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실용주의 사업재편]'두가족' 해비치, '지분·고용' 통합 난제

현대차그룹 내 산재한 중복·비주력 사업들의 통폐합 시나리오를 점검합니다.

해비치컨트리클럽 제주 /사진 제공=해비치컨트리클럽

현대자동차그룹 계열로 레저사업을 담당하는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와 해비치컨트리클럽의 통합·합병 가능성과 관련해 그룹 안팎에서는 경영효율화 차원에서 검토할 만한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외적으로는 같은 '해비치' 브랜드를 사용하지만 다른 법인으로 운영되는 만큼 브랜드·조직·자산관리 측면에서 중복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두 회사 간의 실제적인 통합 논의는 조직 정리 이상의 민감한 문제를 동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브랜드, 둘로 나뉜 법인

현재 해비치 브랜드는 제주와 경기 남양주에서 호텔·리조트와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하나의 프리미엄 레저 브랜드로 인식되지만 공정거래위원회 소유지분도상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와 해비치컨트리클럽은 현대차그룹 내에서 완전히 분리된 별도 법인이다.

사업구조도 이원화돼 있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는 골프장과 호텔·콘도미니엄 운영을 맡고 해비치컨트리클럽은 골프장 운영에 특화된 법인이다.

특이한 점은 골프장 경영 방식이다. 제주와 남양주에서 각각 운영되는 해비치CC 중 제주CC는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가, 남양주CC은 해비치컨트리클럽이 각각 맡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같은 브랜드, 회원 서비스, 운영 시스템을 공유하는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보이지만 실제 관리주체는 전혀 다른 법인인 셈이다.

/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이처럼 동일 브랜드 아래 똑같은 사업이 분산된 구조 때문에 그룹 안팎에서는 통합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인력·마케팅·자산운영 측면에서 중복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에 실익이 크지 않은 이원화 구조를 유지하기보다 단일법인으로 정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우세하다.

통합 논의가 설득력을 얻는 배경에는 과거 그룹의 판단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5년 롤링힐스호텔 현물출자 당시 소유와 운영이 분리된 구조가 비효율적이라고 보고 호텔사업 통합을 추진했다. 해비치 역시 같은 브랜드 아래 유사 사업이 복수 법인으로 나뉘어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이 언젠가는 손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향후 자본시장 전략 측면에서도 해비치 브랜드 통합은 의미가 있다. 호텔·리조트·골프 자산이 복수 법인에 분산된 현재 구조보다 통합법인 체제가 외부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쉽고, 기업가치 산정도 상대적으로 명확해질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지분 매각, 전략적 투자 유치, 기업공개(IPO) 등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회계 아닌 계약 문제…복잡한 회원권 구조

다만 실행 단계에서 단순한 통합 이상의 난제가 존재한다. 우선 회원권성 부채 구조가 지목된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는 회원입회금, 해비치컨트리클럽은 회원보증금이 각각 핵심 부채다. 이들 부채는 일반차입금과 달리 단순 상환으로 정리되는 성격이 아니며 회원 계약과 이용권, 반환 조건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따라서 법인 통합이나 자산이전이 이뤄질 경우 회계 처리 수준을 넘어 회원 권리 변경, 가치 산정, 공정성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해비치가 비교적 작은 계열사임에도 구조개편이 쉽지 않은 이유다.

재무구조 역시 이러한 특성을 뒷받침한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는 2025년 말 기준 자산총계 4714억원, 부채총계 3800억원, 자본총계 91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해 영업수익은 1785억원이었지만 영업손실 164억원, 당기순손실 225억원으로 수익성 측면에서는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유형자산만 4110억원에 달하고 골프·콘도·호텔 회원입회금의 현재가치 기준 잔액도 2633억원에 이른다. 이 중 상당 부분은 일정 기간 이후 탈회 시 원금반환 의무가 발생한다.

해비치컨트리클럽도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2025년 말 기준 자산총계 2918억원, 부채총계 2725억원, 자본총계 192억원이며 영업수익 167억원에 영업손실 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유동부채의 대부분이 2600억원 규모의 회원보증금이라 이 역시 입회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감사보고서에는 회원 전원이 법인회원이자 특수관계자라는 점이 명시돼 있다.

'합치면 끝' 아닌 이유

지분구조는 이러한 복잡성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주식은 △현대차 41.9%(223만5528주) △기아 23.2%(124만주) △현대위아 9.9%(52만7000주) △현대모비스 5.8%(31만주) △현대글로비스 2.9%(15만5000주)에 더해 정몽구 명예회장의 셋째 딸이자 정의선 회장의 누나인 정윤이 사장이 16.3%(86만8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해비치컨트리클럽의 주주 구성은 △현대엔지니어링 40%(120만주) △현대차 30%(90만주) △기아 15%(45만주) △현대모비스 15%(45만주)다.

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동일 브랜드에서 한 법인에만 오너일가의 개인 지분이 있는 비대칭 구조는 합병을 추진할 경우 즉각적인 이해충돌 문제를 야기한다. 합병비율을 어떻게 설정하든 정윤이 사장의 지분가치가 합병 전후로 어떻게 변동되는지가 공정거래법상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심사에서 핵심 변수가 된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자본총계 913억원 기준 단순 장부가로만 계산해도 정 사장 지분의 장부상 가치는 149억원이다. 실제 합병에서는 4110억원의 유형자산 재평가가 반영되기 때문에 이 액수는 상당 폭 변경될 수 있고 그 방향과 폭이 규제 당국과 시장의 시선을 끌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총수일가가 지분 20% 미만을 보유해도 사실상 지배력 행사가 인정되면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해석을 유지하고 있다. 정 사장의 16.3%는 이 기준선에 근접한 수치다.

계열사 간 지분구조 불일치도 변수다. 두 법인에 동시에 주주로 등장하는 계열사는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으로 지분율은 법인마다 다르다. 현대차는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자분 41.9%를 가진 최대주주지만 해비치컨트리클럽 지분은 30%에 그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해비치컨트리클럽 지분 40%를 가진 최대주주지만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주식은 없다. 현대위아와 현대글로비스는 해비호텔앤드리조트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합병구조에 따라 그룹 계열사 간 손익이 엇갈릴 수 있어 이해관계 조정이 불가피하다.

고용 문제도 있다. 법인 통합에 따른 구조 단순화는 필연적으로 조직통합과 인력재배치를 수반한다. 특히 서비스업의 특성상 인력의존도가 높고 지역 기반 고용 비중이 큰 점을 고려하면 통합 과정에서 인력감축이나 근로조건 변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단순한 내부 인사 이슈를 넘어 지역경제와 노사 관계로 확장될 수 있는 변수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레저사업을 단순 효율화 대상으로 볼지 아니면 향후 자산재편이나 투자유치의 전략적 카드로 활용할지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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