개월 전인 2027년 3월30일까지 가능하다. 투자자들은 주식전환으로 차익실현에 베팅한 만큼 주가가 일정 수준으로 회복될 때까지 기다릴 가능성도 열려 있다.

CB 투자자들에게는 만기 전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풋옵션이 부여됐다. 풋옵션은 발행 1년6개월 이후부터 3개월마다 행사할 수 있다. 풋옵션을 행사하면 원금과 함께 만기이자율 2%를 3개월 단위 연복리로 계산한 수익을 낼 수 있다. 다만 성일하이텍이 만기 전 중도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콜옵션은 주어지지 않았다.

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